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 망하고, 달랑 집 한채 값 남은 걸로 요트를 샀다"

CBS 시사자키 제작팀 2016. 7. 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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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단독 무기항 세계일주 요트 여행 주인공 김승진 선장

- 세계일주 함께 한 요트 아라파니호와 마지막 항해 마쳐
- 2001년 세계일주 꿈꾸고 14년 뒤에 출발, 7개월 만에 성공
-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꿈에 투자를 하자”
- 2018년 세계일주 요트 대회 참가 준비중
- 50대 남자로서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29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승진 선장 (아라파니호)

◇ 정관용> 혼자서 작은 요트 하나에 올라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또 항구에 내리지도 않고 무려 7개월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돈 탐험가 김승진 씨. 여러분 다 기억하시죠? 그 김승진 씨가 지구 한 바퀴 돌면서 동거동락했던 요트가 아라파니호인데요. 이번 주에 은퇴를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항해를 마쳤고 이제 육지에 올려져서 다음달 9일부터 해양박물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랍니다. 우리나라 해양사에 한 획을 그은 그 아라파니호의 선장, 김승진 씨를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승진> 안녕하세요.

◇ 정관용> 그 배가 이제 더 못 써요?

◆ 김승진> 아니요, 쓸 수는 있는데요. 역사적 가치를 봐서도 그렇고, 또 많은 시민들에게 좀 더 공개하기 위해서 해양박물관에 놓기로 했습니다.

◇ 정관용> 아. 못 쓰게 돼서 전시하는 게 아니고 아직 쓸 수 있는데 해양박물관이 그만큼 아라파니호를 탐냈군요, 그러니까?

◆ 김승진> 제가 성공하고 돌아오자마자 저에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싶다’고.

◇ 정관용> 우리가 영구 전시할 수 있도록 해 달라.

◆ 김승진> 네.

◇ 정관용> 그러면 해양박물관이 어디에 있죠?

◆ 김승진> 부산에 있습니다. 부산 영도에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럼 그 배가 모양 그대로 전시가 되고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고?

김승진 선장(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김승진> 네, 그렇습니다. 매일 안에 들어갈 수는 없고요. 기획전시를 할 때는 내부까지 공개를 하고 평상시에는 외관만 공개하기로 그렇게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배에 지구 한 바퀴 돌 때 실었던 물건들 그대로 다 같이 있어요?

◆ 김승진> 네, 그대로 다 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물건들 또 제가 쓴 일기장 그리고 제가 쓰던 도구들 전부 다 같이 전시될 것입니다.

◇ 정관용> 밥그릇 이런 거?

◆ 김승진> 네, 그릇까지 모두 다요.

◇ 정관용> 전부 다?

◆ 김승진> 네.

◇ 정관용> 직접 쓰신 일기도?

◆ 김승진> 네.

◇ 정관용> 그런 거 다 기증하셨어요?

◆ 김승진> 네, 기증했습니다.

◇ 정관용> 배는 해양박물관이 돈 주고 샀죠?

◆ 김승진> 네. 해양박물관에서 배는 매입을 해 주셨고요. 제가 사용했던 항해도구와 항해 관련된 물품은 제가 다 기증을 했습니다.

◇ 정관용> 세계 몇 호예요? 국내에서 1호는 확실한 거고.

◆ 김승진> 네, 국내에서는 처음이고요. 아시아에서 네 번째 국가가 된 것 같고요. 세계적으로는 아직 백 사람이 안 된답니다.

◇ 정관용> 아. 마지막 항해도 또 의미 있는 항해를 하셨다고요.

◆ 김승진> 네. 장애인 분들하고 그다음에 해양소년단 학생들 이렇게 마지막 여정을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께서도 굉장히 인상 깊게 하루를 항해를 하신 것 같아요.

◇ 정관용> 하루 동안 같이 가면서 무슨 얘기를 나눴습니까?

◆ 김승진> 각자 자기 분야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은 아무래도 즐기는 쪽의 질문을 많이 하고요. 또 해양 장비를 연구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해양대학에서. 연구원 그분은 계속적으로 기계와 장비에 관련된 이런 데 굉장히 관심이 많으셨고. 또 장애우 분은 자기가 직접 장애인의 몸으로도 요트 세계일주가 가능하냐는 그런 질문을 많이 하셔서 장비적인 문제만 해결이 되면 가능합니다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 정관용> 조종하는 것 이런 것도 같이 해 보고?

