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기행ㅣ진주냉면&부산밀면] "이 더위에 시원한 냉면 말고 뭣이 중헌디?"

글· 월간산 손수원 기자 2016. 7.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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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육수에 육전 올린 진주냉면, 밀가루면으로 만든 서민음식 부산밀면진주냉면엔 육전, 부산밀면엔 찐만두 '찰떡궁합'

더위에 몸이 축 늘어지는 여름엔 시원한 ‘물냉·비냉’이 음식계의 ‘어벤저스’다.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차가운 살얼음 육수에 쫄깃한 면을 젓가락으로 길게 집어 ‘이빨’로 잘근잘근 끊어먹어야 제 맛인 냉면은 삼복더위에 언제나 옳다.

[월간산]진주냉면은 해물육수에 육전을 얹은 것이 특징이다. 과거 진주 권번가의 사람들이 야식으로 즐겨먹었다는 진주냉면은 한동안 맥이 끊겼다가 2000년 초반에 재현되었다.

흔히 냉면이라고 하면 평양냉면, 함흥냉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평양냉면은 주로 메밀가루로 면을 뽑고 예전에는 꿩을 삶은 국물을 육수로 사용했다고 전해지나 요즘은 쇠고기와 사골뼈를 주로 쓴다. 같은 평양냉면이라도 만드는 이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누가 뭐래도 ‘담백함’이다. 혹자는 ‘아무런 맛도 없는 그저 심심한 맛’이라고 평하기도 하지만 양념을 최소화하고 고명도 최소한으로 줄여 육수와 면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 평양냉면의 특징이다.

‘함흥에는 없는’ 함흥냉면은 주로 비빔냉면이다. 전분으로 면을 만들어 가자미나 홍어, 명태 식해를 고명으로 올려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는다. 함흥냉면은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고 한혜선 할머니가 6·25전쟁 때 남한으로 피란 와 1955년 서울 오장동에서 ‘농마국수(회냉면)’를 팔면서 이 국수의 이름을 ‘함흥냉면’이라고 부른 것과,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이섭동씨가 1951년 강원도 속초에서 ‘함흥냉면옥’이라는 가게를 열어 명태 식해를 얹은 냉면을 만들어 팔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 두 냉면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만큼 그 역사와 유래, 조리법이 광범위한 만큼 우리는 이 냉면들의 시원한 맛을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전국에는 식도락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수많은 종류의 냉면이 있다. 남부지역으로 시선을 옮기면 ‘진주냉면’이 등장한다.

‘북 평양냉면, 남 진주냉면’

[월간산]평양냉면의 진수는 누가 뭐래도 시원한 육수다. 같은 평양냉면이래도 식당에 따라 쓰는 재료가 달라 맛이 제 각각이지만 공통된 특징은 ‘근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다. / 사진 C영상미디어.

예부터 ‘북 평양기생, 남 진주기생’이라 했다. 일제강점기 때 기생을 관장하는 조합인 권번(券番)이 진주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냉면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조리연구가 고 이성우 교수가 쓴 <한국의 조리문화사>에는 ‘평양냉면에 견줄 만한 진주냉면은 남국적인 맛으로 유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진주냉면은 1800년 말, 진주목(晉州牧)에서 나온 숙수(熟手, 조리사) 한 명이 옥봉동 개울가에서 만들어 팔던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진주냉면은 권번가에서 야식으로 즐겨 먹던 고급요리였다. 당시 옥봉동은 기생이 많이 살던 지역이었다. 기생들은 야심한 밤에 냉면집을 찾아 냉면을 밤참으로 먹었다고 한다.

1960년대 중반까지 옥봉동을 중심으로 수영식당, 평화식당, 은하냉면 등 7, 8개 업소가 성업했으며, 냉면집에는 배달부만 서너 명씩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러나 1966년, 진주시내 중앙공설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며 냉면 가게도 모두 불타 진주냉면의 맥이 끊어졌다.

