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행사 초청장으론 비자 못줘"..3일 하루만 1천여건 퇴짜

정욱,정순우,서태욱 입력 2016. 8. 3. 17:50 수정 2016. 8. 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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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당혹 "수시로 中출장..매번 단수비자 어떻게 받나"대기업 임원 "이번 조치는 시작일뿐..앞으로가 더 두려워"수수방관하는 외교부 "현지 중국 파트너 초청장 받으면 돼"

◆ 中 복수비자 거부 사태 / 분통 터지는 비자발급센터 현장 ◆

"갑자기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중국이 사드 문제로 한국을 골탕 먹이려는 거 아닌가요."

10년 동안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 민 모씨. 3일 회사 직원과 함께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에 위치한 중국비자발급센터를 찾은 그는 "회사 직원은 신규 복수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비자발급센터 안내를 듣고 분통을 터트렸다.

민씨는 이틀 전 복수비자 발급을 받은 터라 이날 회사 직원의 신규 비자 발급이 되지 않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이 비자와 관련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업무상 중국을 제집 드나들 듯해야 하는 직원이 신규 복수비자를 받을 수 없게 돼 당분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단수비자로 중국을 오가야 할 처지가 됐다.

그는 "중국만 20년째 맡아서 사업을 하는 지인이 많은데, 현재 컨테이너가 현지에 도착해 있는데도 통과를 시켜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위생 허가도 다 받았고 수입금지 품목도 아닌데 문을 딱 잠그고 통과를 안 시켜주고 있다고 한다"며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 정부가 한마디로 골탕을 먹이는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스퀘어 비자발급센터와 함께 중국 비자 발급 업무를 하고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 극동빌딩 내 남산스퀘어 비자발급센터의 중국인 부사장 A씨는 "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 관련 변동사항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비자 발급 중단 사실을 시인했다.

중국 상용비자를 신청하려면 초청장을 첨부해야 하는데 그동안 대사관은 한국 여행사들이 대리 발급한 초청장도 인정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행사 초청장은 편법이니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중국대사관 방침이다. 센터 측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접수가 거부된 초청장이 1000여 개에 달한다.

A씨는 "초청장 종류가 많고 그중 딱 하나에 변동사항이 있는 것인데 구체적 사항은 영사관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내 사드 배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답답한 건 우리나라 외교당국이다. 외교부는 이날 중국 상용비자 발급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중국 측이 복수비자 발급을 중단하거나 신청 접수를 거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는 "다만 상용비자의 경우 그간 초청장을 발급하던 대행업체 자격이 3일자로 취소돼 향후 이 대행업체를 통해 초청장을 발급받을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 기업이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정상적으로 초청장을 받으면 상용비자가 발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 간 외교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을 염려해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기습적으로 복수비자 발급 연기를 결정하면서 중국에 거래처를 둔 기업들은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 현지에 상설 조직이나 인력이 없어 수시 출장으로 거래처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에서 화장품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B사 관계자는 "한국 대표가 중국 영업도 총괄하고 있는데 매번 단수비자를 발급받다가는 중국 고객사와 미팅 일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수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2차전지 소재를 만드는 C사 대표는 "한국 주요 고객사 공장이 중국에 있어 임직원이 한 달에 최소 2회 이상씩 출장을 간다"며 "복수비자가 중단되면 현지 영업과 고객사 응대에 치명적인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행 수요에 민감한 항공 기업과 역점적으로 현지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대기업도 염려를 드러냈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관광비자가 살아 있기 때문에 복수비자 중단이 현지 관광이나 주력인 중국인 관광객(유커) 방한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한·중 관계를 냉각시킬 어떤 악재가 나올지 전혀 모른다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으로 본사 기능 일부를 옮긴 한 기업 관계자는 "일부 주재원을 빼면 직원 10명 중 7명이 출장을 오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출장을 계획할 때 비자 유무까지 체크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한 대기업 임원은 "이번 조치는 서막에 불과할 뿐"이라며 "중국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부담스러운 조치들을 내놓을 것 같아 두렵다"고 전했다.

[정욱 기자 / 정순우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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