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칵~! 소리 내고, 동작 풀면 안 돼요", '부산행' 좀비 단역배우 백인권-김대현

2016. 8. 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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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부산행’의 일등공신”. 공유를 비롯한 ‘부산행’ 주연배우들은 하나같이 단역배우들에게 흥행의 공을 넘겼다. 보통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 ‘부산행’이 조금은 독특한 영화라서, 다시 말해 ‘좀비’가 전면에 등장한 영화라서 가능한 일이다.

백인권(32) 씨와 김대현(32) 씨도 그 좀비들 중 하나였다. 대전역에 정차한 주인공들을 떼로 덮치는 군인 좀비 역할로 영화에 출연했다. 두 사람은 연기자로 생활한지 각각 6년차, 3년차가 됐다. 또 이들은 함께 연기 스터디모임을 하면서 여러 영화들에 같이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기도 하다. 이들을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부산행’ 좀비 연기에 관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 “맹수 보고 따라한 좀비…사람 아니라 새로워”= 극중 “군인들이 승객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소식에 대전역에 정차한 부산행 KTX. 그러나 예상을 깨고 역에는 모두 좀비가 되어버린 군인들만 가득했다. 이들은 떼로 몰려와 승객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 아수라장이 된 역사 내, 공유와 일대일로 맞붙어 공격하다 모포를 뒤집어쓰고 허둥대는 좀비가 백인권 씨, 마동석이 유리문을 힘으로 버텨 잠글 때 앞에서 우글거리는 좀비들 중 한 명이 김대현 씨다. 

[사진= ‘부산행’에 군인 좀비 역할로 출연한 배우 백인권(왼쪽)과 김대현 씨.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공유 형님이 좀비와 붙는 씬을 처음 찍는 날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도망가거나 감정연기를 하는 씬을 촬영하다가, 저한테 그날 처음 공격을 받으신 거죠. 지나가는 말로 장난스럽게 “아 이제야 좀비 영화 찍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백인권)

백 씨는 오디션 때부터 스태프들에게 “좀비 역할을 하고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좀비영화, 호러, 고어를 원래 좋아하거든요. 그런데다가 국내에서 좀비 영화가 처음이었잖아요.” 그는 ‘월드워Z’, ‘새벽의 저주’, ‘28일 후’ 같은 영화를 참고하며 좀비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했다고 했다.

김대현 씨는 반대로 대사 있는 역할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좀비가 됐다. 좀비 오디션을 준비하면서는 인터넷으로 야생의 동물들을 유심히 보면서 동작을 연구했다. “호랑이나 다른 맹수들을 보면 가만히 있다가 앞에 물체가 있으면 표정이 싸해지면서 확 달려들잖아요. 유튜브에 ‘무서운 동물’이라고 치면 영상 많이 나와요.” (김대현)

길게는 6개월까지 연습을 한 좀비도 있었지만, 이들의 연습기간은 2개월 남짓이었다. 격렬하게 몸을 꺾고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는 군인 좀비를 연기하는데 비보이 댄서였던 백 씨, 농구와 체조를 전공한 김 씨의 배경이 큰 도움이 됐다.

실제 촬영은 더위와의 싸움이 가장 컸다. 30~40분이 걸리는 특수분장을 끝내면 긴 팔 긴 바지의 군복, 끈적거리는 빨간 피 분장이 이들을 찝찝하게 괴롭혔다. 게다가 백태가 된 눈을 표현하기 위한 특수렌즈도 난관 중 난관이었다. “진하기가 3단계가 있었어요. 얼굴 가까이 찍을 땐 가장 진한 하얀색 렌즈를 꼈어요. 정말 안 보여요. 선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뛰어야 했는데 아찔했죠.” (김대현)

[사진2= '부산행' 스틸컷 (NEW 제공)]

좀비 움직임의 기초적인 콘셉트나 개성을 잡아준 것은 박재인 안무가(무브스튜디오 대표)와 전영 조안무가였다. “단장님이 ‘좀비들이 다 똑같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하나씩 특징을 주셨어요. 누구는 팔이 이상하고, 누구는 다리를 절고, 누구는 고개가 꺾여 있다는 식으로요.” (백인권)

백 씨에게는 특히 “동작 풀지 마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백 씨가 멀리서 달려오는 씬을 풀샷으로 찍어야 했는데, 달리다 보니 너무 힘들어 각진 동작이 흐트러지자 각을 다시 잡아준 것. “칵~”이나 “컥~” 같은 괴물 소리를 내면서 무섭게 달려오라는 디렉션도 있었다고 했다.

