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은 예고편, 김영란법 2탄이 나가신다!

윤호우 선임기자 2016. 7. 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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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직자의 친·인척이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할 경우 공직자가 해당 업무에서 제척되도록 하는 것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아직 1탄에 불과하다. 2013년 8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영란법은 원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었다. 명칭에서 보듯이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가 주요 내용이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 ‘부정청탁 금지’는 남고 ‘이해충돌 방지’는 빠진 채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해충돌 방지’는 공직자의 친·인척이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할 경우 공직자가 해당 업무에서 제척되도록 하는 것이다. ‘김영란법 2탄’에 해당하는 이해충돌 방지법은 19대 국회에서 계속 논의되다가 19대 국회가 폐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법은 아직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7월 28일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김영란법 2탄’인 이해충돌 방지법도 국회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입법 의지를 보이고 있는 당은 국민의당과 정의당이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앞장서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될 때 안 전 대표가 찬성 토론 발언을 할 정도로 반부패에 관심이 있다”면서 “곧 이해충돌 방지법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은 “권익위에서 낸 원안을 토대로 준비하고 있는데, 법안 내용은 발의할 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정무위에 속해 있는 채이배 의원이 ‘이해충돌 방지법’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채 의원은 “헌재에서 모든 쟁점에 대해 합헌으로 판단해서 기존의 논쟁을 정리해 준 이상, 이번엔 국회가 이해충돌 방지 부분의 추가 입법을 마무리지을 차례라고 생각한다”면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후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소관 상임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 법안에 대해 적극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7월 29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해충돌 방지법이 사실 김영란법에서 부정청탁이나 뇌물보다 어떻게 보면 더 앞섰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심 대표는 “이해충돌 부분이 전부 빠지니까 반쪽짜리”라고 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진 것에 대해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고 즉각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집어넣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20대 국회에 이해충돌 방지법을 정부안으로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이 지난 6월 말 국민권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권익위는 ‘공직자 등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권익위는 이 법안의 목적에서 ‘공직자 등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은 가족이 경영하거나 또는 가족이 임원이거나 사외이사, 고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법인(단체)과 자신 또는 가족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단체)과 일정한 행위나 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직무 수행이 금지된다. 이 법안은 ‘김영란법 1탄’과 마찬가지로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에게도 해당된다.

하지만 정부안이 국회에서 순조롭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법안이 수차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에 대해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다면서 엄밀한 규정으로 수정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당시 정무위 야당 간사였던 김기식 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친·인척은 모든 금융회사에 다닐 수 없게 된다”고 비유했다. 특히 고위공직자이면 관할하는 업무의 경우 너무 포괄적이어서 친·인척이 어떤 직장에도 다닐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법안소위 논의과정에서는 언론사 데스크의 친·인척은 어떤 직장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데스크를 2명 이상 두어서 친·인척이 관련된 기사는 다른 데스크가 봐야 한다는 우스갯성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이해충돌 범위는 이미 19대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축소됐다. ‘4촌 이내의 친척’에서 민법 779조 상의 가족으로 좁힌 것이다. 민법 제779조를 보면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이다. 여기에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도 포함되는데,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 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19대 국회의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던 부분은 ‘제척’이었다. 제척은 사전적 의미로 ‘재판관이나 법원 서기가 특정 사건에 관련되어 있어서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그들을 직무 집행으로부터 제외하는 제도’다. 이 용어를 이해충돌 방지에 도입한 것이다. 2013년 정부안이었던 김영란법 원안에서는 직무 관련자가 공직자의 4촌 이내의 친족인 경우 등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에 대해서는 해당 공직자가 제척되도록 했다. 또 직무 관련자 및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해당 공직자가 제척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기피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와 여당이 ‘제척’의 입장에 섰다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전신고제’를 주장했다. 김기식 전 의원은 당시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공직자 등에게 사적 이해관계를 미리 신고하도록 의무화하자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사전신고제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야당은 제척이 현실성이 없다고 맞섰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제척’에서 ‘배제’로 수정하고 직무상 포괄범위가 넒은 고위공직자를 포함시키지 않는 방안을 내세웠으나 야당에서는 고위공직자를 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통과되지 못한 것이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20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친·인척 보좌관 채용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또 한 차례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친·인척 보좌관을 채용할 때 사전신고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5촌 조카를 채용하게 되면 김영란법 원안에 나타난 4촌 이내의 친·인척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논란의 양상은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논란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험난한 입법화를 예고하고 있다.

권익위가 20대 국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이해충동 방지법안에 대해 채 의원 측은 “권익위 안을 보면 여전히 ‘제척’ 쪽에 기울어져 있다”면서 “사전신고제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익위안에서는 ‘제척’ 대신 ‘금지’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특정 직무 수행 금지 사유가 있거나 회피 신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무 참여 일시중지’ ‘직무 대리자의 지정’ ‘전보’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채이배 의원은 권익위안에 대해 “기존에 논의된 조항을 절충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강화되고 실효성 있는 조항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정법안 제출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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