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복스 그 후..이희진, 비로소 마주한 낯선 얼굴(인터뷰)

장아름 기자 입력 2016. 7. 30. 11:00 수정 2016. 7. 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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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의 희경(이희진 분)은 엔딩을 맞이할 때까지, 좀처럼 속 시원하게 규정 지을 수 없는 인물로 남았다. 희경은 시한부 환자인 도준(김태훈 분)과 우연히 만났다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 여자인 줄 알았지만, PD 석진의 지시로 휴먼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게 된 재연 배우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에게 반전을 안긴다. 석진이 연출하는 세계에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표정을 짓곤 했던 희경은 영화가 끝나고도 쉽게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이희진은 최근 서울 고척 스카이돔 스카이워크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희경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 했다. 희경의 다채로운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선 관객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의 뿌리까지 들여다봐야 했고, 자신 만큼은 희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캐릭터에 깊이 공감하는 시간도 그래서 배우에겐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희진은 자신의 낯선 얼굴이 돼준 희경과의 만남을 통해서 배우로서의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낀 듯 했다. "이제서야 현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았다"는 말로 그때의 기분을 대신했다.

지난 2010년 드라마 '괜찮아, 아빠 딸'을 시작으로 배우가 된지 어느덧 7년차다. 과거 인기 걸그룹 베이비복스 멤버로도 기억되고 있지만, 대다수에겐 배우라는 수식어 또한 어색하지 않다. 그 과정 사이에는 남모를 노력의 시간이 스며 있었다. "여전히 실수할까 두렵고 매 현장이 긴장의 연속"이라는 고백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는 배우로서의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졌다. "힘 안 들이고 단점도 캐릭터화 할 수 있는, 진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희진의 다음이 기대된다.

배우 이희진이 최근 서울 고척 스카이돔 스카이워크몰에서 진행된 뉴스1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영화 '세상 끝의 사랑'에 이은 두번째 스크린작 '트릭'에서 역시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A. 일부러 평범하지 않은 역할을 찾는 건 아니다. 캐릭터의 임팩트가 강한 쪽으로 관심이 가고, 끌리는 것 같다. 연기하는 장면이 아무리 많아도 임팩트가 없다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캐릭터에 불과하지 않나. 항상 마음이 갔던 작품의 캐릭터들을 보면 임팩트가 강했다.

Q. 희경은 좀처럼 규정을 지을 수 없었던 미묘한 감정선의 캐릭터였다. 영화가 끝나고도 희경에 대한 의문 만큼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희진이 본 희경은 어떤 인물이었나. A. 희경이라는 인물은 반전을 갖고 있는 캐릭터였다. 도준의 산소마스크를 떼는, 반전을 갖고 있는 캐릭터라 여기에 가장 흥미를 갖게 됐다. 또 희경은 도진을 사랑하는 척 연기하는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점점 연민을 갖게 되는 복잡한 감정선을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속이는 중에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다. 단정이 안 지어지는 캐릭터라는 점은 감독님이 의도한 바였다.

배우 이희진이 최근 서울 고척 스카이돔 스카이워크몰에서 진행된 뉴스1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희경을 그렇게 해석했지만 공감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나 역시도 희경에 대해 계속해서 상상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희경은 재연 배우이지 않나. 배우로서도 뜨지 못했기 때문에 연기를 생계형으로 했을 것 같더라. 석진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미뤄보아 과거 석진의 작품을 통해 우연찮게 만나서 인연을 맺게 된 것이라 상상했다. 또 석진이라는 사람이 도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라고 지시했던 것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유명 PD에게 약점 아닌 약점을 잡혔거나,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거다. 혹은 배우로서의 꿈이 간절했기 때문에 석진의 명령을 따랐을 수 있다. 배우로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해.

Q. 영화에선 희경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장면이 많지 않다. 시나리오 보다 영화에서 편집된 부분이 많았던 것인가. A. 감독님께서는 희경이 임팩트가 강한 움직임이나 표정들을 보여주지 않길 바라셨다. 그 대신 대사를 풀어서 연기하라고 디렉션을 주셨는데 영화에 나온 달이나 낚시 등의 단어가 다 의미가 있었다. 낚시할 때 '이 템포에서 낚아 채야 해요'라는 이런 대사들은 서로가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대사였다. 그게 '트릭'에 깔려 있던 의미심장한 암시이기도 했다. 그런 대사들이 반복이 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편집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

배우 이희진이 최근 서울 고척 스카이돔 스카이워크몰에서 열린 뉴스1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그런 희경을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배우로서 성취감이 컸던 장면이 있었나. A. 도준의 산소 마스크를 떼는 1분30초 분량의 신을 원신, 원컷으로 갔다. 현장에서 그 호흡이 대단하다고 얘기해주시면서 그 이후로 배우로서의 나를 좀 더 다르게 봐주시는 것 같았다. 감독님도 첫 테이크가 가장 좋으셨다면서 이 테이크를 건드리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나를 봐주시는 시선이 달라졌고 '얘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친구구나'라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게 난 너무 감사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난 사람을 얻은 것 같다.

Q. 이정진, 김태훈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A. 오빠들이 너무 장난을 많이 쳐서 감정 잡기가 힘들었다. (웃음) 나중에는 내가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더라. 김태훈 오빠와 붙는 장면이 정말 많았는데 오빠가 연기하는 도준이라는 인물 자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을 참는 게 힘들었다. 실제로 오빠가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 봤는데 아픈 연기를 준비하는 오빠를 보다 보니까 정말 측은하게 느껴졌다. 태훈 오빠가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까 나중엔 '어딘가 아파오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글만 보고 갔던 게 너무 미안해졌다. 그 이후 나도 다른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게까지 연기를 느끼고 생각하고 깊게 몰입할 수 있었던 배우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게 너무나 감사하다. 만약 연기한 장면이 마음에 안 든다면 언제든 자신에게 이야기하라고 했던 말도 태훈 오빠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진심을 전하고 싶다.

배우 이희진이 최근 서울 고척 스카이돔 스카이워크몰에서 열린 뉴스1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Q. 이번 '트릭'을 통해 배우로서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간 배우로서 연기력 논란 없이 이 자리까지 왔는데, 남들 모르게 노력했던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말인 것 같다. A. 난 내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내가 어떻게 보면 가수를 했던 사람이고 베이비복스라는 타이틀이 강한 사람이다. 감사해야 할 일인데 초반에는 그 캐릭터 때문에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 그게 좀 마음이 쓰였다. 가수하는 친구들이 연기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까 실수하기가 싫었다. 당시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한 번 배운 기본적인 대사, 동선 등은 모두 기억하려 노력했다. '틀리지 말자'고 다짐했고, '대본에 왜 느낌표가 세 개일까'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도 많다. 현장에서 느꼈던 느낌들을 그대로 익히려고 노력했다. 인터뷰 때도 모든 질문들을 익히고 시뮬레이션을 해가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젠 나이도 들고 체력도 달리고 기억력도 안 좋아지다 보니 매니저 역시 '누나, 이젠 편하게 가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실수할 것들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은 변함 없다.

Q. 매번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이희진이 계속해서 연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A. 난 내 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도 꼭 한 번 다시 도전하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간다. 난 여배우는 예뻐야 한다는 기준에 대해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연기로 단점도 커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라미란 선배님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치타 여사 그 자체이시지 않았나. 정말 힘 하나 안 들이고 맛깔스럽게 캐릭터를 보여주셨다. 나도 그런 역할을 만나보고 싶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다. 그리고 슬픈 감정신을 연기하면 보는 사람도 그대로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진심으로 매 장면에 몰입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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