◆ 김승진> 네. 조금씩 해봤습니다.

◇ 정관용> 장애 가지신 분도 해보고?

◆ 김승진> 네.

◇ 정관용> 그 요트에 몇 명까지 탈 수 있는 겁니까?

◆ 김승진> 총 12명 탈 수 있고요. 저희들이 마지막 항해는 10명이서 했습니다.

◇ 정관용> 그 12명이 거기서 다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는 요트?

◆ 김승진> 네, 충분합니다. 그리고 ‘오버나이트’라고 해서 밤을 지새우는 항해를 할 경우에는 10명이 가능합니다. 침대가 10개 나옵니다.

◇ 정관용> 침대 10개.

◆ 김승진> 네.

◇ 정관용> 그걸 혼자서 다 조종하고 이게 되는 거예요?

◆ 김승진> 네, 가능합니다. 요즘 요트들은 중앙집중식으로 설계가 되어 있어서 콕핏 안에서, 운전석이 있는 곳을 콕핏이라고 하는데요. 그 안에서 대부분의 장비들을 다 컨트롤하고 조종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설계가 돼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영화에서 본 건 다 거짓말이군요, 그러니까? 영화에서 보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닻줄을 당기고 그러던데 그거 다 거짓말이군요?

◆ 김승진> 옛날 배들은요, 그렇게 여러 사람이 필요한 구조로 돼 있었고요. 점점 간소화됐죠. 요트 장비가. 간소화되고 돛의 장수도 줄어들어서 이제는 2장 정도로만 항해를 하게끔 설계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항해를 하는 데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잘 개발이 돼 있습니다.

◇ 정관용> 밤에 잘 때는요?

◆ 김승진> 잘 때도 계속 배는 24시간 요트는 달리면서 자는 겁니다. 자동항해장치를 이용해서.

◇ 정관용> 자동항해장치.

◆ 김승진> 네. 그래서 요트는 제가 설정한 방향으로 직선으로 직진하게 돼 있습니다. 그동안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변하지 않는 한 저는 잠을 잘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요?

◆ 김승진> 바뀌면 돛이 펄럭거리거나 문제가 생깁니다. 진동이 느껴지죠. 그러면 잠이 깨서 다시...

◇ 정관용> 안 깨면요?

◆ 김승진> 안 깰 수가 없는 게요. 시끄러워서요. 몸이 굉장히 민감하게 변합니다, 항해를 할 때는. 사소한 소리와 사소한 진동, 사소한 변화만 일어나도 금방 잠에서 깨버립니다. 그래서 대처를 하고 다시 또 잠들고 반복하죠.

◇ 정관용> 너무 무식한 질문이네요, 제가.

◆ 김승진> 아닙니다.

◇ 정관용> 만에 하나 정말 무슨 이상이 생겼다 그러면 방향이 바뀌어버리겠군요, 배가. 그럴 수도 있겠군요.

◆ 김승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죠.

◇ 정관용> 그럴 수도 있는, 방향이 바뀌어버릴 수도 있고 이런 등등을 전부 알면서 나 혼자 지구 한 바퀴 돌아야지 결심하신 거잖아요.

◆ 김승진> 네.

◇ 정관용> 약간 미친 것 아닙니까?

◆ 김승진> 글쎄요. 많은 분들이 좀 무모한 짓이 아니냐,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가능한 것을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바다에서 바다를 경험하면서 바다에서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요. 그런 신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리 거슬러가서 지난 얘기 다시 한 번 해봅시다.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이시잖아요.

◆ 김승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바다를 언제 그렇게 경험을 하셨어요?

◆ 김승진> 학창시절부터 경험을 많이 했고요. 학창시절에 스킨 스쿠버 다이빙 동아리에 가입을 해서 활동을 꾸준하게 해 왔습니다. 그 당시에 한강을 수영으로 내려온다든지 일본에서 가장 긴 강을 수영으로 내려온다든지 하는 모험활동을 꾸준하게 했었고요. 그 이후에 졸업하고 나서 다큐멘터리 제작 일을 쭉 해 왔고요. 또 다큐멘터리 제작 일도 사실 알고 보면 모험적 요소가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승진> 오지에 들어가서 원주민들을 취재한다든지.

◇ 정관용> 오지탐험 이런 프로그램.

