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스틸러]최귀화 "연기인생 20년? 이제 스타트!"①

김현록 기자 2016. 8. 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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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배우 최귀화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최귀화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최귀화. 본명 최귀화
◆1978년 3월 8일생
◆'미생' 박대리, '부산행' 노숙자, '봉이 김선달' 정판석
◆스크린 데뷔 단편 '잠복근무'(2008)

지난 5월 칸 영화제 이후 수많은 화제작들이 나왔던 2016년의 극장가. 최귀화(38)는 가장 바삐 작품들을 옮겨 다닌 배우 중 하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 박대민 감독의 '봉이 김선달',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그리고 김성훈 감독의 '터널'까지. 몇 주 간격으로 무려 4편의 출연작이 관객과 만났다. 앞으로도 '그물'과 '조작된 도시'가 개봉해야 한다. 마침 올해엔 '곡성'과 '부산행'이 칸에, '그물'이 베니스에 가는 등 국제영화제와의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그 속에 최귀화가 있다. 아직은 이름과 얼굴을 더듬어 매치해야 하는 배우지만, 이미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그를 만날 일이 점점 더 많아질지 모른다.

전남 영광 출신인 최귀화는 고교 시절 부천에 이사와 그 곳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우연히 본 모집공고에 마음을 뺏겨 1996년 부천의 극단 '믈뫼'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었다. 걸레도 빨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하면서 연기를 했다. 첫 출연작은 1997년 무대에 올린 아동극 '깨비깨비 도깨비'. 영구를 닮은 바보 도깨비 역할은 뜻밖에 아이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전국 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신인 연기상을 연달아 받았다. 최귀화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했다. 대학로로 옮겨간 선배들의 자리를 채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머물고만 있지 않았다. 극단생활 6년 만에 수능시험을 보고 대진대 연극영화과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6년을 있다 보니 극단의 고참 선배가 된 거예요. 대학 연극과 친구들이 입단을 하는데 대화를 하며 제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늦기 전에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대학에 갔어요. 영화는 그때 처음 접했어요. 학교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잠깐이든 엑스트라든 거의 다 출연했어요. 연극 하고 왔다고 하니 거의 1순위였어요. 수십 편을 찍었죠. DVD로 못 받은 게 30편은 될 걸요. 감독들이 저보다 더 어려서 '귀화 형이 맞겠지' 하면서 찍은 건데, 지금 보면 '나 혼자 연극하고 있구나' 싶어요.(웃음)"

배우 최귀화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최귀화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2006년 촬영한 '인류멸망보고서'가 6년 만에 개봉한 탓에 그 시절 찍어 '사사건건'이란 옴니버스 영화로 개봉했던 이정욱 감독의 단편 '잠복근무'가 최귀화의 스크린 데뷔작이 됐다. 하지만 최귀화를 우리에게 알린 작품은 그로부터도 한참을 더 지나 선보인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이다. 그는 싫은 소리라곤 하지 못해 직장에서도 거래처에서도 무시당하던 박대리 역을 맡아 한 회를 온전히 책임졌다. 동시에 숨죽여 살던 TV 앞 미생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박대리가 모든 허울을 훌훌 날리고 맨몸으로 날개를 펴는 순간, 배우 최귀화 또한 극적으로 발견됐다. "'미생'이 제 인생의 최고"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최귀화다.

"기대감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드라마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감사한 일이죠. 그러고 나서는 잠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관심갖는 분도 많아지고 부르는 곳도 확 늘어났어요. 하지만 두어 달을 안 갔던 것 같아요. 정말 썰물 빠지듯 빠지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인기라는 게 부질없구나, 구름 같구나."

사진='미생' 방송화면 캡처
사진='미생'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미생'이 지금의 최귀화를 만들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란다. 사실 '미생'이 방송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곡성'이다. 그는 곽도원이 맡은 주인공 종구의 친구 병규 역을 맡았다.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친구의 일이라면 발을 벗고 나서는 인물이다. '미생'이 전파를 탄 건 우여곡절을 거쳐 캐스팅돼 한참 곡성에 틀어박혀 촬영 일정을 소화하던 때였다.

