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정형돈.. 그리고 깊어진 <무한도전>의 고민

하성태 2016. 7. 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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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사이드뷰] '도니' 떠나 보낸 빈자리, 안착 시급하다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손화신]

 <무한도전>의 정형돈이 공식 하차를 선언했다.
ⓒ 이정민
지난 2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분쟁조정위원회'편에서 특히 유독 도드라진 것은 기존 멤버들의 빈자리였다. 유행어 '히트다 히트'의 소유권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 위해 위원장 유재석을 비롯해 당사자인 박명수와 하하가 단상으로 나갔다. 남은 것은 정준하와 광희, 그리고 고정설이 돌고 있는 양세형.

이 셋 중 정준하만이 간간히 자신의 지분을 호소하며 간간히 웃음을 터트렸을 뿐, 광희와 양세형은 맞은편에 자리한 변호사들만큼이나 적은 분량을 자랑해야 했다. 오히려 증인으로 출연한 김영철과 김현철의 활약이 돋보였다. 물론 유재석과 박명수, 하하가 목소리를 높이며 제 물을 만난 것처럼 맘껏 뛰 논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만약 조정위원의 자리에 정형돈과 노홍철 등 기존 멤버들 모두가 자리를 지켰다면 어땠을까. 주제의 경중을 떠나 훨씬 더 왁자지껄하고 풍성한 상황이 연출 됐으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무한도전>에서 그런 지난 11년 동안 익숙했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로 수렴하게 됐다. 지난 29일 '도니' 정형돈이 <무한도전> 공식 하차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정형돈을 압박한 '왕관의 무게'

 <무한도전>의 정형돈.
ⓒ 이정민
"<무한도전> 특유의 긴장감과 중압감을 안고 방송을 하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이며, 다시 커질 지도 모를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결국 하차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형돈의 소속사 FNC 엔테터인먼트가 내놓은 공식 입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대목이다. "<무한도전> 특유의 긴장감과 중압감" 말이다. 정형돈이 불안 장애를 이유로 활동 중단을 결정한 것이 지난해 11월. 그는 그간 <주간아이돌>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잠정 하차하고 9개월 간 휴식기를 가져왔다. 허나 그 시간 동안 <무한도전>이 지닌 '왕관의 무게'까지 줄어든 것을 결코 아니다.

예컨대, 장항준 연출, 김은희 극본이 결정된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무한상사>의 캐스팅 소식을 보라. <시그널>의 인연으로 김혜수와 이제훈이란 걸출한 배우들이 캐스팅된 가운데, 기존 GD를 비롯해 김희원, 전미선, 김원해, 신동미 등 다양한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며 "영화 두 편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반응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라인업을 완성해 가고 있다. 

잘 해도 기본, 못하면 어마어마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의 현재 위상을 대변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여타 예능에 출연 중인 노홍철이 제작진의 의사와 달리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속내도 정형돈의 중압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타의에 의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로 안 할 수밖에 없는 것'에 가깝다. 

결국 '식스맨' 논란 직후부터 켜진 '빨간불'은 그대로지만, 해결책이 난망하다는데 난점이 도사리고 있다. 제작진의 값진 아이디어와 더불어 <무한도전>을 지탱하던 다른 축인 '캐릭터쇼' 자체가 어려워진 현 상황에서 별다른 타개책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작진이 '분쟁조정위원회'편에서 '방송 스포일러'도 처벌 가능한 가에 대한 법적 물음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것은 그동안 번번이 김을 뺐던 '스포일러 기사'를 향한 항변과도 같아 보였다. 안 그래도 힘든데 왜 자꾸 힘을 빼느냐는 항변 말이다.  

500회 앞둔 <무한도전>의 숙제

 <무한도전>은 많은 시간을 쌓아오며 멤버 변화를 맞았다.
ⓒ 이정민, MBC
최근 7회에 걸쳐 방영된 '릴레이툰' 특집은 확실히 부진했다. 웹툰을 더빙과 함께 직접 브라운관으로 소개하는 차별적인 기획에도 불구하고, '릴레이툰' 특집은 개별 멤버들과 웹툰 작가들이 내놓은 개별 작품의 수준이나 소재에 의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기획이었다. 이에 반해 "슬랙스틱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이 마음껏 놀고 까부는 특집이 보고 싶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광희를 제외하고, 막내 하하가 38세인 멤버들이 과거처럼 왁자지껄 뛰어 놀 수 있는 특집은 점점 난망해 지고 있다. 특히나 캐릭터가 팔 할인 '추격전'과 같은 아이템도 재미나 횟수 측면에서 현저히 줄었다. 노홍철이나 정형돈과 같은 확실한 캐릭터가 사라진 뒤 찾아 온 풍경이다. 이를 대체할 게스트들과의 집단 예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가을, <무한도전>은 500회를 맞는다. 정형돈의 복귀와 함께 다시금 활력을 얻으리라 던 기대가 이제는 물거품이 됐다. 안타깝지만, 새멤버 영입을 통한 활로의 모색이 더욱 절실해진 시점이다. 꼭 '식스맨' 특집과 같은 대형 기획일 필요는 없다. 대형 기획의 경우 예상치 못한 장동민의 과거 발언으로 적잖은 피해를 본 과거가 제작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를 활용하는 지금의 방식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새 멤버를 영입해 하루빨리 '안착' 시킬 필요가 있다. 그것이 미국행에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진 양세형이든 제2의 인물이든 말이다. 더불어 중압감을 벗은 정형돈이 방송에 복귀하고 <무한도전>에도 게스트로 출연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사대천왕'이자 유일하게 자진 하차한 멤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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