◆ 김승진> 네. 그리고 동물 다큐멘터리 만들 때는 산으로 강으로 동물들을 찾아다녀야 되는. 그것도 어떻게 보면 모험의 일종이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주로 그런 자연 다큐 이런 것을 많이 하셨군요.

◆ 김승진> 네, 많이 했습니다.

◇ 정관용> 문화다큐, 탐험다큐 이런 거.

◆ 김승진> 네.

◇ 정관용> 그런데 어쨌든 직업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하고 스킨스쿠버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이런 해양활동은 또 취미로 계속 해 오셨던 그런 삶을 사셨단 말이에요. 그러다가 다큐멘터리 감독 자체를 접은 것 아닙니까?

◆ 김승진> 네. 지금 완전히 접지는 않았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이 일이 너무 커져서.

◇ 정관용> 내가 1년 지구 한 바퀴 돌아야 되겠다. 그러면 한 1년 이상 걸릴 거란 걸 알지 않습니까? 준비하면서부터.

◆ 김승진> 네.

◇ 정관용> 그 결심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된 겁니까?

◆ 김승진> 2001년도였는데요. 그 당시에 저는 다큐멘터리 PD로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요. 요트를 처음 발견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요트를 공부하려고 하다 보니까 요트에 대해 사실 잘 몰랐었습니다. 공부하다 보니까 책 속에서 이런 모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요.

◇ 정관용> 지구 한 바퀴. 무기항 이런 거.

◆ 김승진> 네. 그래서 ‘단독 무기항 요트 세계일주라는 모험이 존재하는구나. 어마어마하구나. 해봐야지. 나는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로부터 14년 뒤에 제가 출발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14년 동안 꿈을 계속 키워왔습니다.

◇ 정관용> 어떤 식으로? 요트를 배우고.

◆ 김승진> 네. 요트를 계속 공부하고.

◇ 정관용> 조종하는 법 배우고.

◆ 김승진> 네, 바다 경험하고 이러면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사람이 인생이 기복이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김승진> 살다 보니까 제가 사업적으로 좀 실패를 했어요.

◇ 정관용> 언제요? 2014년 그때?

◆ 김승진> 아. 제가 대략 한 2009년, 2010년경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굉장히 살림이 어려워졌고.

◇ 정관용> 다큐멘터리 감독하시면서 또 어떤 사업도 벌이셨구나.

◆ 김승진> 네. 여러 곳에 투자를 많이 했었는데 세계적 불황과 함께.

◇ 정관용> 금융위기.

◆ 김승진> 네. 금융위기 때.

◇ 정관용> 미국 글로벌금융위기.

◆ 김승진> 네, 맞습니다. 그때 저도 직격탄을 맞아서 많은 재산의 손실을 보고. 과다한 은행융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가 가진 부동산들을 다 처분을 했어요. 그리고 남은 게 한 3억 좀 더 남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으로 물론 작은 집 하나 정도는 다시 구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만약에 그렇게 되면 제가 가졌었던 꿈을 다 접어버려야 되는.

◇ 정관용> 이제 생계를 위해 아등바등 해야 되니까.

◆ 김승진> 네, 살아야 되니까. 그래서 아, 이것은 생계를 위해서 투자할 것이 아니고 꿈에 투자를 하자.

◇ 정관용> 남은 돈 3억을?

◆ 김승진> 네. 그래서 그 돈을 들고 유럽에 가서 이번에 박물관에 올라간 그 배를 구입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부인이 뭐라고 그랬어요, 그때?

◆ 김승진> 글쎄요. 제가 하는 일에 반대는 안 하더라고요. 늘 저희 가족들은 저를 지지해 주고 걱정만 하고 응원을 해 주는. 걱정하면서 응원하는 그런 가족들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왕창 망하고. 달랑 집 한 채 값 정도 남았는데 그걸로 요트를 산다?

◆ 김승진> 네. (웃음) 보통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어이없는 행동이라고 판단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것을 꿈에 걺으로써 인생 후반전의 문을 다시 연다고 생각했거든요. 투자의 개념으로 봤습니다.

◇ 정관용> 투자다.

