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저 금리에도 '투자 실종'..단기부동자금 MMF '사상 최대'
◆ 유동성 함정에 빠진 한국 ◆
MMF란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단기 금리의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초단기 상품이다.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낸다.
수익률이 연 1% 초반대에 불과하지만 단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줘 수시입출금식 은행 보통예금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MMF 순자산액이 증가한 것은 브렉시트 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희대 동부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최근 몇 년간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지만 갈 곳이 없으니 MMF 같은 단기 상품이나 채권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그나마 채권에 몰린 자금도 우량물 위주여서 쏠림현상이 극심하다"고 설명했다.
나중혁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브렉시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며 "최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 악화 우려 같은 불안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수준도 우리 증시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달러당 원화값의 예상 범위가 1100~1200원일 것이란 예측이 많은데 지금 원화값은 상단에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 증시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차익을 실현한 뒤 저점 매수하려는 대기성 자금도 MMF로 몰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선 위로 올라갔다가 빠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저금리 기조에서도 자금 흐름이 위험자산으로 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MMF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박스권 증시가 지속되는 데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외 경기 회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중혁 팀장도 "장중 기준 주가가 연고점 수준인데 여기서 더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기업 실적과 경제 전망 등이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계속되고 개별 종목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추세도 지난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다. 국내 채권 금리는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반영한 수준으로 추가 하락(채권값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
주식 기대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차이인 '일드 갭(Yield Gap)'이 2013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채권으로만 몰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연초 이후 이달 5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와 MMF 등을 제외한 펀드 유형별 자금 유출입을 조사한 결과, 국내 채권형 펀드에 가장 많은 5조7442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형 펀드에는 7932억원이 몰려 전체 채권형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6조5374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조2943억원이 순유출됐고,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1802억원이 빠져나갔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와 국채 3년물 사이의 일드 갭이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8.8%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는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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