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전쟁터 같은 축구장에 핀 따뜻한 정, '특별한 손'

누군가 축구는 전쟁이라 했다. 공감한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축구는 정말 전쟁과 같이 거칠고 치열하며 투박하다. 매주 전 세계 축구장에서 그것이 증명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어울리는 축구장에서도 따뜻함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너무나 치열한 전투 속에 피어난 꽃이라 전해지는 감동은 배로 크다. 이번 <포토카툰>은 축구장에서 만난 '특별했던 손'이 주인공이다.


#김두현과 이동국의 뜨거운 우정

그라운드 위에서는 너무나 거친 그들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다들 아끼고 사랑하는 동료다. 


6월12일 K리그 클래식 성남과 전북의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이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동료들과 악수를 마친 김두현은 이동국을 찾아 멀찌감치 전북 선수단 진영(?)까지 넘어가 뜨거운 우정을 과시했다.



#나는 너에게, 너는 우리에게

때로는 내가 베푼 배려가 동료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7월9일 K리그 클래식 울산과의 경기에서 데얀은 울산 정산 골키퍼와 ​충돌이 있었고, 의료진이 투입된 후에도 거듭 미안함을 표했다.

데얀은 경기가 한참 진행된 뒤 또 한 번 정산 골키퍼를 찾아 미안함을 표했다.

경기 중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상대를 배려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의 배려는 곧 자신의 동료 고요한에게 돌아갔다. 

후반 추가시간 다리에 쥐가 난 고요한이 상대 골문 근처에 주저 앉았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공방전이 치열한 상황이라 의료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의료진이 투입될 경우 경기가 중단되고, 고요한은 그라운드 밖으로 나왔다 들어가야 하기에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 서로 속만 끓이고 있는 그때, 울산 정산 골키퍼가 나타났다.

못본 척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잠시 골문을 비워두고 도와준 정산 골키퍼 덕분에 고요한은 의료진 투입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경기를 다시 뛸 수 있었다.


#권순태 골키퍼의 조용한 쓰담쓰담  

1위 전북과 2위 서울의 맞대결에서도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다. 

프리킥 차는 박주영
선방을 한 권순태 골키퍼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후반 박주영이 기막힌 프리킥을 선보였고, 권순태 골키퍼는 온몸을 날려 볼을 쳐냈다. 그리고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권순태 골키퍼는 자신을 위협한 기특한 후배 박주영을 남몰래 칭찬했다. 자칫하면 골을 먹을 수도 있었던 위기였지만, 고수는 고수를 만나면 반가운 법이다. 



#잊지 않은 스승의 은혜

FC서울과 전북의 경기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또 있었다. 치열했던 경기가 2-3 서울의 패배로 종료된 후 3명의 전북 선수가 황선홍 감독을 찾았다. 포항 시절 함께 했던 제자들이었다. 

제자들을 반갑게 맞이한 뒤 씁쓸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강철 코치. 서울은 이날 전북에 2-3으로 패했다. 

이제는 적이 되었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여전히 반가운 스승과 제자였다.



#지는 날도, 이기는 날도 잊지않은 팬 서비스

따뜻한 손길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볼 수 있었다.

4월9일 성남에 2-3으로 패하며 아쉽게 첫 승을 또 놓쳤지만 인천 선수들은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보담을 잊지 않았다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한 뒤 가장 마지막에 라커룸으로 향한 케빈
7월30일 상주와의 경기 종료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이들의 사인 요청을 들어주던 수원FC의 임창균. 비록 경기는 0-2로 패했지만 응원에 대한 보답은 잊지 않았다.  
아이들이 급하게 내민 얇은 종이에 정성들여 사인하는 성남FC 곽해성



#인형에게 내민 고마운 손

지난 주말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무더위를 잊게 하는 훈훈한 장면이 포착됐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무더운 날씨 속에 인형 탈을 쓴 수원FC 사총사는 이날도 역시 열심히 일했다.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손을 잡고, 악수를 나누며 최선을 다해 관객 호응을 유도했다.

아빠와 함께 볼보이 체험에 나선 아이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수원FC 마스코트 화서장군  

그러나 더위도 잊은 채 일을 하기에는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폭염에 커다란 탈 바가지를 쓰고, 장갑까지 착용해야 하는 고충을 누가 알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밖으로 나온 마스코트 인형은 언제 힘들었냐는듯 재기 발랄한 제스처로 어린이 팬에게 재미를 선사했는데, 훈훈한 장면이 포착된 것은 경기가 다 끝날 때 쯤이었다.

아빠와 함께 일일 볼보이 체험에 나선 꼬마 아이가 마스코트 인형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생수병을 건넨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진으로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꼬마가 생수병을 건네자 마스코트 인형은 괜찮다는 손짓을 보냈고, 꼬마 아이는 생수병의 뚜껑을 열어 다시 한 번 물을 건넸다. 인형이 뚜껑을 열지 못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위 장면은 생수병의 뚜껑을 열어 다시 물을 건네는 순간이다. 

그저 셔터 누르기에 급급했던 기자를 부끄럽게 만든 너무나 따뜻한 손이었다. 이날 인형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꼬마 아이가 유일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말 없이 건네는 손길이 더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거칠고 투박한 축구장이지만, 그 속에서 발견한 정은 그래서 더 따뜻하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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