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로 하천 살린 일본 시민의 힘

2016. 7. 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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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쿄도 고가네이시·세타가야구 주민
급속한 도시화로 말라가는 하천살리기
침투마우스 등 빗물 모으는 용기 집집마다 설치
지하수 살리는 ‘기적’ 이뤄내
‘물순환 선도도시’ 광주시 등에 시사점

“저희 집에도 ‘침투마우스’ 4개 설치했어요.”

지난 22일 일본 도쿄도 고가네이시 청사에서 만난 니시오카 신이치로 시장은 “하늘에서 내린 빗물을 땅속으로 되돌려 물을 순환시키려는 노력이 노가와를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청사 광장 한쪽에 설치된 침투마우스를 가동하며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침투마우스란 “주택 지붕에 내리는 빗물을 관을 통해 모으는 용기”(그림)로, 땅속으로 빗물을 침투시키는 입(마우스) 기능을 한다. 침투마우스에 모인 빗물이 용기 안 작은 구멍들을 통해 땅속으로 스며들고, 넘치는 물만 하수관을 통해 배출된다.

도쿄도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25㎞ 떨어진 고가네이시는 11만여명이 거주하는 도시다. 고가네이(小金井)라는 지명에서 보듯 하안단구 밑에서 솟아나는 ‘용출수’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1960년대 말이다. 택지와 아스팔트 도로가 느는 등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이 늘어 하천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다. 니시오카 시장은 “빗물이 지하로 침투하는 양이 줄면서 지하수가 줄었고, 지하수가 하천으로 공급되지 못하자 하천이 말라갔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도 시·구의 주택에 설치된 ‘침투마우스’의 작동 원리.
7월23일 오전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구 시민들이 민관의 노력으로 복원된 노가와 하천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시민들은 1988년부터 자발적으로 빗물침투시설을 주택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고가네이시는 2004년 지하수와 샘물의 보전 등을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해, 1985년 이전에 지은 주택 등에 침투마우스 등을 설치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 현재 설치 대상인 1만5866가구의 61.6%에 침투마우스·침투관 등이 설치됐다. 하천의 수원인 용출수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시 관계자는 “이런 노력을 통해 땅으로 들어가는 빗물 양이 많아지면서 도심 홍수 위험도 줄었다”고 말했다. 고가네이시는 2001년 정부로부터 ‘일본 물대상’을 받았다.

시민들의 힘으로 빗물을 이용해 하천을 살리는 이런 노력은 물순환 체계를 도입하려는 우리나라 자치단체에도 시사점을 준다. 환경부는 지난 6월 광주시와 울산·대전·안동·김해 5개 시를 ‘물순환 선도 도시’로 선정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광주전남녹색연합 활동가 등 20여명과 함께 고가네이시에 이어 23일 찾아간 도쿄도 세타가야구 역시 시민들이 더디지만 지속가능한 하천복원 실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곳이다.

“저기 새까만 퇴적층 보이지요. 수질이 나빴을 때를 보여주는 증거예요.” 양해근 한국재해연구소 소장이 세타가야구 도심을 흐르는 노가와 하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 역시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수가 마르면서 건천화와 오염에 시달렸다. 세타가야구는 빗물침투시설을 통해 빗물을 지하로 스며들게 하고 용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도록 했다. 양 소장은 “하천변에 석축을 쌓고 빗물이 한 방울이라도 더 하천에 흘러들 수 있도록 석축 하단에 작은 구멍을 뚫을 정도로 세심하게 노력한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둔치도 홍수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시공만 했다. 4~5급수였던 노가와 수질은 현재 2급수 이상으로 올라섰고, 하천 주변엔 반딧불이 서식지가 복원됐다.

구가 설립한 ‘노가와 방문자센터’는 하천 살리기 주민운동의 구심점이었다. 센터 안에선 어린이들이 노가와에서 관찰된 식물과 어류, 조류 등의 사진으로 만든 퍼즐을 맞추며 놀고 있었다. 하천 주변 청소 봉사활동을 하던 주민 시미즈 게루히코(63)는 “새들이 돌아오고, 물도 많이 깨끗해져 행복하다”고 말했다.

7월22일 오후 일본 도쿄도 고가네이시 청사에서 만난 니시오카 신이치로 시장이 ‘침투마우스’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탐방단은 노가와가 흐르는 일본 소도시의 ‘기적’을 살피면서 물순환과 정반대로 가는 우리나라 도심하천 복원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광주시는 광주천(19.5㎞)이 도시화로 하천수가 고갈되자 주암댐 등지의 물을 끌어들여 방류하고 있다. 2012~2015년 광주천 방류수 예산이 78억원에 달한다. 2008년엔 방류수가 새지 않도록 상류 구간(810m) 바닥을 아예 시멘트로 발랐다. 양 소장은 “광주천처럼 지하수가 스며들지 않으면 자연하천이 아니라 사실상 수로”라고 말했다.

물순환 시범사업 도시로 선정된 광주시는 내년부터 광주천 복원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다.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우리 지형과 강우 특성을 고려해 빗물침투시설을 만들어 아파트단지에 설치하는 등의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전문가가 협의체를 구성해 광주형 물순환 체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가네이·세타가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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