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공짜로 달라" "일감 내놔라".. 일그러진 검사장

전수용 기자 2016. 7. 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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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억 주식·134억 일감·공짜車.. 진경준, 현직 검사장 첫 기소] - 권력 언저리 맴돌며 승승장구 대학 3학년때 司試 '소년 등과' MB인수위·금융조세2부장.. 朴정부 들어선 '동기생 중 선두' - 검사직 이용, 적극적으로 '검은돈' 넥슨 김정주 돈으로 함께 여행땐 눈 피하려 출발시각 달리해 탑승 한진엔 먼저 연락해 사건 덮고 처남회사 청소용역 약속받기도

진경준(49)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엘리트'로 불렸다. 대학 3학년 때 사시(司試)에 합격하고 성적도 좋아 첫 근무지도 서울지검에서 시작했다. 검찰의 인사·예산·제도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부서인 법무부 검찰국에서 4년이나 근무했고, 이명박 당선자 시절 대통령인수위에도 파견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그는 조세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권력 주변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니는 그를 곱지 않게 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지방검찰청으로 인사조치해 시련을 맞았으나 2011년 가을 취임한 한상대 검찰총장이 그를 인사청문회 준비팀으로 불러 올리면서 다시 요직으로 복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지원으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거치며 '동기생 중 선두'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공직자 재산 공개로 126억원 주식 대박을 터뜨린 사실이 드러난 지 4개월 만에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구속되고 해임이 청구된 현직 검사장으로 남게 됐다.

29일 특임검사팀이 발표한 진 검사장의 기소 내용을 보면 그는 적극적으로 검사의 권한을 이용해 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때인 2010년 한진그룹의 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하다가 사건을 덮는 대가로 그해 8월부터 처남의 청소용역 업체를 통해 134억원어치 일감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당시 부장검사이면서도 수사 검사가 할 일을 직접 했다고 한다. 관련자 소환 통보, 자료 요청 같은 일을 자신이 직접 한진에 연락해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을 내사 종결한 지 한 달 후 대한항공 임원인 서모씨에게 먼저 만나자고 연락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내사를 종결했다'고 알렸고,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청소용역을 주기로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검찰에서 "진 검사장이 (처남에게 일감을 주라고) 계속 졸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이 대학 때부터 친구였던 넥슨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주식, 제네시스 승용차, 가족 여행 경비를 타내는 과정도 비슷하다.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2005년 6월 넥슨이 빌려준 4억2500만원으로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매입했다. 그는 김 회장에게 "꼭 내 돈으로 사야 하냐"며 공짜로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공짜로 받았다는 것이다. 공짜로 받은 주식은 무려 126억원으로 가치가 올랐다.

그는 넥슨 돈으로 가족 동반 해외여행도 11차례나 다녀왔고 제네시스 승용차도 공짜로 탔다. 넥슨이 여행사를 통해 항공료 등을 지불하거나 김 회장이 내주는 방식이었다. 그는 김 회장과 함께 갈 때는 주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출발 시각을 달리해 비행기를 타고 홍콩·일본 등지에서 만나 여행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 회장은 이처럼 뇌물을 준 이유에 대해 "형사사건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진 검사장은 실제 몇몇 사건에선 법률자문에 응하거나 사건 내용을 알아봐줬다고 검찰은 말했다.

진 검사장은 올 3월 말 156억원의 재산을 등록해 법조계 1위였다. 그의 범죄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 그는 주식 대박으로 얻은 126억원은 물론 전(全) 재산을 몰수당할 가능성이 높다. 처남의 청소용역회사가 얻은 이익도 진 검사장이 토해내야 한다. 검사가 금고(禁錮) 이상의 판결을 받으면 형을 모두 마친 뒤 5년 동안 변호사 개업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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