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 월 800만원⋯주유소 '정량 미달' 사기

세종=김문관 기자 2016. 7. 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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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미달 주유소 적발률 3%로 2010년 이후 최고치경기-충북-강원-서울 순으로 관련 범죄 많아갈수록 지능화돼 정부 단속도 골머리특수차량 동원해 암행검사, 잠복하기도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충청북도 청주와 제천에서 주유소를 운영중인 유모(52)씨는 주유기에 ‘정량 미달 프로그램’이 부착된 기판을 설치, 차에 기름이 정량보다 2.37~4.62% 가량 적게 주입되도록 했다. 유씨는 이런 수법으로 한 달 간 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유씨는 특히 정량을 속여 판매하다가 단속이 시작되면 스위치를 껐다가 켜 주유기가 정상 작동하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27일 유씨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관리 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주유소의 ‘정량 미달 주유' 범죄는 수도권에서도 발생했다. 경기도 동두천경찰서는 27일 주유소 대표 김모씨(43)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주유기 메인보드(컴퓨터의 기본회로와 부품을 담은 기판)를 변조하는 전문 브로커에게 의뢰, 주유량이 정량보다 3% 미달하도록 기계를 변조했다.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 2만여명에게 12억원어치의 휘발유, 경유를 판매해 388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 정량미달 주유소 적발률 7년來 ‘최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정량보다 적게 주유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정량 미달 주유’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정량 미달 주유소 적발률은 3%로 지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도별 적발률은 2010년 1.13%, 2011년 0.98%에서 2012년 2.64%로 높아졌다가 2013년 2.45%, 2014년 2.2%로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2.9%로 급등한 후 올해 3%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2010년 이후 최근까지 적발된 정량미달 주유소는 경기도가 75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북(39곳), 강원(30곳), 서울·경북·전남(각각 28곳)의 순이다.

주유소의 정량미달 판매는 주유기의 메인보드를 조작하거나 기름을 끓여 부피를 늘려 판매하는 것으로 모두 불법이다.

산업부가 외부에 용역을 맡겨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주유소 영업으로 인한 탈세규모는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범죄자들이 국민의 혈세를 꿀꺽 삼키는 꼴이다.

◆ 갈수록 지능화돼 단속 ‘골머리’...특수차량 동원해 암행단속, 잠복하기도

27일 충북지방경찰청이 적발한 정량 미달 프로그램이 설치된 주유기 속 불법 장치의 모습.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주유소에서 석유제품의 정량 미달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수 년간 가짜 석유에 대한 유통·판매 단속이 강화되면서 업자들이 손쉽게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정량미달 판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짜 석유 적발률은 지난 2010년 1.46%에서 매년 꾸준히 하락하다가 지난해 6월말에는 1.03%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석유관리원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정량미달 판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량미달 판매의 경우 가짜 석유보다 증거를 잡기 어려워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가짜 석유는 원료인 산업용 도료나 시너 등의 용제 유통을 단속하는 방식으로 근절 단계까지 왔고, 등유 혼합형 가짜 석유도 등유 유통을 모니터링해 어느 정도 기세가 누그러졌다”며 “그러나 정량미달 판매는 일일이 주유소를 돌며 확인하거나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적발이 한층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기판조작, 부가장치 설치 등 갈수록 지능화 되는 범죄수법도 단속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일반 차량과 똑 같은 특수검사 차량을 활용해 불법 혐의의 단서를 찾고 있다”며 “때로는 몇 개월간 잠복해 적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량미달 판매 적발은 1회 적발로도 주유소 등록 취소와 영업장 폐쇄 조치가 가해지는 등 예전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단속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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