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속 피로 물든 거리..무법살인

손미혜 기자 2016. 8.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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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닐린 올라이레스가 지난달 23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거리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연인 미카엘 시아론을 안고 있다. 옆에는 '나는 마약 밀매자다'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가 놓여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이 통제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지, 해외 매체들이 마약밀매 용의자들이 숨진 참혹한 시신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의 '철권통치'가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구심이 한층 더 증폭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는 필리핀 한 슬럼가에서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용의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대부분 피 웅덩이에 고개를 숙인 채 발견됐으며, 총을 소지한 채 체포에 저항하던 흔적이 함께 남기도 했다. 빈 공터에는 훼손된 시신들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고, 경찰이 설치한 노란 '접근금지' 테이프 너머엔 핏자국이 흥건했다.

특히 신원미상 무장괴한의 총격에 남편 미카엘 시아론을 잃은 한 젊은 여성의 울부짖는 모습은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제닐린 올라이레스는 "내 남편은 죄가 없다. 그는 어느 누구도 해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시아론은 삼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습격을 당했다. 그의 시신 옆에는 "마약 밀매자"라고 적힌 카드보드지가 놓여 있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5월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6개월 내에 마약·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선포한 이래 지금까지 필리핀에서는 수백명이 숨졌다.

제닐린 올라이레스가 숨진 남편 미카엘 시아론의 시신을 보며 비통해하고 있다. © AFP=뉴스1

필리핀 경찰은 거의 매일 밤마다 마약밀매상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은신처를 습격하고 있다. 경찰이 이번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6월 말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마약상 402명이 처형됐다.

그러나 이는 자경당원에 의해 살해당한 이들을 포함하지 않는 숫자다. 이외에도 자경당원의 단속에 의해 숨지는 무고한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카엘 시아론의 죽음은 대표적인 한 사례다. 단지 한밤중에 외진 골목이나 공터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이들도 다수였다.

필리핀 ABS-CBN 뉴스가 집계한 사망자수는 더 많다. 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5월 10일부터 총 603명이 사망했고 211명이 미확인 무장괴한에 의해 살해당했다.

필리핀 공권력이 통제 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는 데 대해 휴먼라이츠워치(HRW)를 비롯한 전 세계 300개 인권단체는 국제마약감시기구(INCB)와 유엔마약통제프로그램 측에 서한을 보내 두테르테 정부의 잔혹 행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필리핀 마약밀거래 용의자의 시신. © AFP=뉴스1

서한에서 이들은 "무차별적인 살해 행위는 마약 범죄를 줄이는 조치란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사람들이 거리에서 매일같이 죽어가는 시간 더 이상의 침묵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책이 수많은 마약밀매상들을 자수하도록 이끌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지금까지 56만5800여명이 자수했으며, 이들 대다수는 두테르테의 별명이 적힌 팔찌를 차고 있었다고 밝혔다.

필리핀 한 슬럼가에서 숨진 마약 밀거래 용의자의 시신 옆에 권총이 놓여 있다. © AFP=뉴스1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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