"당시가 딱 2년쯤 전이네요. 너무 좋아하는 나홍진 감독님의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게 삶의 위로가 되던 시절이었죠. 이걸 해내면 뭔가가 나아지겠지 하면서. '곡성' 숙소에서 '미생'의 첫 방송을 봤거든요. 당시 시청률이 3%가 나왔나 야단이 난 거예요. '미생' 찍으러 가야 하는데 '곡성' 때문에 못 가고, 그때를 생각하면 어휴. 숙소에서 혼자 울고 그랬어요."

사진='봉이 김선달' 예고편 장면 중 일부
사진='봉이 김선달' 예고편 장면 중 일부

최귀화는 지난 6월 개봉한 '봉이 김선달'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 조선 제일가는 사기꾼 김선달에게 당한 돈 많은 '호구' 정판석 역이다. 여장으로 윙크를 하는 '유승호 낭자'에게 한눈에 빠져 '워메'하고 찰진 감탄사를 내뱉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낸다. 현장에서도 반응이 너무 좋아 2회차만 촬영하기로 했던 분량이 대폭 늘었고, 극 막바지에도 다시 등장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장' 유승호를 보고 반하는 장면이 사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단다.

"승호가 군대도 다녀왔잖아요. 분장을 했어도 수염이 가무잡잡해요. 조교를 하고 돌아온 애한테 여장을 시키다니. 저는 또 그 모습을 보고 '옴마' '워메' 해야 하는데 그게 참.(웃음) 반응이 좋아서 이렇게 저렇게 해 봤는데 슛은 여러 번 안 갔어요. '워메' 할 때 NG가 나긴 했는데 그건 카메라 감독님이 웃어서…. 그걸 본 고창석 선배님이 '점마 누구야' 하시더라고요."

'부산행' 김수안과 최귀화 / 사진제공=원앤원스타즈
'부산행' 김수안과 최귀화 / 사진제공=원앤원스타즈

1000만 돌파 축포를 쏘아 올린 '부산행'은 최귀화가 '미생' 효과를 본 첫 작품이라 할 만하다. 좀비로 뒤덮인 부산행 KTX에 무임승차한 노숙자 역할이었지만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최귀화는 "이런 걸 언제 해 보겠나 싶어서 더 좋았다"면서 실제 노숙자들을 만나러 서울역으로 갔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부산행' 속 노숙자의 차림과 분장 그대로였다. 그는 "저보다 더러운 분이 없었다"며 "아무도 의심을 않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차 문을 열고 막걸리와 새우깡을 들고 나가는데 너무 두려웠어요.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차에서 몇 걸음 못 나가고 앉아있다가 몇 시간 지나서야 그 분들 옆에서 막걸리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감을 찾았어요. '내 자리에서 꺼지라'는 분도 있고 쉽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도움되는 부분이 있긴 하더라고요. 이 의상에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요. 촬영장에서도 그 경험을 해본 게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지꼴을 하고 다니면 왠지 모르게 스태프에게도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요.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는데도 피해 다니는 사람도 있고. 무방비상태였다면 상처를 받았을지 몰라요. 쉽진 않더라고요. 6개월 간 머리며 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르고 사니 아이 데리고 어린이집 갈 때도 시선이 따가웠어요."

배우 최귀화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최귀화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특별출연 형식으로 참여한 김성훈 감독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김기덕 감독의 신작 '그물'에서 최귀화를 발견할 수 있다. 감독의 이전 영화 '일대일'에 출연했던 인연이 이어졌다. 박광현 감독의 '조작된 도시' 또한 최귀화의 출연작이다. 꾸준히, 성실히 배우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최귀화는 "지금까지는 의도대로, 욕심내지 않고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만 유명해져야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단다. 유명세라는 게 힘이고 권리라는 걸 가끔 실감하는 탓이다.

"예전에 어떤 선배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배우를 영화를 빗대서 이야기하면 스크린의 마라토너라고, 배우의 인생이 마라토너와 별다를 바 없다고요. 일단 실력이 있어야 하고, 호흡 조절을 잘 해야 하고, 훌륭한 러닝메이트도 만나야 하고. 저 역시 그런 스크린의 마라토너가 되고 싶어요. 연기인생 20년이요?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죠. 막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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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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