그러다 1999년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씨에 의해 진주냉면이 복원되었다. 김씨는 북한에서 발행한 <조선의 민속전통>에서 ‘냉면 중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라는 기록을 발견하고 진주냉면을 찾아 나섰다.

김영복씨는 과거 진주냉면 가게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찾아 각자 진주냉면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후 공통점을 정리해 사라진 진주냉면을 재현해 냈다. 현재 이 재현된 진주냉면을 맛 볼 수 있는 곳 중 한 곳이 ‘하연옥’이다.

[월간산]메밀과 전분의 배합 비율에 따라 면의 질긴 정도가 결정된다. 갓 뽑아 삶은 면을 찬물에 헹구고 있다. / 사진 C영상미디어.

하연옥은 하거홍·황덕이 부부가 1945년 낸 ‘부산식육식당’이 원조다. 하거홍 사장은 진주 중앙시장에서 진주냉면 식당을 전전하며 냉면 만드는 기술을 배워 서부시장에 가게를 열었다. 그 덕분에 중앙시장에서 불이 났지만 서부시장에 있었던 부산식육식당은 진주냉면의 맛을 이을 수 있었다.

2005년, 김영복씨는 황덕이씨와 함께 진주냉면을 재현해 상품화했다. 진주시에서는 가게에 ‘진주냉면’이라는 간판을 쓰게 했고, 이후 2011년 ‘하연옥’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하연옥은 하거홍 사장의 딸 이름이다.

사실 이 진주냉면이 제대로 복원된 진주냉면인가 하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2000년 초반, 지역 특산물 만들기에 공을 들였던 진주 공무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향토 음식’이라는 것이다. 진주냉면이 몇몇 노인들의 기억에만 의존해 짜맞추기식으로 재현되었다는 논란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진주냉면은 분명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맛의 가치’가 있다.

진주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국물이다. 평양냉면이 육수에 동치미국물을 섞는다면, 진주냉면은 거제, 남해, 사천 등지에서 잡히는 죽방멸치로 만든 멸치장국을 섞어 맛을 낸다. 고명으로는 배, 오이, 달걀지단, 편육 등과 함께 진주지방의 제사음식으로 만들어 먹던 쇠고기 육전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평양냉면의 소박한 고명에 비하면 ‘진수성찬’ 수준이다. 

이 중에서 육전이 진주냉면만의 특징이다. 달걀옷을 입혀 부친 육전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시원한 해물육수와 어우러져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빔냉면에서는 매운 맛을 중화시켜 고소한 맛을 불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로 육전을 한 접시 주문해 같이 먹으면 진주냉면 맛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월간산]진주비빔냉면은 매콤달콤한 비빔장이 해물육수와 제법 잘 어우러진다. 비빔냉면은 육전과 찰떡궁합이다.

하지만 이 육전 때문에 진주냉면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이는 ‘냉면의 깔끔함이 전혀 없는 기름기 둥둥 뜬 최악의 냉면’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해물육수의 감칠맛에 육전의 조화가 자꾸만 먹고 싶게 만드는 냉면의 신세계’라고도 평한다.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부산밀면

진주냉면이 권번가의 고급요리였다면, 부산밀면은 철저히 서민을 위한 음식이다. ‘냉면’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부산밀면은 쉽게 말해 ‘밀가루면으로 만든 냉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산밀면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만들어 먹었다는 설이다. 이북지역 출신 피란민들이 냉면을 만들어 먹을 때 귀한 메밀 대신 구호품인 밀가루로 면을 뽑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월간산]밀가루면에 간단한 고명이 소박한 부산밀면. 물밀면에도 빨간 양념장을 넣는 것이 특이하다.

이는 1919년부터 함경남도 흥남시 내호시장에서 냉면가게를 하던 고 이영순씨가 부산으로 피란 와 ‘내호냉면’이란 가게를 차려 밀가루면으로 냉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설과 맥을 같이한다.

