22년 전 심은하의 M.. 이런 공포 더는 없었다

우동균 2016. 8. 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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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설의 고향> 부터 <싸우자 귀신아> 까지, '공포 드라마'의 변천사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유지영]

여름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덥다는 데 있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불쾌지수가 올라가기도 하지만 여름에만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시원한 해변이나 계곡에서 물놀이할 수도 있고 수박을 실컷 먹을 수도 있다. TV에서도 여름을 겨냥한 드라마가 등장한다. 귀신이 출연하는 드라마가 그것.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싸우자 귀신아>는 '로맨스'와 '귀신'이라는 소재를 결합했다. 그러나 이런 소재가 나오기까지 한국 공포드라마는 계속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전설의 고향> 한국형 공포드라마의 시초

 <전설의 고향>은 비교적 최근까지 제작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콘텐츠였다. 사진은 <2008 전설의 고향 - 구미호>의 배우 박민영.
ⓒ KBS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포드라마이자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공포드라마를 꼽으라면 바로 <전설의 고향>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 전해지는 민간설화나 전설 등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1977년부터 방영된 공포드라마의 시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까닭에 1989년까지는 매주 방영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수없이 리메이크를 통해 다시 만들어지곤 했다. 가장 최근에는 2009년에도 만들어졌다.

<전설의 고향>의 특징은 민간 설화를 소재로 구미호, 원혼 등 한국적인 소재를 적극 빌렸다는 점이다. 공포드라마의 소재로서 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여전히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포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다.

<전설의 고향>에서 영감을 받아 <구미호 여우누이뎐>(2010) 같은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설의 고향>을 집필했던 임충 작가에 의해 표절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우굴에서 살아나온 남자가 구미호랑 혼인하는 점, 구미호가 여우 구슬을 가져다준 후 일은 안 하고 투전판을 기웃거린 점 등을 들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국방송작가협회는 <구미호 여우누이뎐> 작가에 1년간 '회원자격정지'라는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역시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익숙한 스토리였기 때문에 표절 논란 자체에도 상당히 많은 설왕설래가 오갔다.

극한의 공포... 납량특집 드라마의 전설 <M>

 공포 드라마의 전설로 남은 <M>. 심은하를 스타덤에 올린 작품 중 하나이다.
ⓒ MBC
1994년 방영된 납량특집 드라마 <M>은 여러모로 대단한 기록을 남겼다. 시청률 50%를 넘기며 초대박을 기록한 것은 물론 주인공을 맡은 심은하 역시 스타덤에 올랐다. <전설의 고향>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공포물과는 다르게 <M>은 지금 생각해 봐도 파격적인 설정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시청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일단 낙태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를 드라마에 적절히 결합했고, 낙태로 삶을 마감했던 아이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스토리 구조를 완성했다. 그 영혼은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는데, 이때 주인공 마리(심은하 분)의 눈 색이 변하고 목소리가 변하는 연출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OST부터 스토리까지 드라마는 최대한 두렵고 무서운 느낌으로 제작되었고, 이후에도 이만큼의 공포를 시청자에게 선사한 드라마는 없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무서운' 드라마로 남았다.

이후, 납량특집 드라마는 마치 트렌드처럼 제작되기 시작했다. <거미>(1995) <별>(1996) <RNA>(2000) 등이 이 <M>의 성공을 바탕으로 제작될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그러나 어떤 드라마도 이 <M>만큼의 성공을 거머쥐지는 못했고, '공포' 역시 <M>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포 드라마의 한계 극복... 로맨스와 결합

 로맨스 드라마에 공포 소재가 활용된다. 사진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포스터.
ⓒ tvn
공포드라마는 점점 그 한계가 명확해졌다. 일단 브라운관에서 전달할 수 있는 공포의 느낌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군다나 정말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그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잘못하면 TV 속 등장인물들만 무섭고 시청자들은 아무 감흥이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만큼 공포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상당히 힘이 든다. 점차 납량특집 드라마는 힘을 잃었고, 제작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공포의 느낌 자체보다는 스토리에 힘을 실어야 드라마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작정하고 무섭게 만드는 드라마는 오히려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포드라마의 트렌드도 바뀌었다. 로맨틱 코미디에 귀신이라는 소재를 더해 '귀신은 거들뿐'인 드라마가 속속들이 제작되기 시작한 것이다.

홍 자매가 집필하고 소지섭,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주군의 태양>(2013)은 호러 로맨스를 가장 먼저 들고나와 히트를 한 사례다. 귀신을 보는 여자 주인공과 까칠한 남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귀신이 나오는 상황은 그저 그들의 로맨스가 가까워지게 하는 부차적인 상황일 뿐이다. 드라마는 공포보다는 로맨스를 부각하며 시청자들의 목마름을 채웠다.

<오! 나의 귀신님>(2015)은 귀신을 보는 여주인공은 물론,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해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귀신 자체에 포인트가 있지 않다. 귀신을 보는 까닭에 무기력한 삶을 살아야 했던 여주인공이 활발한 성격을 가진 귀신에 빙의되며 보이는 성격의 변화, 그러면서 전개되는 로맨스가 중요한 요소다. 오히려 귀신은 공포보다 코믹한 상황을 전개시킨다. 작정하고 무섭지 않지만, 이 드라마는 1회부터 16회까지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싸우자 귀신아>(2016) 역시, 웹툰보다는 <오! 나의 귀신님>에게 더 영향을 받은 모양새다. 웹툰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악귀에 빙의된 악역, 귀신 여주인공, 그 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인물 관계는 <오! 나의 귀신님>의 인물 관계와 상당히 닮아있다. 웹툰보다 로맨스를 부각한 점 또한 그러하다. 귀신이라는 설정을 통해 로맨스를 더욱 부각시키는 편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포드라마는 점차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단순히 귀신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 그 귀신을 이용한 추리드라마, 로맨스 드라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공포드라마가 또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한여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귀신 이야기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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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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