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엘리트 탈북 러시.. 北 체제균열 시작됐나
집단 탈북 소식에 더해 고위층 탈북설까지 잇따르면서 북한 체제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7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김정은 시대’를 대내외에 호기롭게 선포한 북한이지만 여전한 체제 불안에다 ‘장성택 처형’으로 상징되는 잦은 숙청과 공포정치가 더해져 엘리트층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둥강(東港)의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여성 직원 8명이 지난달 집단 탈출했다”고 복수의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이들은 둥강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다 감시를 피해 탈출했으며 탈북 브로커와 연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북한의 18세 수학 영재가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신청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장성급 인사 3명과 외교관 1명 등이 탈북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으며 일부는 거액의 상납금을 들고 나왔다는 설도 제기됐다.
나름의 선별을 거친 ‘성분 좋은’ 파견 노동자들, 장래가 촉망되는 수학 영재, 군 장성과 외교관 등 최근 북한 엘리트층의 이탈은 과거 주를 이뤘던 생계형 탈북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군 장악은 김정은 체제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핵심인 만큼 이번 군 장성 탈북설 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회지도층의 분열과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집권 이후 체제 공고화 목적으로 계속된 당과 군 고위층의 숙청을 보며 ‘나도 언제든 신변에 위해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북한 내부에서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거나 ‘릴레이 탈북’이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긴 아직 이르다”면서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이후 보여줬던 통치 방식의 문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속에서도 성과를 독려하는 고위층에 대한 내부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심상치 않은 엘리트층의 동요에 김정은 정권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체제 단속과 공포정치 강화로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지난 4월 중국 류경식당 파견 종업원 13명의 집단탈출·귀순과 관련해 보위부 요원 등 책임자 6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김 위원장의 지시로 지난 5월 5일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에서 안전교사(보위부 요원) 등 관련 책임자 6명을 공개 처형했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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