또 다른 설은 진주의 ‘밀국수냉면’이 부산밀면의 원조라는 것이다. 멸치 육수로 만든 밀국수냉면은 진주 지역의 전통향토음식이었다. 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이 1925년 부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진주의 냉면 상인들도 부산으로 이주했다. 그들은 부산에서 진주의 밀국수냉면을 만들어 팔았고 이것이 ‘부산밀면’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부산밀면은 부산의 향토 음식은 아니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부산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진화한 ‘부산만의 냉면’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부산밀면의 가장 큰 특징은 밀가루로 만든 가는 면발이다. 여기에 살코기와 절인 무, 달걀지단을 올려 빨간 양념장을 넣어 말아 먹는다. 언뜻 보면 잔치국수와 비슷한 모양새다. 하지만 맑은 멸치국물로 만드는 국수와는 달리 부산밀면은 소뼈와 돼지뼈, 한약재 등을 넣어 푹 고아내는 육수를 쓴다.

부산밀면은 각자 ‘원조’ 타이틀을 내걸고 장사하는 식당들이 여럿이다. 흔히 ‘부산 3대 밀면’이라고 하면 가야밀면, 개금밀면, 국제밀면(또는 춘하추동)을 일컫는다. 여기에 영역을 더 넓히면 서호냉면, 동래밀면, 해운대밀면, 밀면전문점 등 수많은 밀면 가게들이 언급된다.

이 식당들은 각각의 육수 비법으로 밀면을 만드는데, 가야밀면이 돼지뼈와 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만들어 맛이 진하다면, 개금밀면은 닭뼈로 육수를 내 담백하고 시원하다. 다른 밀면집들도 각자의 ‘비법 육수’를 개발해 밀면을 말아낸다.

[월간산]

이렇게 수많은 가게가 성업 중이지만 부산밀면의 원조는 부산 남구 우암동 내호시장의 ‘내호냉면’으로 통한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밀면가게인 내호냉면은 1919년부터 함경남도 흥남에서 고 이영순씨가 창업한 ‘동춘면옥’이 전신이다. 내호냉면은 고 이영순·고 정한금 모녀가 6·25 전쟁 때 부산으로 내려와 1952년에 문을 연 식당이다. 지금은 정한금씨의 며느리인 이춘복씨에 이어 아들 유재우씨가 4대를 이어 밀면을 만들고 있다.

내호냉면은 한우사골육수를 쓰는데, 다른 부산밀면 식당에 비해서는 좀 심심한 맛이다. 하지만 평양냉면이 그렇듯이 내호냉면의 부산밀면도 그 본연의 맛으로 인기를 끈다. 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3분의 1 정도 혼합해 면을 뽑아 쫄깃한 것도 특징이다.

부산밀면은 서민들에 의한, 서민들을 위한 음식이었던 만큼 지금도 서민적이다. 보통의 냉면류가 8,000원~1만 원대인 것에 비해 부산밀면은 5,000~6,000원의 가격대로 훨씬 저렴하다. 단지 밀가루면을 사용해서 그렇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정성스럽게 육수를 내고 입맛에 맞는 양념을 개발하는 노력을 감안하면 밀면의 저렴함은 ‘싸구려’가 아닌 ‘서민적인 따뜻함’이다.

부산밀면도 다른 냉면들과 마찬가지로 식초와 겨자를 넣어 간을 맞춘다. 밀가루면을 쓰는 밀면은 전분을 많이 써 쫄깃한 냉면과 달리 면이 잘 끊어져 가위로 자르지 않고 그냥 먹는 게 제 맛이다. 반찬이라 봐야 밀면에 들어가는 무절임이 전부이지만 밀면 본연의 맛이 시원하고 담백해 따로 반찬이 필요 없다. 여기에 밀면이 나오기 전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따끈한 육수는 입을 헹구는 역할을 해 매 젓가락마다 밀면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월간산]냉면이나 밀면이나 뜨거운 육수를 곁들여 먹는 것은 비슷하다. 부산밀면도 음식을 주문하면 뜨거운 육수가 먼저 나와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진주냉면이 육전과 찰떡궁합이라면 부산밀면은 고기 찐만두와 환상궁합이다. 특히 비빔밀면과 찐만두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대개의 밀면식당에서는 손으로 직접 빚은 찐만두를 함께 낸다. 만두를 따로 간장에 찍어먹어도 좋지만 면에 싸먹거나 비빔장을 듬뿍 찍어 한 입에 먹으면 더욱 맛있다. 

