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 '기습지급'..허찔린 정부

전정홍,최희석 입력 2016. 8. 3. 17:42 수정 2016. 8. 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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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시정명령 이어 직권취소 예고..향후 '수당 회수' 놓고 공방 치열할듯
서울시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 사업의 대상자 선정과 현금 지급을 3일 전격적으로 강행했다. 보건복지부는 즉시 서울시에 시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직권 취소 처분을 예고하는 등 반격에 나섰지만 허를 찔린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청년수당 지원 대상자 2831명을 최종 선정해 각 50만원의 수당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설전을 벌인 지 하루도 안돼 나온 조치다. 신청자 6309명을 개별심사했고,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경우에 한해 계좌이체 방식으로 통장에 직접 현금을 지급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선정된 대상자들은 6회에 걸쳐 3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이미 올해 예산으로 90억원을 책정했다.

서울시의 발표에 복지부도 강공으로 맞섰다. 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대상자 결정 처분에 대해 '시정명령'을 통보했다"며 "대상자 결정을 취소하고 4일 오전 9시까지 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토록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서울시가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업을 직권 취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함께 밝혔다. 강완구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청년수당 사업이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협의·조정을 거치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다"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는 청년층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는 직권 취소에 불복해 대법원에 제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청년수당을 둘러싼 양측 간 공방은 법정으로 무대를 옮기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복지부는 서울시의 '기습공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복지부는 당초 서울시의 대상자 선정 직후와 수당 지급 전에 시정명령, 직권 취소를 연이어 내려 청년수당을 원천 봉쇄한다는 전략이었다. 현금 보조의 성격상 이미 집행이 이뤄지면 여론을 감안할 때 환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당초 서울시가 클린카드나 체크카드로 수당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져, 복지부는 대상자 선정 후 수당 지급까지 시차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서울시가 대상자 선정과 동시에 계좌이체 방식으로 청년수당을 지급하면서 손 놓고 있던 복지부는 허를 찔리게 됐다.

이에 따라 당장 이날 지급한 청년수당 환수를 놓고 복지부와 서울시의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복지부가 직권 취소를 할 경우 청년수당의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지만, 이미 지급한 돈을 정부가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고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년수당 사업은 사회보장기본법을 어긴 위법한 사업이기 때문에 지급된 현금은 부당이득"이라며 "서울시가 즉각 환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이미 수당을 받은 청년들에게는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서울시가 환수할 근거가 없다"며 "서울시 행정의 책임은 서울시가 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체크카드 지급에서 정부를 의식해 급히 현금 지원으로 바꿨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일부 보도가 있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클린·체크카드로 지급하겠다고 시에서 밝힌 적은 없다"며 "지급방식을 정한 것은 최근의 일이고, 허를 찌를 의도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복지부는 정부가 직접 청년수당을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당 환수는 포퓰리즘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직접 수당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정홍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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