◆ 김승진> 인생에 투자한다. 이것은 버리는 돈이 아니고 재투자를 하는 거죠. 제가 만약에 그냥 집을 샀더라면 그건 소모하고 말았을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승진> 그렇게 되면 또 평범하게 살아야 되고 월급쟁이를 하든 아니면 프리랜서를 하든 그렇게 살아가야 되는데. 저는 바다에서 비전을 발견했거든요. ‘아, 이건 새로운 장이 펼쳐질 수 있겠다. 바다는 어마어마한 곳이다’라는 것을 알았고요. 그것에 투자하게 됐죠.

◇ 정관용> 그래서 유럽에 가서.

◆ 김승진> 배를 한 척 사서 한국까지 타고 옵니다.

◇ 정관용> 그게 한 3억씩 해요, 배가?

◆ 김승진> 네. 그 정도 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왜 유럽 가서 사요?

◆ 김승진> 그쪽이 좀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 정관용> 싸고 거기가 또 요트 문화가 많으니까?

◆ 김승진> 네. 워낙 종류도 많고.

◇ 정관용> 유럽 어디에서 사셨어요?

◆ 김승진> 크로아티아라는 나라에서 구입했습니다.

◇ 정관용> 크로아티아에서 사서 거기서 타고 그냥 와요?

◆ 김승진> 네. 타고 왔습니다.

◇ 정관용> 그럼 얼마나 걸립니까?

◆ 김승진> 한 7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타고 오는 데만?

◆ 김승진> 네, 2010년 9월에 출발해서 2011년 4월에 한국에 들어왔으니까요.

◇ 정관용> 그때는 항구에 내리면서 하셨습니까?

◆ 김승진> 네. 각 나라에 정박하면서 또 물자 보급해 가면서 그리고 각 나라의 분위기도 좀 즐겨가면서 그렇게 왔습니다.

◇ 정관용> 그로부터 14년까지도 또 몇 년이 있잖아요.

◆ 김승진> 네.

◇ 정관용> 뭐하셨어요?

◆ 김승진> 다시 생업에 종사해야죠. 1년 동안 소비만 했으니까 다시 또 다큐멘터리 제작 일에 전념했었고요. 2013년도에 다시 카리브 해에서 파나마운하를 거쳐서 태평양 횡단을 합니다. 그때는 다른 배로 하죠. 그렇게 해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다 경험하면서.

◇ 정관용> 모험을 위한 예비 항해.

◆ 김승진> 네,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정도 넓게 바다를 경험하니까 이제는 무기항 세계일주 도전할 수 있겠다라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태평양을 횡단하는 선상에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면 1년 동안 준비를 해서 내년에 떠난다. 이렇게 결정을 했죠.

◇ 정관용> 그렇게 떠나셔서 7개월에 걸쳐서 성공한 게 작년 5월이죠?

◆ 김승진> 5월 16일날.

◇ 정관용> 1년치 먹을 식량을 다 싣고 출발해야 하잖아요.

◆ 김승진> 네. 약 8개월치를 준비했고요. 대략 7개월 정도에 돌아올 수 있다고 저는 판단을 했거든요. 준비해서 물과 모든 식량을 탑재하고 출발했습니다.

◇ 정관용> 아무 데도 기항을 안 하니까.

◆ 김승진> 네.

◇ 정관용> 얼마나 힘들었는지 뭐가 제일 무서웠는지 이런 인터뷰는 여러 번 하셨으니까 그래도 하나만 얘기해 보세요.

◆ 김승진> 역시 자연의 힘인 것 같습니다. 거대한 파도 그리고 유빙, 이런 것들은 저를 굉장히 놀라게 하던데요. 저도 항해를 하면서 그렇게 큰 파도 처음 봤고요. 제가 본 파도 가장 높았던 게 8, 9m 됐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이야.

◆ 김승진> 그리고 배가 그 위를 미끄러질 때 굉음은 사람이 소름끼치게 만듭니다. 그냥 이렇게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서핑, 그러니까 파도에 미끄러질 때 소리는 진동이 울릴 정도인데요. 거기에서는 경주용 자동차의 굉음이 들려요.

◇ 정관용> 왜애애애앵 이런 거.

◆ 김승진> 꾸우우우웅 이렇게 길게 미끄러집니다.

◇ 정관용> 상상이 안 되네요.

◆ 김승진> 그때 마음속으로 배가 ‘옆으로 돌아가지만 마라, 돌아가지만 마라’.

◇ 정관용> 돌아가면 뒤집어지는 거죠.

◆ 김승진> 돌아가면 뒤집어지죠. 말립니다, 파도에.

