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슬픈 집밥'.."또 먹을 수 있을지"

2016. 7. 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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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합원 400여명 25일째 공장서 농성
용역투입 앞두고 가족들과 모처럼 ‘집밥’
용역회사 쪽, 경비원 141명 배치 신고
경찰 “오늘 저녁 배치 여부 결정”
용역투입 강행하면 유혈사태 우려

불법 직장폐쇄 6일째인 31일 오전 충남 아산시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이 회사의 한 직원이 딸이 주는 수박을 먹고 있다. 그는 이날 "사측에서 노조파괴를 위해 고용한 용역이 들어오면 몸으로 막아야만 하는데, 같이 폭력을 행사할 수 없어 맞기만 해야 한다. 떨린다"라고 말했다. 아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집에서 만든 닭요리와 전복, 시원한 수박까지… 지난 8일부터 25일째 충남 아산의 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노동자들이 31일 낮 12시, 간만에 ‘집밥’을 두고 가족들과 둘러 앉았다. 지난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한 회사가 다음날(8월1일) 경비용역 투입할 계획인 탓에, 조합원들에겐 언제 다시 먹을지 모르는 ‘집밥’이었다. “회사의 불법적인 파업 대체인력 투입을 막겠다”며 410여명의 조합원들은 25일째 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의 아내와 자녀 등 250여명이 이날 공장을 찾았다.

가족들과 집밥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얼굴엔 불안한 표정이 감돌았다. 지난해 6월 회사가 채용한 특전사·경찰 출신 제2노조 조합원들이 폭력을 휘둘러 10여명이 중상을 당하는 등 당시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경비용역 투입을 강행할 경우 또다시 유혈사태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근속 30년이 넘은 한 조합원 ㄱ(52)씨는 “같이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고, 몸으로 막아야 하는데 때리면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떨리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수박을 아버지에게 먹여주던 ㄱ씨의 딸(26)도 “언론에선 아버지가 연봉 9600만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내가 아르바이트 하면서 학교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가 (자신들이 저지른) 노조 파괴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왜곡하고 있다. 노조파괴와 이를 위한 폭력은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남편을 찾은 ㄴ(32)씨도 “아이들이 아빠가 보고 싶어 늘 아쉬워한다”며 “직장폐쇄 전에 남편이 고열에 시달리는 등 몸이 안좋았는데 용역들이 들이 닥친다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식사를 마친 이후인 오후 3시께 경찰은 공장 정문을 틀어막고,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이 아닌 다른 민주노총·금속노조 조합원의 출입을 막았다. 이날 밤 9시에는 ‘연대의 밤’ 집회가 예정돼있는데, 이를 막기 위함으로 보인다. 아산서 관계자는 “갑을오토텍으로부터 수차례 시설물 보호요청이 들어온 상태고, 직장폐쇄 중인 기업에 다른 외부인이 출입하는 것은 건조물 출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아산서는 갑을오토텍과 계약한 경비업체 ‘잡마스터’로부터 ‘경비원 141명을 1일 오후 1시에 배치하겠다’는 경비원 배치신고를 접수한 뒤, 이날 저녁 7시 배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는데, 경찰이 미리 경찰력을 배치한 것이다.

노조는 “경비원 배치허가 신청이 2008년 ‘회사가 경비용역을 배치할 때는 노조와 합의한다’는 내용으로 맺었던 노사간 단체협약에 위배되고, 회사의 직장폐쇄가 위법하므로 이에 따른 경비용역 배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진정을 아산서에 제출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들, 조합원들의 가족들도 경찰과 시청 등을 찾아 폭력사태 방지를 위한 경비용역 배치를 불허해줄 것을 호소해왔다.

박태우 기자, 아산/김성광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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