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2대 빵빵 틀어도 전기요금 月 6천원..'전기 도둑' 극성

2016. 7. 3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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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농사용 전기 끌어다 불법 사용..'얌체 농가' 적발 올들어 급증 가정용 13만원이면 농사용은 2만5천원..충북 올해 375가구, 5억9천만원 위약금

값싼 농사용 전기 끌어다 불법 사용…'얌체 농가' 적발 올들어 급증

가정용 13만원이면 농사용은 2만5천원…충북 올해 375가구, 5억9천만원 위약금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일하고 들어와 잠만 자니까 집에서 전기 쓸 일이 별로 없어요"

충북 진천의 한 농촌 마을을 돌던 전기 검침원은 집주인의 천연덕스러운 답변에 쓴 웃음을 지은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비해 매번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적게 나와 미심쩍어 물어본 것인데 대답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사시사철 이 마을을 방문해 검침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어떤 가전제품이 있는지 훤히 알고 있는 그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됐다. 이 집의 한 달 전력 사용량은 매달 100㎾h 안팎에 그친다. 요금으로 따지면 6천∼7천원 수준이다. 집에 들어찬 가전제품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요금이다.

또 다른 농가도 검침원의 의심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인부를 많이 쓰는 이 농가는 집 마당에 냉장고 2대, 집안 부엌에 냉장고 1대가 있고, 에어컨도 2대나 있지만 전력 사용량은 100㎾h를 살짝 웃돈다. 요금이 적을 때는 9천원, 많아야 1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 집 주인 역시 "전기를 적게 쓰시네요"라는 검침원의 물음에 "담배건조실에서 대부분 생활하고 집에서는 잠만 잔다"며 말을 돌렸다.

의심이 간다고 불쑥 집안에 들어가 살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검침원이면 검침이나 하고 가라"는 나이 많은 집 주인의 지청구에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전기요금 걱정을 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누진제가 적용되면서 가정용 전기는 '요금 폭탄'이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전기 요금이 무서워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다는 푸념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전기 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가전제품을 가동하는 농가들이 있다. 가정용보다 저렴하고 누진제조차 적용되지 않는 농사용 전력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이다.

농사용 전기는 말 그대로 농사를 짓는 데만 써야 하기 때문에 농촌이라 하더라도 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일부 얌체 농가에서 제한적으로 농사용 전기를 가정에서 썼는데 누진제 적용으로 가정용 전기 요금이 큰 부담이 되면서 오히려 이런 농가가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국전력공사 충북본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충북에서 농사용 전력을 일반 주택으로 몰래 끌어다 쓴 587가구가 적발됐다. 이들 가구는 총 8억4천100만원의 위약금을 물었다. 1가구당 144만원꼴이다.

위약금은 주택용으로 환산한 전기요금의 2배이다. 위약금을 물게 되면 부담이 커지지만 '전기 도둑'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었다.

올해 상반기 375가구가 적발됐고, 이들은 1가구당 158만원꼴로 총 5억9천400만원의 위약금을 물었다.

작년에는 한 달 평균 49가구가 적발돼 월별로 7천만원의 위약금을 물었지만 올해에는 한 달 평균 63가구가 적발됐고 월 9천900만원씩 물어낸 셈이다.

농사용 전력이 일반 주택용 전력보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500㎾h의 전기를 기준으로 할 때 일반 가정용 전기라면 13만260원의 요금을 물어야 한다. 100㎾h까지는 ㎾h당 요금이 60.7원에 불과하지만 100㎾h씩 더 쓸 때마다 ㎾h당 125.9원, 187.9원, 280.6원, 417.7원으로 누진되다가 500㎾h를 초과하면 ㎾h당 709.5원의 '폭탄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반면 농사용 전기 500㎾h의 요금은 2만5천440원에 불과하다. 누진제가 적용되지도 않고 요금도 저렴하다는 매력 탓에 농사용 전기 '도둑질'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폐하기 위한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강제 수색을 할 수 없는 검침원들로서는 쉽게 적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 농민은 검침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농사용 전기선을 딴 전선을 땅속으로 매설해 집으로 연결했다. 그는 올해 적발될 때까지 5년간 농사용 전기를 가정에서 썼다. 이 농민이 물어낸 위약금은 무려 1천500만원에 달했다.

또 다른 농민은 농사용 전기선이 왜 자신의 집에 연결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기며 책임을 발뺌했다. 한전이 검침해 청구한 대로 요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농민도 끝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계량기를 담 바깥쪽에서 체크해 전력 사용량을 파악하는 검침원들로서는 농사용 전기 도둑을 적발하기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농사용 전력을 훔쳐 쓰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을 것으로 한전은 추정하고 있다.

한전 충북본부 관계자는 "주택에 몰래 연결한 농사용 전깃줄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검침원들에게 강제로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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