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96일 뒤 잠실에서는 '역적' 아닌 '영웅'이었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6. 7. 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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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 김태균(34)이 역적에서 영웅으로 명예를 회복했다.

한화는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9-8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3연승을 내달린 한화는 공동 5위 KIA, 롯데와의 승차를 2경기로 만들며 가을 야구 티켓 전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1회부터 3점을 획득하고도 결국 두산의 반격에 역전을 허용한 한화는 한 때 3-8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결국 김태균의 맹활약을 통해 극적인 재역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다. 김경언이 11회 결승 홈런을 때려냈고, 송창식-권혁이 불펜에서 5이닝 무실점을 합작했지만 결국 김태균이 없었다면 한화의 두산전 연패 기록은 8경기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1회초 2타점 적시 2루타로 산뜻한 출발을 알린 김태균은 3회와 5회 내리 범타로 물러났으나 5점 차로 뒤진 7회 4번째 타석에서 정재훈을 상대로 좌월 스리런포를 작렬시키며 단숨에 점수 차를 2점까지 좁히는데 앞장섰다.

이는 올시즌 10호 홈런으로 2003년 이후 KBO리그 12년 연속(일본 진출 시즌 제외)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역대 5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태균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2점 차로 뒤져있던 9회말 2사 1루의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중견수 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마지막까지 본인의 역할을 다해냈다. 아슬아슬하게 홈런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결국 다음타자 로사리오가 좌전 안타를 때려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기어이 한화가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2루타 직후 장민석과 교체돼 역할을 마친 김태균의 이날 기록은 5타수 3안타(1홈런) 6타점 2득점. 6타점은 올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 수치에 해당될 뿐 아니라 지난 2009년 7월7일 이후 약 7년 만의 경험이기도 했다. 본인의 1600경기 출전에 온갖 소중한 기록들을 남긴 것은 물론 두산전 7연패까지 끊어내면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특히 김태균의 이날 활약이 더욱 뜻 깊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는 유독 올시즌 잠실구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29일 이전까지 두산과 LG를 상대로 총 8경기에 나서 타율 8푼6리(35타수 3안타) 4타점에 그쳐있던 것.

특히 두산과의 3경기(4월22일~24일)에서는 12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치며 당시 한화의 스윕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4월24일 마지막 경기에서는 1회 시작부터 송구 실책까지 범해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이날까지 홈런을 단 한 방도 때려내지 못하면서 그를 향해 온갖 조롱이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 경기를 마치고 김태균이 구단 버스에 오르는 과정에서 한 팬의 과격한 행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4월26일 마침내 안방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마음고생을 조금이나마 덜어냈고, 이후에도 홈런 숫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타율과 출루율, 득점권 타율 등에서만큼은 본인의 역할을 다해내며 묵묵히 명예회복을 다짐해왔다. 결국 96일 만에 잠실구장에서 다시 만난 두산과의 승부에서는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역적에서 영웅으로 발돋움했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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