참고로 밀면은 제주도에도 있다. 부산밀면과 제주도밀면이 같은 ‘족보’인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밀가루로 면을 뽑는다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제주도밀면은 면발이 굵으며 멸치나 돼지고기의 살코기만을 넣어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부산밀면보다는 제주도의 고기국수와 더 비슷하다.

"다 같이 돌자 진주 한 바퀴"

진주성~비봉산~선학산~남강호반길~진주성 원점회귀 15km

선학산전망대에서 진주시가지 조망… 지리산 천왕봉도 바라보여

[월간산]진주 에나길의 하이라이트인 선학산전망대. 진주 시가지의 모습은 물론, 백운산과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주는 1592년 진주대첩이 일어난 진주성과 우리나라 3대 누각이자 논개의 충절이 어린 촉석루, 도시를 유유히 가로지르며 흐르는 남강 등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다. 진주의 도심과 관광지를 이어 걸을 수 있는 길이 바로 ‘진주 에나길’이다.

‘에나’는 ‘정말로’, ‘참말로’라는 뜻의 진주 사투리다. 두 개의 코스가 있는데 1코스는 진주성 공북문에서 시작해, 비봉산과 선학산을 돌아 다시 공북문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역사와 문화의 길’이란 별칭이 붙었다. 2코스는 망경산~가좌산~남강변 새벼리를 걷는 약 10km 거리다. 

서부경남 최대의 중앙유등시장 구경

진주 에나길 1코스의 시작점인 공북문(拱北門)은 진주성의 북쪽이다. 공북문이란 이름은 ‘신하가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절을 올린다는 뜻’이다. 공북문 맞은편 도로를 건너면서 에나길이 시작된다.

[월간산]진주 에나길의 출발지인 진주성 공북문

길 곳곳에 에나길 이정표가 있다. 파란색 화살표는 순방향, 빨간색 화살표는 역방향을 뜻한다. 이정표가 잘되어 있기는 하지만 도심 지역에선 방향을 가늠하기가 조금은 어려워 에나길 지도를 준비하면 더욱 편리하다.

도로를 건너 골목 끝의 진주교육지원청까지 간 후 우회전하면 로데오거리가 나온다. 젊음의 거리답게 카페와 옷가게가 즐비한 이 길을 조금만 걸으면 중앙유등시장과 만난다. 중앙유등시장은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130여 년의 유서 깊은 시장으로 사천, 남해 등의 생선과 육지의 채소들이 한데 모이는 경남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진주 중앙유등시장의 명물 음식은 많지만 그중 진주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임진왜란 당시 전쟁에 나선 남자들을 위해 아녀자들이 각종 나물에 육회를 넣어 비벼낸 것이 진주육회비빔밥이다.

우리나라 5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큰 규모의 장을 둘러보며 길은 진주교회와 진주고등학교를 지나 봉산사로 향한다. 좁은 도로 오른쪽으로 나무데크 길로 진입하는 이정표를 보고 가면 봉산사까지 갈 수 있다. 봉산사는 진주 강씨의 시조인 고구려 시대 강이식(姜以式)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길은 봉산사 왼쪽으로 이어져 비봉산(飛鳳山)으로 오른다. 나무계단이 잘되어 있어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길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숲길을 지나면 봉황교가 있는 말티고개에 이른다. 봉산사에서 말티고개까지는 약 4km 거리다.

