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이니.. 노래 속 장중한 클래식 선율이

유석재 기자 2016. 8. 11.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리뷰] 라흐마니노프

"불빛이 보여 마음속에/ 나 잊고 지냈던 저 깊은 곳에/ 언젠가 보았던 강물 그 위로/ 불타오르는 저 붉은 노을/ 깊어질수록 살아나는 기억…."

가사가 좀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노래의 멜로디는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속으로 걸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 텐데, 그것은 창작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김유현 극본, 오세혁 연출)가 지닌 최대의 강점일 것이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라흐마니노프.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작품'으로 종종 1위에 오르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의, 그 작곡가다. 작곡을 맡은 이진욱과 김보람은 삽입곡의 90% 이상을 라흐마니노프 곡에서 차용했다.

1897년 초연한 교향곡 제1번이 혹평받으며 신경쇠약에 걸린 라흐마니노프 앞에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1860~1939) 박사가 나타난다. 달 박사는 최면 치료를 통해 라흐마니노프의 내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기억의 잔해물을 하나씩 건져낸다. 아버지의 군화, 츠베레프 교수의 무덤…. 마침내 스스로 오래 외면하고 있었던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고, 마음의 안식을 찾게 된 라흐마니노프는 불후의 명곡인 피아노협주곡 2번을 작곡한다(실제로 이 곡은 달 박사에게 헌정됐다).

'중극장 2인극'인 이 뮤지컬은 곳곳에서 약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술가의 고뇌라는 소재 자체가 썩 신선한 것이 아닌 데다, 등장인물의 정신 세계를 끊임없이 분석하는 줄거리는 85분의 러닝타임을 대단히 길게 느껴지도록 했다.

이 작품을 살린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피아노 5중주 편성의 실내악 연주는 어두운 조명, 혼란스러운 무대장치와 어울려 말기 낭만주의의 음울한 분위기를 극적으로 살려냈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과 3번의 다채로운 변주는 비극이 극에 달한 곳에서 시작되는 희망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라흐마니노프 역 박유덕의 청명한 목소리, 달 박사 역 정동화의 노련한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2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588-7708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