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이용 작곡가 김택수 "로봇 연주 높은 수준까지 이르러"

이재훈 2016. 7. 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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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택수, 작곡가

■경기필, '모차르트 vs 인공지능' 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 성시연)가 8월 10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모차르트 vs 인공지능'을 타이틀로 음악회를 연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높아진 흐름에 맞춘 공연이다. 인공지능(로봇) 작곡가로 알려진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곡을 선보인다.

이날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작곡가 김택수(36·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작곡가)의 창작곡도 세계 초연한다.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기초가 되는 알고리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를 가리킨다. 경기필이 이번 공연을 위해 그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김 작곡가는 화학자가 되고자 했던 '과학 영재'출신이다. 서울 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에서 공부했다. 1998년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 작곡과를 거쳐 인디애나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포틀랜드에 거주하며 루이스 앤드 클라크 칼리지와 포틀랜드 스테이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와 공연 전 e-메일로 궁금증을 풀었다.

Q. 음악 분야에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것을 어떻게 지켜보십니까? 인공지능까지는 아니지만 예전에 재즈 뮤지션 팻 메스니가 오케스트리온(Orchestrion·미리 입력된 기계적 장치에 따라 자동으로 악기가 연주되는 시스템)을 라이브 연주에 사용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A. "로봇의 연주는 아주 높은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최근 인터넷에서 '사물의 모양에 따라 소리가 드럼채로 두드리면 소리가 어떻게 날지 파악하는 프로그램'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봤고요. 인공지능 자체가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Q. 하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가 작곡한 오케스트라 곡 연주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아직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젊은'(?) 작곡가이니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죠? 알파고도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역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바둑은 '이긴다'는 목표가 확실히 있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아서. 무슨 기준으로 평가해야할 지부터 고민해야겠지만요.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고흐 풍의 화법으로 인공지능이 그린 작품들이 유행했었죠? 그것과 비슷하게 충분한 양의 소스가 있고 틀이 분명한 스타일의 경우에는 음악분야에서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아마 꽤나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다만 얼마나 인공지능이 '남을 모작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는 아직 의문이고요. 모차르트를 따라하는 것이 관건이라면, 결과적으로 모차르트를 뛰어 넘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또 인공지능이 얼마나 자신의 의지를 갖고 작업을 할지 또는 인공지능에게 동기부여가 가능하기는 한 건지도 궁금하고요. 이번 오케스트라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감이 안 온다는 게 솔직한 답일 거에요. 제가 현재까지 들은 에밀리의 작품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를 것 같고요."

Q.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작곡을 하신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어떻게 곡 작업을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곡 전체를 알고리즘만으로 쓴 건 아니에요. 그렇게 했을 때 제가 만족할 정도의 음악이 나올 정도의 역량이 안 되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알고리즘을 간단한 계산기(?) 처럼 사용하게 됐죠. 곡이 전체적으로 4악장이에요. 1악장은 '파라볼라(parabola)'(포물선)'가 기본 아이디어에요. 악보 위에 다양한 포물선들을 그리고 그걸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음표로 변환했죠. 2악장은 '네뷸라(nebula)'인데, '전자구름' (오비탈·orbital)에서 착안했어요. 그래서 '음구름'의 분포도를 대략적으로 스케치하고, 거기에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음들을 흩뿌려 놓았고요. 적정곡선(화학 실험의 일종)을 구조적 틀로 사용한 3악장 '티트라타(titrata)'에서는 부분 부분 대략적인 음의 진행 방향을 정한 다음에 그것을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채웠어요. 마지막 4악장 '펀타타(punctata)'에서는 리듬과 음고를 적당한 제한 안에서 알고리즘이 즉흥하도록 만들었어요."

Q. 과학, 수학, 음악에는 통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요. 과학(화학)을 공부하신 것이 음악하시는데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음악에서 사용되는 숫자들이나 특정한 원리들을 보다 빠르게 이해하기는 하겠지요? 어느 정도는 저만의 영감의 원천·사물을 보는 시각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게 감정적으로 안정감을 줄 때는 있지요. (예술가들은 남들과 다른 것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사실 직접적으로 얼마나 연결이 돼 있는지는 파악하지는 못하겠어요."

Q. 이번 음악회가 클래식음악계와 대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선생님께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시는지요?

"알고리즘이 음악보다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요? 작곡을 하는 매 순간 순간은 사실 알고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알고리즘은 일상생활에서 매순간 하는 판단과도 연관이 있고요. (예를 들자면, 기분이 좋지 않으면 매운 것이나 단 것을 먹는다라는 식이요) 그런 연관점에서부터 작곡이라는 프로세스를 대중들에게 조금이나마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클래식음악계에는, 작곡에 대한, 또 음악에 대한 사고를 한 번 정도 넓혀주는 자극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알고리즘 작곡을 이해한다는 것은 '음악의 원리'(제 지도교수님이셨던 전상직 선생님께서 굉장히 강조하시는 부분이기도 해요.)를 이해한 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스스로도 보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요."

Q. 지난해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문묘제례악을 재해석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보기 좋아요. 앞으로 더 꿈꾸고 계시는 작업이 있나요? 코리안 심포니 상주작곡가로서 활동하시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최근 '내 작품에는 아무래도 한국의 현대문화(제 생년인 1980년 이후)가 나도 모르게 반영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무래도 그걸 인식한 만큼, 거기에서 많은 가능성들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사실 아직도 보지 못했지만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하고요.) 거기서부터 사실 시간 역순으로 그 뿌리를 찾아 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코리안심포니와의 작업은 너무나도 감사한 선물이자 혜택이에요.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금이라도 한국 창작 음악계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로 전략도 짜고 있고요.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작곡전공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 및 오케스트라 리딩세션을 시작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어요. 저 스스로도 진은숙 선생님과 서울시향을 통해 제공받은 기회들로부터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그것을 다 나누고 싶고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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