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시사전망대] 과자값은 왜 항상 금요일에 올릴까?

2016. 7. 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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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차병준 SBS 논설위원

▷ 한수진/사회자:
 
뉴스 인사이드, 차병준 SBS 논설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과자값 인상 이야기를 오늘 가져오셨네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껌값이다, 과자값이다. 많이 했던 말이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적은 금액을 뜻할 때 써온 말들입니다. 요즘 많이 오른 과자값을 놓고 보면 이런 말이 좀 안 맞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과자값 정도는 하면서 사람들이 부담을 적게 갖는 금액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과자값 인상 때마다 벌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값을 올리는 제과업체들은 인상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었다며 인상의 명분을 설명하기에 바쁩니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소비자들의 여론이라면서, 꼼수라느니, 인상 명분이 없다느니 하면서 비난을 쏟아냅니다. 값이 훨씬 비싼 가전제품이나, 하다못해 다른 음식값 인상 때도 없는 일이 유독 과자값 오를 때만 반복되는 겁니다. 왜 그런 것 같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오늘 그 이야기를 좀 하겠다는 거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그렇습니다. 제과업계가 자초한 소비자들의 불신 때문입니다. 과자값 인상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 오늘 함께 나눠보도록 하죠.
 
▷ 한수진/사회자:
 
먼저 얼마나 인상되는지, 그것부터 한 번 볼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인상폭이 작지 않습니다. 제과업계의 과자값 인상, 우선 패턴을 한 번 보겠습니다. 항상 패턴이 있는데요. 업계 1위 업체가 먼저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이 줄줄이 뒤따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눈치 인상, 도미노 인상이라고 불리고 있죠. 이번에도 역시 과자값을 가장 먼저 올린 곳은 제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입니다. 지난 3월에 8개 비스킷 제품의 가격을 평균 8.4% 올렸고, 이어서 6월에는 크라운제과가 11개 제품 가격을 8.4% 인상했습니다.

이달 초에는 해태제과가 9개 제품 가격을 11.35% 올리자 농심도 며칠 전에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7.9% 인상했습니다. 제과업계 1위에서 4위까지입니다. 그러니까 이 업체들이 사이좋게 가격을 올리는 모양새입니다. 올 들어 이 4개 제과업체의 과자값 인상률. 평균 10.3%에 달합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 0.8%니까 상승폭이 커보이기는 하죠. 그런데 이 평균 상승률에도 챙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값이 많이 오른 제품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해태제과의 자유시간이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자일리톨 껌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20% 올랐습니다. 크라운제과의 콘초코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20%. 롯데제과의 롯데샌드 같은 5개 제품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인상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 제가 잘 먹는 것들인데요. 이런 것만 이렇게 올랐을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그렇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을 중심으로 인상폭이 큰 것이죠. 그러니까 이들 업체들이 인기 상품 인상률은 높이고, 비인기 상품은 가격 인상을 하지 않거나 인상폭을 줄여서 평균 인상률을 낮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 이번에는 과자값을 올린 시기가 내년도 최저임금 7.3% 인상 시기와 맞물려서. 최저임금보다 더 오른 과자값, 이런 말이 SNS를 달구기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리고 과자값 인상은 하나같이 금요일에 발표를 한다면서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금요일의 인상 이벤트가 공식화가 됐습니다. 올 들어서도 롯데제과의 첫 인상 발표가 3월 4일 금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크라운제과 6월 3일 금요일, 해태제과 7월 1일 금요일, 그리고 농심도 7월 20일 금요일 날 인상이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금요일이네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예. 왜 그럴까요. 주말을 이용해서 가격 인상 뉴스가 희석되길 바라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이런 생각 할 수밖에 없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주식시장에서 실적이 나쁜 기업들이 밤늦은 시간에 슬쩍 공시를 하는 것을 올빼미 공시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금요일에 과자값 올리는 인상 공식.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꼼수 공식. 뭐라고 해야 될까요, 참. 그런데 업체들이 설명하는 인상 이유는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이유들이 공통적입니다. 판매관리비와 물류비, 인건비 같은 경영 비용이 올랐고. 원재료 가격 상승, 또 품질 개선 등 때문에 원가 압박이 커져서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인상했다. 이렇게 이유를 내세웁니다. 많이 듣던 말일 수밖에 없는 게. 매번 인상 때마다 이유가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가 요인이라는 게 정해져 있으니까 인상 이유가 같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는 데에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요. 이런 이유들을 소비자들은 믿지 못한다는 것이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과자값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사실 경험에 근거합니다. 원자재 값이 올랐을 때 업체들이 득달같이 과자값을 올렸던 기억이 있잖아요. 대표적인 게 지난 2008년, 전세계를 휩쓴 곡물 파동이 있었죠. 당시 제과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값을 일제히 비교적 큰 폭으로 올렸습니다. 유가, 환율 상승도 원가 압박의 단골 메뉴였죠.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국제 곡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을 했습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도 옥수수 값은 한 해 전부 다 14.6% 하락했고, 소맥은 26.9%, 밀가루 값도 최대 10.8% 내렸습니다. 여기에 유가 환율도 많이 떨어졌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소비자들의 과거 경험으로 보면 과자값을 올린 근거가 없는 겁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어떤 항목에서 상승 요인이 있는지 업체들이 밝혀주면 되는데. 이것은 또 영업상의 비밀이라서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은 그래놓고 원가 압박을 받아서 과자값을 올렸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믿지는 못하고 불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제과업계가 불신을 자초한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그렇습니다. 그동안 과대포장이나 몰래 인상 등으로 불신을 자초해 온 결과죠. 최근에만 들어도 지난해 말 롯데제과의 빼빼로 가격 꼼수 인상이 비난을 받았었습니다. 제품의 중량을 많게는 11%까지 슬그머니 줄여놓고도 값은 그대로 받았던 겁니다. 지난 4월에는 삼양식품이 일부 제품의 값을 공지도 없이 30%나 올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질소과자 논란 기억하실 겁니다. 과자 포장보다 내용물이 너무 적어서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어있었다. 이런 말까지 나오기도 했었죠.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소비자들이 국산 대신 수입과자를 찾는 바람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었습니다. 이후에 양을 늘리거나 포장을 줄이면서 비난을 피했던 제과업체들이네. 신뢰를 되찾기도 전에 값부터 올리고 있다. 이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런 가운데서도 과자값을 올리지 않겠다. 이렇게 밝힌 업체도 있다면서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값을 안 올려서 화제가 된 기업이죠. 오리온입니다. 오리온은 그동안 가격을 동결하면서 중량을 늘리는 이른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지금 가격을 올려서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는 없다. 이렇게 해서 가격 인생을 하지 않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사실 과자값을 올려서 경제적 이등을 조금 더 취한들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장기적으로 무엇이 더 이득이 되겠습니까. 이번 과자값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값을 올린 제과업체들이 아니라 오히려 값을 올리지 않은 오리온에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제과업계 우선과제가 무엇인지 업체들이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SBS 차병준 논설위원이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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