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미의 습격..이래저래 잠못드는 도시

유준호,박종훈 2016. 8. 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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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열섬현상'으로 개체수 급증..곳곳서 맴맴"가뜩이나 열대야에 힘든데" 소음피해 호소 급증
"밤에 경비실에 있으면 앞에 달아 놓은 전등에 매미 30~40마리가 날아와서 쿵쿵 부딪혀요. 사람이 와서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요. 밤에 있다가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는 김 모씨(67)는 최근 매미 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최전선에서 느끼고 있다. 김씨는 수많은 매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고 날아오는 통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도심지 열섬현상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아파트 등 주거 지역에 사는 매미 수도 이전보다 대폭 증가해 가뜩이나 잠 못 드는 도시인들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매미 개체 수 증가가 매미 울음소리를 더 크게 증폭시켰고, 일부 지역에선 그 정도가 심각해 '매미 소음'의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 역시 매미 소음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파트 바로 앞에 정원이 있는 동의 경우 1~3층은 문을 닫고 집 안에 있어도 워낙 큰 매미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김 모씨(40대 후반)는 "남편은 아예 이어플러그를 꽂고 잔다"고 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잠을 자지 못해 다음날 일정을 망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었다.

무더위 또한 주민들이 매미 소음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불편 중 하나다. 아무리 더워도 창문을 여는 순간 매미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집 안 깊숙이 침투해오니, 창문을 열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김 모씨(40대)는 "큰애 같은 경우에는 더워도 문을 닫고 공부한다"며 "하도 '맴맴'거리다 보니 이젠 매미가 안 울어도 '환청'이 들릴 지경"이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 같은 매미 개체 수 증가는 최근 도심 열섬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열섬현상이란 도시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 서울에서 열섬효과가 높은 지역의 ㎢당 매미 개체 수가 열섬효과가 낮은 지역보다 17.7배 더 많게 나타났다는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49)의 지난해 연구 결과는 기온 상승과 매미 개체 수 증가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김태우 박사(47)는 "곤충은 변온동물이다 보니 날이 따뜻하고 습할수록 살기가 좋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매미 수가 늘었다고 충분히 생각이 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매미 소음으로 인해 송파구에 제기된 민원만 해도 6건이 넘는다. 서울 내에서 열섬현상이 상대적으로 심한 곳으로 꼽히는 영등포·광진·서초 등도 비슷한 추세다. 그러나 구청에 민원을 넣어봤자 접수조차 되지 않는다. 매미 소음이 법에서 규정하는 규제 대상 소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음진동관리법은 사람, 동물, 곤충의 소음은 생활 소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김태우 박사는 "매미는 땅속에서 살다가 나무로 기어 올라와 성충이 되는데, 매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매미가 나무에 못 올라가도록 매끄러운 장치를 해놓는 시도도 있다"고 언급했다.

[유준호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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