봉황교를 건너기 전에는 말티재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자 쉼터에서는 진주 시내가 시원스레 조망된다. 공원을 지나 비봉산과 선학산을 이어주는 봉황교를 건너면 이제부터는 선학산 구간을 걷는다. 산길 왼쪽으로는 산허리길, 오른쪽으로는 산마루길로 나뉘는데 어느 길을 선택하건 나중에 만난다.

봉황교에서 1.3km 정도 가면 에나길의 하이라이트인 선학산전망대에 당도한다. 이곳에선 진주 시가지의 모습은 물론, 백운산부터 석갑산, 숙호산 뒤로 지리산 노고단과 천왕봉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최신식 화장실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다. 

[월간산]남강 변에 조성된 대나무 숲. 봉황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남강과 어우러진 촉석루 경치 장관

다시 길을 이어 숲길을 지나 상대 배수장을 지나 진주시청으로 내려온다. 진주시청을 지나 진양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남강을 두고 호반길을 걷는다. 특히 이 구간에는 대나무 숲길이 절경을 이룬다. 이 대나무 숲은 단지 조경을 위해 심은 것은 아니다.

진주는 ‘봉황의 도시’다. 진주의 진산인 비봉산의 옛 이름은 대봉산(大鳳山)이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이었던 무학대사는 진주 강씨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대봉산의 봉암(鳳巖)을 깨뜨려 봉황을 날아가게 했고, 이름도 비봉(飛鳳)산으로 바꿔버렸다.

그 이후 진주에서는 더 이상 큰 인물이 배출되지 않았고, 위기를 느낀 강씨들은 날아간 봉황을 다시 부르기 위해 남강 강변에 대나무와 오동나무를 심었다. 이는 봉황이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오동나무에 둥지를 튼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호반길은 천수교까지 이어지는데 진주교 옆 천년광장에서 남강 너머로 보이는 촉석루의 모습이 아름답다. 촉석루 아래 강변에 있는 것이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는 의암이다.

[월간산]남강과 어우러진 촉석루의 모습이 아름답다.

천수교를 건너 진주성 서문과 인사동 골동품거리를 지나면 출발지였던 공북문으로 돌아온다. 원점회귀하는 총거리는 약 15km, 약 5시간이 걸린다.

■교통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주고속버스터미널까지 하루 40회(첫차 06:00, 막차 24:10) 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일반 1만9,500원, 우등 2만3,000원. 3시간 2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는 하루 5회(07:00, 10:00, 13:00, 16:10, 19:00) 일반·고속버스가 다닌다. 요금 일반 2만300원, 우등 3만200원. 3시간 30분 소요. 남부터미널에는 진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하루 38회(첫차 06:00, 막차 24:00) 일반버스가 다닌다. 요금 2만300원. 3시간 40분 소요. 

기차는 영등포역에서 무궁화호와 새마을 열차가, 서울역에서 KTX와 무궁화호 열차가 출발한다. KTX는 하루 6회(05:45, 09:10, 10:40, 13:45, 15:35, 19:10) 운행. 요금 5만7,600원. 자가용으로는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서진주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진주시가지로 진입한다.

[월간산]

■숙식(지역번호 055)

진주시내에 묵을 만한 곳이 많다. 동방관광호텔(743-0131)은 특2등급 호텔로 남강변에 위치해 경치가 좋다. 진양호 근처의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746-3734)은 전망대와 동물원, 삼림욕장 등이 가깝다. 진주시청 맞은편의 제이스퀘어호텔(749-0022)도 고급스럽다. 진주에는 진주냉면 외에도 먹거리가 즐비하다. 육회가 들어간 진주비빔밥은 중앙시장 내의 천황식당(741-2646)과 제일식당(741-5591)이 유명하다. 비빔밥 9,000원. 제사를 지낼 때 먹던 헛제사밥도 별미다. 진주헛제사밥식당(761-7334)이 유명하다. 헛제사밥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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