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이가 다섯' 정현정 작가 "아이 있으면 재혼불가?"

2016. 7. 31. 09: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청률 30%대 고공행진 KBS '아이가 다섯' 종영 앞두고 진통 "가족의 확대 고민해야 할 때..최대한 따뜻하게 마무리"

시청률 30%대 고공행진 KBS '아이가 다섯' 종영 앞두고 진통

"가족의 확대 고민해야 할 때…최대한 따뜻하게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아이가 있으면 재혼을 말아야 한다'는 댓글을 보고 놀랐어요. 그런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더라고요. 재혼 가정이 생각보다 주변에 굉장히 많아요. 재혼을 포함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 가족의 확대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KBS 2TV 주말극 '아이가 다섯'이 종영을 한달 앞두고 막판 진통 중이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인기 속에 4회가 연장됐지만, 알콩달콩 멜로 대신 재혼 가정의 정착기가 본격적으로 조명되자 다양한 시청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46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32.1%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관심은 높다. 그러나 재혼 가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이 조명되자 불편함, 지루함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이가 다섯'의 정현정 작가는 고지를 눈앞에 두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마지막 4회 대본 집필을 남겨둔 정 작가는 31일 "확실히 쉽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탈고를 앞두고 고심 중인 정 작가와의 번개 인터뷰를 전한다.

◇ "재혼 가정 아이들의 내면 그리고 싶었다"

안재욱-소유진, 성훈-신혜선 커플의 이야기가 사랑받으면서 잘 달려온 이야기는 재혼 가정의 정착 단계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쓰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드라마적 판타지로서 '그들은 재혼해서 다섯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라고 '쉽게'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작가는 산넘고 물건너 재혼에 골인한 이후의 삶에 막판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아이가 둘인 홀아비 상태(안재욱 분)와 아이가 셋인 이혼녀 미정(소유진)이 재혼을 하는 일은 처녀총각의 결혼보다 훨씬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쳤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려 다섯명의 어린 자녀가 새아빠, 새엄마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형제를 맞이하는, 더 어려운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친아빠의 존재와 친엄마의 기억, 외가와 친가 식구들이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은 오만가지다.

'아이가 다섯'은 제목답게 아이들의 내면을 그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는 새로운 가정에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작가는 "정말 다 가져가지는 힘들더라"고 털어놓았다. 재혼 가정 구성원의 입장을 고루 조명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다.

"재혼가정을 그리는 드라마가 처음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내면은 잘 안 다뤄졌었어요. 새엄마가 아이들을 나쁘게 대하거나 아이들이 새엄마를 나쁘게 대상화하는 정도가 있었죠. 저희 드라마 얼마 안 남았지만 아이들이 새엄마, 새아빠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나오면 어린이 드라마 같은 인상을 주는 게 문제더라고요. 또 시청자들이 아이들의 내면은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기도 하고요. 또 댓글 중에 '애가 있으면 재혼 말아야지'라는 의견들이 종종 눈에 띄어서 놀랐어요."

작가는 적응단계에 있는 아이들의 반응을 많은 취재를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했지만, 일부 시청자는 재혼한 부모가 아이들에게 고통을 가한 가해자라고 받아들였다.

"상태의 아이들과 미정의 아이들이 가족이 돼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상태와 미정을 아이들에 대한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놀랐어요. 친부모 밑에서 자란다고 그런 결핍이나 고통이 없지 않을텐데 말이죠. 저는 주인공인 상태와 미정을 굉장히 보호하려고 하는데도 아이들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주인공들을 비난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상태 전 처가의 시선은 곧 재혼 가정에 대한 사회의 시선"

'아이가 다섯'의 재혼이 더욱 복잡했단 데는 상태의 전 장인(최정우), 장모(송옥숙)가 아이들의 양육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딸을 떠나보낸 뒤 홀로 남겨진 사위와 외손주들을 끼고 살았던 장인, 장모는 사위가 재혼하자 같은 아파트로 이사와 외손주들이 새엄마 밑에서 잘 자라는지 걱정하고 '감시'한다.

"상태 처가의 시선은 곧 재혼 가정에 대한 사회의 시선입니다. 아이들에게 못할 짓이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거잖아요. 재혼 가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응원을 해줘야하는데 계모와 계부를 믿지 못하고 완전한 가족으로 봐주지 않고 있잖아요. 내 손자를 잘못 키우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마음이지만 그게 과하면 문제가 되죠."

그러나 딸 가진 부모들은 상태 전 처가의 반응에 감정이입을 한다.

정 작가는 "저희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정말 다양하게 감정이입을 하시더라"고 말했다.

"상태 전 장인, 장모의 행동이 밉상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을 이해하신다는 분들도 많아요. 전혀 모르는 여자한테 손자, 손녀를 맡기게 된 조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겠냐는 거죠. 현실에서는 그래서 재혼하면 이전 처가나 시댁과의 연을 딱 끊기도 하는데, 이제는 좀 관대한 시선으로 모두가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시선'은 미정의 전 남편(권오중)을 놓고도 갈린다.

미정의 친구와 외도를 해서 이혼한 전 남편이 행복해서 되겠냐는 반응과 그래도 아이들의 아빠인데 잘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시선이 교차한다. 미정의 아이들은 친아빠와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

정 작가는 "미정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친아빠가 그래도 잘 살아야 좋은 것 아니겠냐. 미정이 역시 애들 아빠의 과거는 밉지만 그래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적으로 가족의 확대에 대한 대책 세워야할 때"

이렇듯 '아이가 다섯'이 재혼가정에 대한 주의 환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달부터 주민등록등본에 재혼 가정에 관한 표기가 일부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혼한 배우자의 자녀는 '동거인'이 아닌 '배우자의 자녀'로 표기되고, '처'와 '남편'은 '배우자'로, 아들과 딸 모두 '자'로 표기하던 것은 '자녀'로 바뀐다.

정현정 작가

그간 '동거인'으로 표기된 재혼가정 자녀는 학교에 제출한 등본을 보고 담임교사의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느냐'는 질문 등에 따라 상처를 받고, 전기요금 할인 등 다자녀가구 혜택 신청에도 불이익을 당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 작가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동거인'이라는 표현을 접하고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스토리에 반영하려고도 했는데, 8월부터 바뀐다는 소식에 다루지는 않았다"고 들려줬다.

"개인적으로는 '배우자의 자녀'로 표기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주민등록등본에는 가족으로 표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혼은 부모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자녀의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겠더라고요."

정 작가는 "재혼 가정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가족 이후의 가족을 고민해야 하는 때"라면서 "여러 가족이 많아지니 사회적으로 가족의 확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 셰어하우스, 딩크족 등 다양한 가족이 생기고 있어요. 또 재혼 가정은 부부만의 문제도, 아이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양쪽의 친가와 처가, 시댁 등의 문제가 얽히면서 굉장히 큰 가정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가족의 확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pretty@yna.co.kr

☞ 여성호르몬 치료 후 병역면제 20대男…재판서 무죄
☞ '진도개 vs 그레이하운드'…누가 더 빠를까
☞ 어묵·김·미역·쌀·찰떡…우린 김영란법 기다렸다
☞ '사람 피부 가방' 제작은 예술인가, 범죄인가
☞ 아내 먼저 보낸 남편, 사망률 4.2배 높아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