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새 '반토막'.. 거꾸로 가는 소방관 심리치료비

입력 2016. 8. 9. 18:18 수정 2016. 8. 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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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질환, 일반인의 5∼10배 / 작년 1인당 6만1300원 그쳐 / 낮은 예산에 치료 질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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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구조작업에 참여하는 등 10여년간 특수구조업무를 해온 이모(44) 소방관은 지난해 훈련과정에서 사고를 겪었다. 외상은 없었지만 사고 이후 이씨의 생활에는 변화가 왔다.

그동안 구조하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이 계속 떠오르고, 주변의 동료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력으로 버티겠다”던 이씨는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사직서를 내야 할 수준에 이르자 결국 심리치료실을 찾았다.

이씨는 “나약하게 보일까봐 강한 척했지만 그동안 나 스스로를 한 번도 다독여준 적이 없다”며 “치료 후 겨우 마음의 짐을 덜어낸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이씨처럼 화재진압과 구조과정에서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병원을 찾는 소방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소방관 심리치료 예산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소방관의 1인당 심리치료비는 4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심리치료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관 심리치료에 들어간 비용은 1인당 6만1300원이다.

이는 소방관 심리상담치료비 지원을 시작한 2012년 14만6000원에 비해 58%나 감소한 금액이다. 1인당 심리치료비는 2012년 이후 2013년 9만8300원, 2014년 8만2500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심리치료를 받는 소방관의 수는 2012년 363명에서 지난해 6050명으로 16.7배 급증한 데 반해 정부의 예산은 2012년 5300만원에서 지난해 3억7100만원으로 7배 늘어나는 데 그친 데 따른 것이다.

심리상담치료예산은 소방관 복지예산 중 ‘찾아가는 심리상담센터’ 등 예방단계 예산을 제외한 안심프로그램과 정신상담치료 등 치료단계 예산이다.

지역 소방본부에 근무하는 한 소방 공무원은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업무 특성상 심리치료를 받는 소방관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정부 의뢰로 진행된 진행된 설문에서 소방관의 우울증, 수면장애 등 심리질환 유병률은 일반인의 5∼10배에 이르렀다.

특히 PTSD 유병률은 6.3%로 일반인의 0.6%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 소방관의 17.7%가 신체가 심하게 훼손된 범죄사건에 출동한 경험이 있고, 8.5%는 동료의 사망을 목격했다.

1인당 치료비 감소는 장기적으로 소방관 심리치료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처 관계자는 “개별 소방관이 쓴 치료비는 전액 지원하고 있다”며 “심리치료예산은 전년도 상담인원과 증가인원을 고려해 편성하고 있다. 높은 수요증가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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