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된 '월세 과세'..또 미룬 이유 따져보니

임장원 2016. 7. 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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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도입한 연 2천만 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 과세시기를 2년 더 미뤘다. 3번째 연장이다. 정권 초기에 과세 제도를 만들어놓고 5년을 미뤄 시행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소규모 월세 소득 과세를 또 늦춘 이유로 "소형주택 세입자에 대한 임대소득자의 세 부담 전가를 방지하여 서민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월세 소득에 과세하게 되면 세 부담이 어느 정도일까?

세 부담 계산해보니…실효세율 최대 6.1%

연간 2천만 원 이하 임대소득 과세 방안에는 여러모로 부담을 줄여주는 장치가 이미 마련돼있다. 다른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분리과세해 15.4%(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만 매긴다. 여기에다, 주택 보유와 관리 등에 필요한 경비를 60%로 잡아줘서 실제 임대수입의 40%에만 세금을 매긴다. 다른 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이른바 '생계형' 임대소득자에게는 4백만 원을 추가로 빼고 남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

최대 과세 사례: 근로소득이 8천만 원인 2주택 보유자가 집 한 채를 임대해 연간 2천만 원(월세 166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고 가정하자. 필요경비 60%를 공제한 8백만 원이 과세 소득이 되고, 여기에 15.4% 세율을 곱하면 소득세 123만 2천 원이 나온다.


최소 과세 사례: 이자 등의 소득이 연간 2천만 원 이하인 2주택 보유 은퇴생활자가 집 한 채를 임대해 연간 천만 원(월세 83만 원 정도)을 번다고 가정하자. 필요경비(60%)로 6백만 원, 기본공제 4백만 원을 빼면 과세 소득이 0원이 돼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국토부의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월세 54만 건 가운데 연간 월세소득 천만 원 이하인 경우가 95%에 이른다. 한 사람이 두 채를 세 놓는 경우 등을 감안하더라도 세금을 아예 안 내거나 미미하게 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경우도 위 사례처럼 월 166만 원 소득에 대해 10만 원을 부담하는 수준이다. 실효세율로 따지면 최대 6.1% 선에 불과한 셈이다.

월세 공급 넘치는데, 세 부담 전가?

기본적으로 세 부담 자체가 크지 않지만, 이런 세금이 부담스럽다고 집주인이 월세를 더 올릴 수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시장을 모르는 소리다. 지금 월세 시장은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가 '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가할 수 있겠느냐"며 기획재정부의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로 초저금리 체제가 지속하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오피스텔과 주택 등의 월세 수익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 상황까지 벌어지며 오피스텔 수익률이 연 3%대로 낮아졌다. 한 국토부 관계자도 "현재 월세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월세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집주인들의 세 부담 전가가 쉽지 않다. 세 부담 전가 우려를 내세워 과세를 미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2018년에는 지방선거…그 때는 가능할까?

사실 소액의 임대수입을 올리는 집주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낮아질 만큼 낮아진 임대소득세가 아니라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임대소득이 노출되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뛰어오르는 데 대한 우려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진행 중인 만큼, 임대소득 노출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과를 유예하는 조건으로라도 일단 임대소득 과세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2014년 세법 개정안과 지난해 연말정산을 둘러싼 파동, 그리고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의 영향으로 정책 추진에 너무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충남대 교수)은 "2014년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반발이 큰 상황도 아닌데 정부가 먼저 나서서 공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은 내년 대선을 의식한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며, "2018년은 지방선거의 해인 만큼 또 미뤄질 가능성이 있으니 박근혜 정부에서 반드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장원기자 (jw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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