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영화 덕혜옹주를 어둡게 만들지 않은 까닭은.."(인터뷰)

뉴스엔 2016. 8. 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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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는 앞으로 손예진으로 연상될 것 같다. ‘덕혜옹주’(감독 허진호)가 8월9일 현재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입소문이 확산되며 '국민 필람무비’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열기의 중심에는 일생일대의 연기를 한 손예진이 있다. 최근 손예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수많은 감정의 편린 섬세하게 연기
일본으로의 강제 유학, 정략결혼, 이혼과 딸의 자살, 조발성 치매증으로 고통받았던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작품에서 손예진은 덕혜옹주(고종의 딸)의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를 연기했다. 고독, 절망, 분노, 사랑, 혼란, 배신감, 자매애, 조국애 등 많은 감정의 편린이 일렁인다. 이를 섬세한 결로 살려냈다.

“비극의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이라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했어요. 다른 작품 연기처럼 상상해 만들어낼 수 없잖아요. 왕족이었던 그분이 겪은 시대적 아픔과 애환을 정말 잘 전달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컸죠.”

베스트셀러 소설이었을 때부터 영화화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의 일대기는 잘 영화화되질 않기에 실현되기는 힘들 거라 여겼다. 그런데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다는 기사를 보고 무척 신기해했다. ‘감독님의 덕혜옹주는 어떨까?’ ‘어떤 여배우가 이 역할을 맡을까?’란 궁금증이 똬리를 틀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쉽게 만나지 못했던 작품이죠. 허 감독님과 ‘외출’(2005)에 이어 다시 작업하는 것도 의미가 컸고요. 소설이 가진 매력, 역사만큼이나 비극적인...드라마틱한 여자의 삶에 끌렸고요. 출연을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 "어두운 이야기로 풀었다면 폭넓은 관심 얻지 못해"
투자에까지 참여하면서 한땀 한땀 공들여 영화를 만들어갔다. 감독과 머리를 맞댄 채 더 좋은 에피소드를 넣고 빼면서 지금의 결과물을 창조했다. 평단 일각에서는 독립군과 연계 등 허구의 이야기를 덧대기보다 한 여자의 고독과 비애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낫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도 한다.

“적은 예산으로 다큐처럼 찍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거예요. '덕혜옹주'는 상업영화고, 관객이 많이 들어야 할 대작이에요. 전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책도 덕혜의 이야기를 픽션화했기에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역사적 사실까지 찾아보게 됐잖아요. 덕혜를 위인이나 독립운동가로 탈바꿈시켜 눈물과 감동을 주는 건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를 너무 찬찬히, 어둡게 만들면 다수가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예요.”

상업영화다보니 고민이 컸을 법하다. 손예진은 “이 영화를 통해 대중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덕혜에 대해 알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 손예진이 꼽은 명장면 셋
손예진이 되새김질한 덕혜옹주는 고종과 궁궐 사람들의 예쁨을 받던 공주였고 신문에도 자주 등장했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미칠 수밖에 없던 일본에서의 생활 때문에 1962년 고국에 돌아왔을 땐 정신이 혼미했다. 여성관객,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는 깊이 몰입하게 되는 존재다. 이런 인물을 연기한 주인공이 꼽는 명장면에 귀 기울였다.

일본 땅에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 앞에서 일본어로 연설하는 장면은 공교롭게 첫 촬영이었다.

“역대 최고의 무게감이 요구됐어요. 이 작품만큼은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는 게 용납되질 않았어요. 정말 잘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덜 준비된 거 같은데 첫 촬영이니 걱정스러웠죠. 다행히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박)해일 오빠가 계속 절 안심시켜줘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일본군에 의해 몸종 복순(라미란)과 강제로 헤어지는 장면은 새벽에 촬영이 이뤄졌는데 눈물이 절로 터져 나왔다. 자신을 위해 싸워준 유일한 동무를 떠나보내는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기에 감정 몰입이 힘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입국 장면이다. 흰머리에 검버섯이 피어오른 초로의 옹주가 구부정한 자태로 멈칫거리며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는 대목은 잔상이 강렬하다.

“공항장면이 가장 마음이 움직였던 인상적인 신이에요. 제가 출연한 영화처럼 보이지 않고 실제 덕혜옹주가 걸어 나오는 듯했어요. 어린 나이에 떠났다가 나이 들어 귀국하는, 세월이 주는 아픔이 확 느껴져서 시사 때 많이 울었어요.”

■ 15년 연기인생에서 마주한 신기한 체험
이번에 여러 모로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다. 첫 번째가 연기에 대한 것이다.

“캐릭터를 이렇게 해석하고, 이 지점에서 이걸 보여줘야지 하는 건 연기 테크닉인데 이번엔 정면 승부였어요. 어떤 기술도 거짓 같았어요. 감정을 쥐어짜는 것도 거짓이거든요. ‘덕혜옹주’에선 15년 동안 많은 작품을 하면서 쌓아왔던 감정, 절제와 폭발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듯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완급조절이 가능해졌고,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어요.”

두 번째는 스코어(흥행)를 바라보는 태도다. 모든 작품이 자식처럼 소중하나 ‘덕혜옹주’는 사뭇 다르다. 전에는 개봉을 전후해 스코어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게 된다. 많은 관객이 관람하고 묵직함과 뜨거움, 아픔을 나눴으면 하는 간절함이 그 이유다. 또한 어렵사리 만들어진 여성주의 시각의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사명감 때문이다.

“한동안 어두운 작품들을 했으니 좀 가벼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올해는 쉬면서 재충전을 하려고요. 소파와 한 몸이 돼서 누워있고도 싶고 여행도 계획하고 있어요. 정말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거든요.” (사진=손예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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