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전기 썼는데..韓 583,600원 vs 美 138,000원
■ 한·미·일 가정용 전력요금 체계 비교해보니
권씨는 "휴대폰 한 대 값이나 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될 줄은 몰랐다"며 "서민·중산층에게 이런 부담을 안겨주는 전기료 누진제는 빨리 없어지거나 최소한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철 폭염으로 가정용 에어컨 전기 사용이 크게 늘면서 전기요금 누진제가 연일 난타당하고 있다.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최대 11.7배나 차이가 나는 현행 누진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여름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덩달아 매년 전기 사용이 늘고 있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중산층 4인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 수준인 314kwh를 쓸 경우 한국은 3만8030원, 미국은 4만1568원, 일본은 10만7495원에 달한다.
그러나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하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에어컨(1.1㎾ 벽걸이 기준)을 하루 12시간가량 틀 경우 사용량에 해당하는 800kwh에서는 한국의 전기요금은 32만4300원이나 되지만 미국은 한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 9만2689원에 불과하다. 일본도 한국보다 저렴한 31만2752원이다. 현행 누진제는 사용량이 적을 때는 유리하지만 많을 때는 요금 폭탄이 돼서 돌아온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사용량이 50kwh일 때 일본이 한국보다 4.9배 비싸다. 사용량이 200kwh로 4배 늘면 한국은 1만9750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나는 반면 일본은 4만9203원으로 3배 늘어나는 데 그친다. 300kwh와 400kwh 구간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전기료를 더 내지만 600kwh부터는 역전해 한국이 더 많이 내게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징벌적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단순히 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과 교수는 "누진제 1단계 혜택은 고소득·미혼가구가 많은데 이들이 원가 이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실제 3~4인 가구가 부담하는 전기료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싸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고소득 1인 가구는 싼 요금을 쓰고, 가족이 많은 서민층은 비싼 요금을 쓰는 것이 문제"라며 "단순히 전기요금이 싸다 비싸다를 말할 게 아니라 합리적인 구조인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 소비량이 늘면서 현재 누진제 3단계(200~300kwh)와 4단계(300~400kwh) 구간 가구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 중에 100kwh 이하를 쓰는 가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기본을 200kwh 수준으로 올리거나 누진배율을 축소해 요금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인 숭실대 겸임교수는 "현행 누진 6단계 가운데 2단계와 3단계를 통합해 2단계 요금을 책정하고, 3단계와 4단계를 통합해 3단계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 / 정의현 기자 /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한국·미국·일본 가정용 전력요금 체계 비교해보니..
- 더위도 못말린 주택담보대출..지난달 5조8천억 급증
- 국세청, 기업 구조조정에 힘 보탠다..사후검증 30% 축소
- '첩첩산중'대우조선 정상화..임종룡 "채권단과 함께 최선"
- 여당서도 누진제 개편기류 확산..한시적 완화방안 검토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고아’ 고객 양산하는 보험설계사 영입 전쟁 [취재수첩]
- 피원하모니, 야구 좋아하더니...美 메이저리그서 데뷔 첫 시구→응원가 가창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