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속터져, 아이가 꾸물거리는 속내를 알아보자

2016. 8. 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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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미루는 습관 극복하는 법

방학이 어느덧 중반을 넘어간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잔소리도 늘어만 간다. 밀린 숙제는 안 하고 ‘이것만 보고 할게’, ‘이 게임 5분만 하고~’를 반복하는 아이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 조금만 노력하면 잘할 것 같은데, 왜 할 일 먼저 안 하고 꾸물거릴까?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미루고 싶은 마음은 어른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지만 성장기에는 자기조절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미루지 않고 계획한 것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아이들의 미루는 행동(습관)은 ‘지연행동’, ‘꾸물거림’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단, 아이 속도가 느린 것과 미루는 습관은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생각하고 행동해 결과를 내는 ‘과정이 느린 걸’ 말한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정윤경 교수는 “타고난 기질이 느린 아이는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하느라 속도가 느린 것”이라며 “이런 경우 부모가 인내심을 가지고 그냥 기다려주면 된다”고 했다.

꾸물거림은 미루는 행동으로 인해 역효과가 나는 경우를 말한다. 부모들이 알아야 할 건 꾸물거림이 ‘기질’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꾸물거림은 부모를 비롯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는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꾸물거린다고 타박만 할 게 아니라 곁에서 어떤 도움을 주는 게 좋을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숙제 잔뜩 쌓아놓고 게임하는 아이
“왜 저러고 있을까?” 속터지는 부모

미루기 행동은 기질 아닌 습관
주변환경 등 영향 많이 받아
하기 싫어서, 몰라서, 누가 미워서…
아이 속내 살펴 자기조절력 길러주자

■ 아이 감정 속에 미루는 이유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미루는 행동은 감정이 이성을 이길 때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규식 박사는 “‘미루기’는 감정중추(변연계)가 이성의 뇌(전두엽)를 이겨서 생기는 일시적인 충동조절장애로 볼 수 있다”며 “내일로 미루면 더 잘할 것 같고, 내일부터는 열심히 할 거라 생각하면 그 순간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노는 데 대한 죄책감과 부담감, 실패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리학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의 꾸물거림은 ‘부정적 감정의 회피’를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부정적 감정을 피하고 싶은 경우는 크게 4가지다. 첫째는 ‘그 일이 하고 싶지 않을 때’, 둘째는 ‘그 일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를 때’, 셋째는 ‘그 일이 어렵다고 느낄 때’, 넷째는 ‘그 일을 지시한 사람을 공격하고 싶을 때’다.

중2 김아무개양은 중학교 입학 전까지 공부 잘하고, 빡빡한 학원과 과외 일정 등도 성실히 따라가는 아이였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 뒤 공부와 관련한 건 다 미루고 안 하기 시작했다. 부모·교사 등 주변인들과도 ‘네’, ‘아니요’ 등 단답식으로 대화하고 말문을 닫아버렸다. 전문직 부모님에 가정 형편도 좋았던 김양의 마음속에는 공부 잘하는 동생과 비교당하면서 느낀 설움이 있었다. 중1 첫 시험 때 엄마가 했던 말이 김양이 공부를 미루는 데 직접적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 집에 너같이 ○○ 같은 애가 있어 창피하다.”

김양은 서울학습도움센터 상담을 통해 부모와 관계를 회복하고 학습 지연 행동도 극복했다. 이 사례는 아이들이 부정적 감정을 피하고 싶은 경우 가운데 ‘그 일을 지시한 사람을 공격하고 싶을 때’의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 아이가 어떤 이유로 미루고 싶은지를 알아보려면 아이에게 미뤄야 하는 이유를 직접 적어보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공부 효율이 가장 높을 때까지 미뤘다 공부한다는 식으로 벼락치기를 합리화하는 일이 많다. 노 박사는 “적은 내용을 살펴보면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아이 역시 적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미루고 있음을 스스로 파악하는 시작점이 된다”고 전했다.

미루는 습관과 관련해 부모가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부모 기준에서 정신 자세나 마음가짐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아이들의 경우, ‘수학 문제가 너무 어려워 이해를 못 하겠어요’, ‘문단 구성하는 방법을 몰라 글을 못 쓰겠어요’ 등 실제로 하는 과정이나 방법을 몰라 시도를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체크해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 해야 할 양을 줄여주거나, 할 일을 잘게 쪼개서 쉽게 시도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 한 번에 한 가지씩 ‘다짐노트’ 적어보기

미루기 습관 유형 가운데 가장 풀기 어려운 유형이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경우다. 여기에도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거나, 나는 꼭 잘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 실패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이 있어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라면 평소에 아이와 대화를 통해 그릇된 신념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정 교수는 “결과보다는 과정 위주로 말해주고, 실패했어도 노력한 부분을 찾아 칭찬해주라”고 조언했다. 서울학습도움센터 김은정 학습상담사는 “그릇된 신념이나 자의식은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는 게 대부분”이라며 “부모 역시 아이에게 지나친 목표와 기대치를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다 겪어도 사람이기에 또 미루고 싶은 순간은 온다. 이때는 한 번에 한 가지씩만 목표를 잡아 ‘다짐노트’에 적어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다짐한 내용은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자주 보게 하자. ‘공부하기 전에 스마트폰이 하고 싶으면 엄마에게 맡긴다’ 또는 ‘전원을 끄고 서랍에 넣어둔다’ 등 목표치를 낮춰 작은 것부터 한 가지씩 도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노 박사는 “자기관리 능력이 향상되면 곧 자기주도학습 능력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 방학은 미루기 습관 점검의 적기

아이들이 공부할 때 좌절을 많이 겪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계획’이다. 계획 세워둔 걸 자꾸 미루거나 못 지키면 ‘나는 이런 것도 못한다’고 스스로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아이들이 계획을 잘 못 세우는 건 어떤 일을 할 때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방학은 실제 공부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테스트하기 좋은 기회다. 방학이 끝나기 전 과목별 또는 활동별로 공부할 수 있는 양을 측정해보자. 활동별로 20분씩 측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20분 동안 수학 문제를 풀어보고, 그 시간 안에 풀어둔 문제량에 3배를 곱해서 나온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실적 최대치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양을 알면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초등 5학년 이상이면 스스로 계획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 초등 4학년 이하인데 스스로 학습계획 관리가 어렵다면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노 박사는 “아이와 대화를 통해 사전에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적어본 다음, 단위활동별로 걸린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표를 짜보라”고 권했다. 이은애 <함께하는 교육> 기자 dmsdo@hanedui.com

미루는 습관을 예방하는 자녀교육 팁 -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주세요
- 어렸을 때부터 순서와 룰의 중요성을 알려주세요
- 아이 스스로 설계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해주세요
- 아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 것을 도와주세요
-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해주세요
- 실패했더라도 아이가 노력한 것을 찾아 칭찬해주세요
- 학습을 강요하지 말고 즐거움을 알게 해주세요
- 선택을 어려워하는 아이는 선택지를 주고 고르게 해주세요
- 잔소리보다는 시행착오를 직접 겪고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 조건 없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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