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1초 736km씩 날아가는 우주탐사선, 중력 없으면 꼼짝 못한다는데..

강동철 기자 2016. 7. 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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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위성들의 중력 이용해 연료 아끼는 '플라이바이' 비행탐사선 '주노'와 '헬리오 2호'.. 인류가 만든 가장 빠른 이동수단

우주탐사선은 얼마나 빠를까. 우주 공간은 지구와 달리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다. 마찰력이 없기 때문에 가속도가 한번 붙으면 속도가 줄지 않는다. 우주탐사선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4일 약 5년간 29억㎞를 날아 목성에 도착한 우주탐사선 '주노(Juno)'는 평균 시속 약 26만5000㎞의 속도로 날아갔다. 1초당 736㎞씩 날아간 것.

나사에 따르면 주노는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비행·이동 물체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기록을 수집하는 기네스는 주노가 아니라 1976년에 태양을 향해 발사된 우주탐사선인 '헬리오(Helios) 2호'가 시속 약 24만7000㎞로 가장 빠른 이동 물체라고 했다. 왜 나사와 기네스의 기록은 서로 다른 것일까.

우주탐사선의 속도 측정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나뉜다. '태양 중심 속도(heliocentric speed)'와 '지구 중심 속도(geocentric speed)'로 구분된다. 태양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태양은 정지된 상태이지만,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며 공전(公轉)한다. 대부분 우주탐사선은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으로 발사된다. 탐사선의 발사 속도에 지구의 공전 속도가 더해지면 속도를 훨씬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는 기차에서 같은 방향으로 공을 던졌을 때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반면 태양 기준으로 보면 지구 공전 속도는 빼야 한다. 태양은 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공전 속도는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사가 발표한 주노의 속도는 지구 중심으로 계산했다. 반면 기네스에 등재된 헬리오 2호의 속도는 태양 중심이다. 주노의 태양 중심 속도는 시속 약 21만4000㎞라고 기네스는 밝혔다.

학계에서도 탐사선 속도 측정 기준을 태양으로 할지, 지구로 할지에 대해 논의가 분분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최기혁 달탐사사업단장은 "우리가 우주탐사선을 쏘아올리는 위치 자체가 지구"라며 "지구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탐사선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일정하게 발사되지 않는 것은 힘을 아끼기 위한 전략 때문이다. 최기혁 단장은 "광활한 우주 공간을 이동할 때에는 연료, 엔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이바이(flyby)'라는 기술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플라이바이란 한국말로 옮기면 '중력 도움'이라는 의미다. 지구에도 물체를 잡아당기는 중력이 있듯이 목성, 화성 같은 행성과 그 주위를 맴도는 위성들도 모두 일정 수준의 중력을 가지고 있다. 탐사선이 지구 중력 영향권 밖으로 나가면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원형으로 움직이면서 우주 각지에 있는 행성·위성들의 중력을 이용해 이동한다는 것. 즉 탐사선은 행성이나 위성들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이용해 비행하며 연료를 아낀다.

최 단장은 "플라이바이는 현재 가장 효율적인 우주탐사선 이동 방식"이라며 "대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태양계 안에 있는 행성, 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동 궤도를 아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플라이바이 같은 형식으로는 유인 우주 탐사는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까지만 간다 하더라도 편도로 이 방식으로는 8개월 이상 걸린다.

과학계에서는 플라이바이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우주탐사선 추진 기술을 연구 중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원자력 로켓이다. 원자력 로켓이란 지구에서 출발할 때는 화석 연료를 이용해 발사했다가 우주 궤도에 올라갔을 때 원자로 엔진을 이용해 다시 한 번 추진하는 로켓이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은 일반 화석 연료보다 훨씬 높다. 당연히 열에서 전환되는 운동에너지도 더 많고 속도도 빠르다. 최 단장은 "원자력 로켓을 이용하면 화성까지의 이동 시간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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