“어쨌든 좀비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죽어 있는 시체가 움직인다는 느낌인데…. 이제까지는 모두 사람 연기를 어떤 감정을 가지고 했는데, 감정 없이 본능적으로 몸만 움직이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감정보다는 육체적인 연기였죠.” (백인권)

▶ ‘컷’ 소리도 못 듣고 열연…이제는 ‘연기자’다= 김대현 씨는 “대전역에서 유리문을 깬 것이 나”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마동석, 공유, 최우식 등과 유리문 하나를 두고 대치하던 좀비들이, 유리를 깨고 플랫폼으로 돌진하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것.

“카메라를 앞에 두고 머리로 유리를 한 번 깨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머리로 유리를 딱 깨니까, 촬영감독님이 “와 최고” 하시면서 엄지 딱 들어주셨어요. 그런데 영화 보니까 편집이 됐더라고요. 유리문 밖에서 우글우글하는 장면이 나오고, 유리가 깨져 좀비들이 떨어지는 장면만 풀샷으로 나온 거예요. 아쉬웠어요. 머리가 좀 다친 상태였는데 부상 투혼을 발휘한 거였거든요. (웃음)” (김대현)

백인권 씨는 공유와 붙은 액션 장면에서 ‘컷’ 소리를 못 듣고 연기를 계속 이어가다 ‘민망한 관심’을 받았다고도 했다.

“집중해서 막 뒤엉켜서 물려고 달려드는 연기를 하다 보니까 감독님 ‘컷’을 못 들은 거예요. 다른 연기자들은 다 듣고, 저랑 공유 형 둘만 계속 그러고 있었던 거죠. 제작부 쪽에서 와서 컷 했다고 말해주기도 했어요.” (백인권)

“스태프분들이 저 둘은 좀 달달하다고, 장난 식으로 놀리기도 했어요. 누워서 물라고 그러니까.” (김대현)

또 백 씨는 ‘부산행 대표 좀비’가 되어 촬영지였던 대전역 관계자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무래도 주인공 공유와 일대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보니 특수분장에 공을 들인 좀비였기 때문이다. 백 씨를 위한 좀비 치아도 따로 제작됐다. 백 씨는 “촬영이 끝났는데 제작팀 쪽에서 잠깐 분장 지우지 마시고 부탁 좀 들어달라고 하더라”라며 “역 안에 들어가서 관계자분들과 사진 석 장 정도 찍고 나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3= 좀비 분장을 한 김대현(왼쪽), 백인권 씨 (백인권 제공)]

‘부산행’ 이전에도 두 사람은 여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백 씨는 2010년 ‘포화속으로’에서 인민군 역할로 영화를 시작한 후 ‘방황하는 칼날’, ‘해무’, ‘오빠생각’, ‘검사외전’ 등 많은 작품들에 얼굴을 비췄다. 최근에는 OCN 드라마 ‘38 사기동대’에 ‘대포폰 업자 형님의 부하’로 출연한다. 최근에는 9월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에서 일본 경찰의 스파이가 된 친일파 역할로 촬영을 마쳤다. 김 씨도 ‘해적’, ‘오빠생각’ 등에 출연했다. 그는 올해 송강호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 출연이 확정됐다.

이들은 ‘부산행’을 기점으로 “아르바이트 같던 연기가 본업이 된 기분”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저희 목표가 알바를 안 하고 연기로만 생활을 하는 거였거든요. 작년 ‘부산행’ 촬영 때부터 지금까지 안 쉬고 작품을 하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좋은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백인권)

“그래서 저희가 요즘 알바를 잘 안 해요. (웃음)” (김대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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