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20대 중반에 "엄마 성 따르겠다"..법원 '불허'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 7. 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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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법원 "개인적 선호 < 사회생활의 혼란 방지"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편집자주] [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the L] 법원 "개인적 선호 < 사회생활의 혼란 방지"]

민법 개정에 따라 이제는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면서 장차 자녀를 낳게 되면 그 자녀의 성과 본은 어머니의 것에 따르기로 협의하는 것이 가능하다. 혼인신고 당시 그런 협의를 미처 해두지 못했더라도 추후 태어난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부모나 자녀가 법원에 성·본 변경청구를 해 허가를 받을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갑자기 어떤 사람의 성과 본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버리면 기본적인 증명서부터 그 사람과 관계를 맺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많은 혼란을 초래하게 되므로, 법원은 아무 때나 성·본 변경을 허가해주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20대 중반의 여성이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겠다고 법원에 허가를 구하는 청구를 한 데 대해 대법원이 불허 판단(2014으4)을 한 사례가 있다.

22살 때 부모가 이혼해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던 A씨(女)는 이혼 후 아버지와 따로 살면서도 여전히 부녀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취업과 결혼을 앞두게 되자 심경이 복잡해진 A씨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음의 안정을 갖고 생활하고 싶다”며 법원에 자신의 성과 본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해달라며 청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아버지와 A씨는 부모의 이혼 이후에도 이 사건 성·본 변경청구 이전까지 혈연뿐 아니라 실질적·사회적으로도 부녀관계로 생활해왔고, A씨가 19세가 넘어 법상의 성년이 된 이후에는 부모의 이혼 전이었더라도 본인이 독자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존의 성과 본을 변경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사용해 온 것으로 보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이미 의사결정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민법은 19세 이상의 성년이라면 자신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에 직접 기존의 성과 본에서 다른 쪽 부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을 해줄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 "A씨는 '마음의 안정을 갖고 생활하고 싶다'는 것을 성·본 변경허가를 청구한 사유로 들고 있는데, 이런 사유만으로는 주관적·개인적 선호의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A씨의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 등에 현실적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인지 뚜렷하지 않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제출되어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성·본의 변경이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A씨가 형성해 온 사회생활관계의 기초를 흔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20대 중반에 이르러 갑자기 성과 본을 변경하게 될 경우에 초래하게 될 사회생활의 불편과 혼란이 A씨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희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결국 A씨는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지 못했다.

◇ 판결팁= 태어날 때부터 기존에 부모가 혼인신고 당시부터 합의를 해 둔 바에 따라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돼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자신의 성과 본을 다른 쪽 부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가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이 갑자기 성과 본을 변경할 경우 초래하게 될 사회생활에의 불편과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때문에 법원은 장기간 부모 중 한 쪽의 성과 본을 따라 살아 온 사람이 단순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선호와 만족을 위해 갑자기 성과 본을 다른 쪽 부모의 것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으며, 개인적 만족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그 사람의 사회생활에 현실적인 어떤 어려움이 있어 그 사람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 때에만 비로소 성·본 변경을 허가한다는 입장이다.

◇ 관련 조항민법제4조(성년)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② 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③ 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④ 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창설한다. 다만,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⑤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는 부모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⑥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777조의 규정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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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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