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찰 돌며 108배..박상영 母 정성 통했다

이현주 2016. 8.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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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펜싱 박상영 선수가 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32강전에서 상대 러시아의 니콜라이 파벨 수코브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21ㆍ한국체대)의 금메달 뒤엔 두 달 전부터 전국 사찰을 돌며 108배를 올린 어머니 최명선씨의 정성 어린 기도가 있었다.

최씨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집안 사정이 안 좋아 상영이를 위해 해줄 게 없었다. 해줄 게 기도밖에 없어 두 달 전부터 108배 기도를 올렸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내 감격스럽다”며 감격했다.

최씨는 박상영이 진주제일중 2학년 시절 체육교사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하겠다고 하자 장 격렬히 반대했던 한 사람이다. 그는 “상영이는 공부를 잘했다. 더욱이 당시 사업이 무너지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의 열정을 막진 못했다. 최씨는 “매일 상영이가 집에 늦게 들어왔다.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몰래 학교를 찾아갔다”며 “작은 불빛 아래 상영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훈련을 하고 있더라”라고 돌아봤다.

박상영이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준결승전에서 포효하고 있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때부터 최씨는 아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지만 제대로 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했다. 그는 “비싼 음식 한번 제대로 못 사줬다. 힘든 상황에서도 상영이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항상 밝은 표정으로 지냈다”고 전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박상영은 한국 펜싱의 유망주로 거듭났다. 리우 대회가 그의 첫 올림픽 무대가 됐고, 최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그는 “전국에 유명한 사찰을 찾아 108배를 매일 했다. 처음엔 더운 날씨 탓에 등에서 수돗물을 튼 것처럼 땀이 쏟아지더라”라며 “온몸이 아팠지만 습관이 들면서 괜찮아졌다"라고 웃었다. 최씨는 또 “‘펜싱 선수 박상영 리우올림픽 파이팅’이라는 기도 내용을 매번 기왓장에 적어 올렸다”며 “전국 유명한 사찰엔 그 기왓장이 하나씩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영이 결승에 나선 10일에도 최씨는 진주 인근 사찰에서 새벽 기도 후 스님들과 경기를 시청했다. 그는 “정작 결승전은 너무 무서워서 보지 못했다. 상영이가 금메달을 땄다는 환호 소리를 듣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전이 남았는데,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본인의 실력을 모두 쏟아내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진주에 내려오면 그동안 사주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mailto:memory@hankookilbo.com)

9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헝가리 임레 게져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상영 선수가 우승 태극기를 들고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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