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우리는 가끔 왜 악인을 응원하게 될까
블랙 사바스의 명반 ‘Paranoid’(1970년). |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다 ‘올리버 스톤의 킬러’가 떠올랐다. ‘수어사이드…’는, 악당과 초능력자들을 교도소에서 꺼내 모아 ‘드림팀’을 만들어 세상을 구한다는 황당한 내용의 작품. ‘올리버…’는 연쇄살인 커플인 미키 녹스와 맬러리 녹스가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다 검거돼 대중의 슈퍼스타가 된다는 무엄한 스토리의 영화.
‘수어사이드…’에서 할리퀸-조커 커플은 녹스 커플처럼 깨가 쏟아진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또 있다. 꽤나 많은 장면이 록, 랩 명곡과 어우러져 뮤직비디오처럼 연출됐다는 것. ‘수어사이드…’에서 악인이 차례로 소개될 때마다 와인과 스테이크처럼 이런 곡들이 달라붙는다.
국가정보부 중역이지만 실은 진짜 악인인 아만다 월러가 나올 땐 롤링 스톤스의 ‘Sympathy for the Devil’, 호주 출신의 캡틴 부머랭이 등장할 땐 호주 록 밴드 AC/DC의 ‘Dirty Deeds Done Dirt Cheap’, 흑인 스나이퍼인 데드샷이 총을 난사할 땐 카녜이 웨스트의 ‘Black Skinhead’가 흐른다. 영화의 사실상 주인공인 할리 퀸이 등장할 때 나오는 곡이 바로 ‘Super Freak’.
‘올리버…’에서 미키 녹스가 불현듯 포박을 풀고 교관들을 해치울 때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Take the Power Back’이 터져 나왔듯, ‘수어사이드…’에서 악인들이 무더기로 풀려날 때는 블랙 사바스의 ‘Paranoid’가 흐른다.
‘여자와 끝냈지/그녀도 내 맘을 감당할 수 없었거든/사람들은 날 보고 미쳤대… 누군가 필요해/삶에서 못 찾는 뭔가를 보여줄/진짜 행복 찾는 법이 안 보여/나 눈이 멀었나봐… 내가 하는 말 듣고 있다면/인생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어/나도 그러고 싶지만 너무 늦은 것 같거든.’(‘Paranoid’ 중)
근데 어디서 조커 냄새 같은 거 안 나? 이봐, 우린 왜 가끔 악인들을 응원하게 될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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