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마약 빌미 학살 진행 중"..인권단체들, 유엔에 연대서한

오애리 2016. 8.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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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지난 5월 필리핀 대통령선거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당선된 이후 약 3개월동안 700명이 넘는 사람이 마약중독자나 거래상으로 의심되다는 이유로 법적 절차없이 경찰이나 자경단원에 의해 살해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휴먼라이츠워치, 스톱에이즈,국제 HIV/에이즈 연맹 등 300여개의 비정부(NGO) 인권단체들은 2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국제마약통제단(INCB)에 보낸 공동서한에서, 마약근절이란 이름으로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 이들 기구들이 침묵을 중단하고 목소리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서한을 주도한 국제마약정책콘소시엄(IDPC)의 앤 포드햄 사무총장은 가디언 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엔 산하 마약통제관련 조직들이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것을 촉구한다. 이같은 무자비한 살인을 마약 통제조치로 합리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매일 (필리핀) 거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그들(유엔 산하 기구들)이 침묵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현지 방송사인 ABS CBN이 경찰 기록을 근거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월 10일 두테르테의 승리가 확정된 이후 마약 관련 혐의로 피살된 사람은 704명이다. 이같은 숫자는 경찰청의 같은 기간 공식집계 결과인 355명, 비공식 추산 525명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마약 용의자 4300여명이 체포되고 14만여명이 자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마약을 뿌리뽑기 위해 법적 절차없이 현장에서 살해하는 것을 허용한 상태이다.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대권을 잡은 그는 "마약범은 죽여도 좋다"며 "경찰이 임무 수행 중 1000명을 죽인다고 해도 내가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 내부에서도 마약을 명분으로 한 '묻지마 살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립인권기구의 수장을 지낸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최근 상원 연설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피로 벌일 수는 없다. 더 많은 살인에 대한 충동이다" 라고 비판했다. 또 경찰이 마약을 빌미로 죄없는 일반 시민들까지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마닐라에서는 한 인력거꾼이 살해 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의 시신 위에는 '나는 마약거래꾼'이라고 휘갈겨 끈 종이가 놓여 있었다. 이 사건은 남편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절규하는 아내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언론에 게재되면서 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인의 아내는 남편은 절대 마약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INCB는 인권단체들의 서한에 대해 "향후 수일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미 필리핀 문제에 대한 유엔의 간섭을 거부하면서 " 유엔은 중동 분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도살당하고 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게 유엔이다. 그러니 닥치고 있어라"고 말한 바있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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