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요격 능력 검증부터 필요해"

전병역 기자 입력 2016. 7. 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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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보고서 새삼 주목…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방어는 불가능
경북 성주군민 2000여명이 상경해 7월 21일 서울역광장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7월 22일 “사드 이외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고 국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 핵·미사일을 막을 뾰족한 대안은 누구나 알 듯이 없다. 있었다면 북핵 능력이 지난 20여년간 확대되지 못했다. 그러나 사드도 별다른 대안이 못 된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계획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미국의 한 북한 전문매체가 올해 3월 내놓은 보고서가 새삼 눈길을 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산하 ‘38노스’라는 인터넷사이트에 미사일과 핵무기 전문가가 기고한 글이다. 이들은 사드로 동시다발적인 북한 미사일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특히 이는 어디까지나 재래식 미사일 얘기다. 미국 내에서도 과학자들이 ‘미사일 방어체계 성능이 부풀려졌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우리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적잖다. ‘장사꾼’의 일방적 홍보물을 믿기 전에 ‘소비자’가 제품정보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러운 형국이다.

미사일 방어 전문가인 마이클 엘러먼과 핵무기 분석 전문가 마이클 재거릭은 3월 10일자 38노스에 기고한 ‘사드: 뭘 할 수 있고, 없고’라는 보고서에서 사드의 명암을 분석했다. 이들은 일단 “한 개 또는 두 개의 사드 포대를 남한에 배치하는 것은 북한 미사일 공격에 방어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드 체계를 맹신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어떤 미사일 방어체계도 허점이 없을 수는 없다”며 “다층적 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완벽히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이 화성(무수단)과 노동미사일을 수백 발 정도 발사할 경우 요격하는 데 엄청난 미사일 방어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중국 국경 근처에서 미사일을 쏠 때에 대비해 충북 청주 북쪽 수㎞ 위치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고, 원산처럼 비무장지대(DMZ) 북쪽 100㎞ 안에서 쏠 때를 상정해 남쪽에 사드 포대를 하나 더 배치해야 남한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연구대로라면 성주 사드 포대로는 중국 국경 근처에서 쏘는 북한 탄도미사일은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들은 또 “AN/TPY-2 사격통제 레이더는 추적할 수 있는 물체 숫자가 제한돼 있다”고 밝혔다. 동시다발적으로 약 20개 이상 미사일을 날리면 레이더는 포화상태가 돼 버린다. 20여개 미사일이 동시에 날아온다면 사드 레이더는 한 번에 60개 목표물을 추적해야 해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또 “추가적인 요격을 하려면 다시 발사관을 장착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준비 시간 동안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옛 소련과 미국이 무력 충돌하지 못한 것은 서로 가공할 핵무기를 보유한 때문이었다. 수소탄급 핵폭탄은 한 발만 상대 수도에 떨어뜨려도 치명상을 입힌다. 그러면 소련이 워싱턴, 뉴욕 등에 먼저 날리면 체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왜 못했을까. 미사일 방어망이 걸려서가 아니다. 기술적으로만 보자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탓이 컸다. 위치가 안 드러난 해저에서 날리는 SLBM은 사전 탐지는 물론 방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소련이 미국 본토를 초토화시킨 뒤에라도 미국이 해저에서 SLBM으로 응수한다면 소련도 잿더미가 되기는 매한가지다. 이를 ‘상호확증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라고 부른다. ‘공포에 의한 균형’이 유지된 한 이유다.

북한 땅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으려면 사드와 PAC-3(패트리엇 체계) 레이더가 북쪽을 향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38노스 보고서는 “만약 북한이 SLBM을 실전에 배치한다면 동해나 서해, 한반도 남쪽 해저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에는 사드나 PAC-3는 무효가 된다”고 지적했다. 북쪽을 향한 레이더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이때 ‘상호확증파괴에 의한 공포의 균형’이 가능해질 수 있는 단계에 다가선다.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 정권이 노리는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

끝으로 위 보고서는 재래식 미사일은 일부 놓치더라도 피해가 적어 감내할 만하지만 핵탄두는 하나만 방어망을 뚫고 와도 피해가 막대해서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사드나 다른 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방어는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300~500㎞ 사거리 화성5(스커드B)와 화성6(스커드C) 미사일 500기와 1000㎞짜리 노동미사일 200기를 가지고 있다”며 “이들 모두 핵탄두는 물론 생화학 탄두를 실어 나를 능력이 있다”고 평했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사드를 받아들이는 건 ‘신중하고 방어할 만한 정책 결단’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엘러먼과 재거릭은 “다른 사항들도 함께 감안해야 하며,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나 ‘미사일 방어의 경제성’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드 배치를 무력화하려고 북한이 무기고를 늘리거나, 미사일이나 발사대와 인력 증대를 위해 급격히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험 상황에서는 요격 효과가 좋았다지만, 사드의 성능에 의문부호를 다는 전문가가 적잖다.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제비돌기나 나선형 비행을 하고, 가짜 탄두를 같이 날리거나 추진체를 폭발시킨 파편으로 교란시키면 진짜 탄두 요격은 더 어려워진다. 나아가 북한이 미국, 러시아처럼 다탄두 제어기술까지 갖춘다면 모든 탄두를 막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미사일방어체계 능력이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은 GMD로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없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포대 확대 배치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GMD는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와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에 배치된 지하 저장고에서 발사돼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탄두에 충돌하는 방어체계다.