◇ 정관용> 말리면 다시 원상회복 안 되죠?

◆ 김승진> 회복은 됩니다.

◇ 정관용> 돼요?

◆ 김승진> 네. 복원은 되는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김승진> 그때 마음속으로 절규하면서 그런 항해했던 생각과 그다음에 남극해 주변을 항해할 때 약 한 달간 유빙들이 떠다니는 지역을 통과하게 됐거든요. 그 얼음덩어리들 무섭던데요. 부딪히면 배는 깨지겠고요. 그리고 바로 침몰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비해서 큰 가방 하나에 차곡차곡 서바이벌 도구를 챙겼던 기억이 납니다. 배가 깨지면 들고 뛰어나가서 수면에서 장착하면서.

◇ 정관용>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 김승진> 그렇죠. 조금 더 오래 버티기 위한 준비를 해뒀죠.

◇ 정관용> 그림만 마지막으로 하나 그려주세요. 왜목항에서 어디를 거쳐 어디로 어떻게 오셨었는지.

◆ 김승진> 왜목마을을 출항해서 서해안을 내려갑니다. 그리고 일본의 큐슈 남단을 통과해서요. 태평양에 진입합니다. 그렇게 해서 무역풍을 거스르면서 사이판 부근을 지나가고요. 그다음에는 계속 밑으로, 남쪽으로 내려가서요. 뉴질랜드 동쪽 해상을 지나갔습니다. 거기를 통과하면서 남극해에 접어들게 되죠. 남극 주변을 돕니다. 그러면 남아메리카 최남단에 케이프 혼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고요. 그다음에 남아프리카, 남아공이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주 멀리 700마일 멀리 통과를 했고요. 그다음에 인도양에 접어들어서 호주 가까이에 와서 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도네시아 순다해협 통과해서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거쳐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죠.

◇ 정관용> 모두 몇 km죠, 그게?

◆ 김승진> 4만 1900km 정도 항해했습니다. 직선거리로.

◇ 정관용> 수고하셨습니다. 그게 작년 5월이에요.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에 뭐 하셨어요?

◆ 김승진> 바빴습니다. 다음 모험을 위한 지금 준비를 또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다음 모험은 뭡니까?

◆ 김승진> 세계일주 요트대회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김승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들의 대결인데. 누가 더 지구를 한 바퀴 빨리 돌아오나.

◇ 정관용> 그것도 무기항입니까?

◆ 김승진> 네, 무기항입니다. 논스톱 세계일주 대회가 있습니다.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펼쳐지고요.

◇ 정관용> 그래요?

◆ 김승진> 프랑스에서 한 번, 스페인에서 한 번 열립니다. 그래서 2년에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열리고 있는데 그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서 준비 중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건 혼자서 무기항으로 한 바퀴 돌 실력이 있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 김승진> 맞습니다.

◇ 정관용> 누가 더 빨리 다니느냐?

◆ 김승진> 맞습니다.

◇ 정관용> 이야. 꼭 우승하시기 바랍니다.

◆ 김승진> 고맙습니다.

◇ 정관용> 그건 언제죠, 시작이?

◆ 김승진> 꾸준하게 시합은 있고요. 제가 출전하는 시합은 내년, 후년이 첫 시합이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 사이에 국내에서도 요트를 이용한 이런 저런 일들을 계속 하십니까?

◆ 김승진> 네. 일반인들에게 요트를 좀 알려드리기 위해서 승선 체험 행사 간혹 하고 있고요. 요트교육도 9월부터.

◇ 정관용> 업체도 하나 차리셨어요?

◆ 김승진> 사단법인을 설립했습니다.

◇ 정관용> 법인으로.

◆ 김승진> ‘한국세계일주협회’라고요. 그래서 사단법인을 설립해서 많은 국민들께 바다를 알리는 그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정관용> 우리 김승진 씨한테 꾸준한 탐험정신, 모험의 마음 이것도 배우지만 인생 2막, 3막 요새 열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여는 수도 있구나.

◆ 김승진> 네. 저도 50대 남자로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세계 최고를 향해서 달려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신념도 가지고 있고요. 데이터와 저희들이 자료 분석을 해본 결과 충분히 우승권 진입도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요. (웃음)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 정관용> 부럽고 존경합니다.

◆ 김승진> 감사합니다.

◇ 정관용> 김승진 씨 함께 만납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승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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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제작팀] wo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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