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엔 버려진 양심만'..쓰레기장된 강릉 경포해수욕장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해수욕장이 아니라 쓰레기장'
계속된 폭염과 함께 찾아온 피서 절정기를 맞아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나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 때문에 백사장이 온통 쓰레기로 넘쳐났다.
31일 오전 5시 동해안 최대 규모의 강릉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은 거대한 쓰레기장이었다.
전날 경포해수욕장에는 지난 8일 개장 이후 가장 많은 피서객 37만 명이 찾았다.
이날 밤 백사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피서객이 백사장에서 무더운 밤을 지새웠다.
해수욕장 중앙통로 좌우 백사장에는 적게는 3∼4명, 많게는 10여 명씩 둘러앉아 소주, 맥주, 음료수, 과자 등을 먹고 마시는 젊은 피서객으로 북적거렸다.
밤새 백사장에서는 거대한 술판이 벌어졌다.
날이 밝으면서 드러낸 백사장은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맥주와 소주병, 생수와 음료수병이 치킨 등 각종 안주와 과자 봉지, 돗자리와 함께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어 본래의 백사장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새벽 운동을 나온 시민 정모(65)씨 부부는 "즐겁고 먹고 놀았으면 자기 자리는 스스로 치우는 양식까지 갖췄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양심이 모두 버려진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모래 속에 밤새워 마신 소주병을 자랑하듯 꽂아 둔 것도 눈에 띄었다.
먹다 버린 음식 쓰레기는 갈매기와 비둘기가 차지했다.
쓰레기 더미 옆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피서객도 적지 않았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31일 새벽 5시께부터 60여 명의 인부가 대대적인 청소에 나서 3시간여 만에 쓰레기가 넘쳐나던 백사장을 원래의 깨끗한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해수욕장 한구석에는 피서객이 버린 양심을 모아 놓은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뤘다.
청소원 이모(60)씨는 "국물이 있는 쓰레기까지 마구 버려 감당이 안 될 정도"라며 "즐겁게 논 다음 백사장을 떠날 때는 쓰레기를 모아 두거나 분리수거를 해 놓으면 깨끗한 백사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포해수욕장에서는 10t이 훨씬 넘는 쓰레기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릉시는 깨끗한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을 위해 하루 56명의 인력을 동원해 하루 3차례 청소를 한다.
쓰레기가 말끔하게 치워진 경포에는 피서객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 7월 마지막 날의 피서를 즐겼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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