현재 30개 요격 미사일들이 실전배치돼 있으며, CE-1 유형은 네 차례 시험에서 두 번 ‘성공’했고, 마지막은 2008년이었다. CE-2 유형은 세 차례 시험에서 한 번만 ‘성공’했다. 미사일 전문가 3명이 쓴 보고서는 “물론 이들 테스트는 실제 작전처럼 수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미 국방부의 GMD 시험 자체가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가상 미사일을 수차례 요격하지 못했는데도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비행시험 각본에 따라 성공으로 조작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시험은 단순화되고, 짜여진 각본에 따르는 등 요격 대상은 제한된 목표물이었다. 대상 미사일의 발사 시각은 물론 속도, 타격 장소와 비행경로 같은 정보를 사전에 갖고 있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 상황에선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후 시험 성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펜타곤의 시험 장교들도 GMD 체계가 작전에서 유용한 능력을 증명해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국방부가 기술적인 현실 대신 ‘정치적인 합리성’을 구실로 구매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또 <LA타임스>는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이 1월 28일 시험에서 GMD 요격 미사일의 핵심인 ‘방향전환 추진 엔진’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생해 궤도 오차범위가 기대치보다 20배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과학자연맹(FAS)은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이 이라크의 약 80발 탄도미사일에 44차례 요격을 시도했으나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고 2011년 9월 보고서에서 밝힌 적도 있다.

미국의 북한 정보분석 전문매체인 ‘38노스’가 3월 낸 보고서에서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서해처럼 남쪽 해저에서 쏠 경우 사드가 무력화된다고 설명했다. / 38노스

이쯤 되면 사드나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에 대해서도 의심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38노스 보고서는 사드의 유용성은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은데, 그조차 신뢰하기 어렵다”며 “사드로 탄도미사일을 맞히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국의 사드 등 MD 체계는 실제로 발사된 지대지 미사일을 가지고 요격시험을 한 게 아니다”라며 “수송기에서 떨어뜨린 모형을 대상으로 시험하는 것으로 안다”고 효용성을 비판했다. 군사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사드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군사적 소용은 모호해선 안 된다. 명쾌하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사드는) 마치 좋은 거니까 일단 사고 보라고 해서 덜컥 샀다가 정작 사고가 나자 보장은 못 받는 엉터리 보험상품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하문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아낼 능력이 믿을 만할 때부터 성립된다. 먼저 사드의 요격능력부터 꼼꼼히 국민 앞에 내놓는 게 순리다. 미리 목표물 데이터를 입력한 ‘모범답안지’가 아니라 최대 마하 10 안팎(무수단은 마하 15를 넘었다)으로 낙하하는 실제 미사일을 상정한 자료 말이다.

북한·외교 전문가들은 “그래도 대안은 대화·협상”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대북제재에 동참해온 중국, 러시아가 북한 편에 더 다가선다면 한·미 당국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그 대가는 군사적 긴장이나 국지적 충돌, 증가된 방위비 부담이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7월 8일자에 “북한 핵·미사일 보유량을 고려하면 사드 배치는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북한 위협을 다룰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의 간극만 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트는 “워싱턴과 베이징이 협력할 방도를 찾는 게 필수적이며, 그렇지 않으면 지역의 긴장이 높아질 개연성만 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는 미국에서 최고 북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서울에 1000kt 핵탄두 떨어지면 175만명 사망, 321만명 부상

38노스 보고서는 핵폭탄 한 발로 재앙적 피해가 야기되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 핵탄두 미사일이 사드를 뚫고 서울에 떨어지는 상황을 상정해 설명했다. 20kt 핵탄두가 폭발할 경우 5㎞ 반경까지 희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즉시 사망자는 13만1034명이고 부상자 28만8491명으로, 서울 인구의 4.02%가 죽거나 다치는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의 4차 핵실험까지 폭발 위력은 대체로 20kt 이하로 추산됐다. 일반적으로 원자폭탄 폭발력은 500kt까지 나온다. 이 경우 사망자는 112만7947명·부상자는 223만6652명으로, 서울 인구의 32.22%라고 보고서는 계산했다.

나아가 북한은 올해 1월 4차 핵실험에서 수소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탄은 이론적으로 무한대 위력도 가능하다. 1000kt인 경우 사망자는 175만1136명·부상자는 321만3095명으로, 서울 인구의 47.54%라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이런 추정치는 핵폭탄이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폭발(에어 버스트)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핵무기는 폭발 충격을 키우기 위해 지상에 도달하기 전, 수백m 상공에서 자동으로 터지도록 설계된다.

앞서 1994년 북핵위기 때 미국과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 피해규모를 추정한 시뮬레이션은 더 참담한 수준이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반핵단체 NRDC(천연자원보호협회)는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기밀문서들을 분석해 2004년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들’이란 보고서를 냈다. 미군이 지하를 뚫는 ‘벙커버스터’ 핵폭탄으로 북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것과 북한이 응수해 서울 용산에 핵폭탄을 공격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보고서는 북서풍이 부는 10월 17일 정오에 평남 북창 공군기지를 5kt 핵폭탄으로 폭격하면 사상자가 6000명, 100kt은 10만명, 400kt은 40만명, 1.2Mt(메가톤)은 110만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악의 경우 1.2Mt 핵폭탄이 7월에 투하되면 사상자가 135만명까지 추산됐다. 일부는 낙진이 춘천~강릉의 강원도 북부에도 날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또 보고서는 방공망을 뚫고 15kt(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급 핵폭탄 1개가 서울 용산 상공 500m에서 터지는 경우 반경 1.8㎞ 이내 1차 직접피해 지역은 즉시 초토화되고, 4.5㎞ 이내 2차 직접피해 지역은 반파 이상의 피해를 입는다. 사상자는 62만명으로 계산됐다. 또 용산 상공 100m와 지표면에서 떨어져 폭발하는 경우에는 각각 사상자가 84만명, 125만명으로 예측됐다.

이런 핵무기를 다 막아내지 못하는 재래식 미사일 방어체계는 ‘소꿉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께 정중히 여쭤본다. “사드 이외 대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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