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오보청 논란' 기상청 일기예보, 장마철 정확도 84.2%

김영주 기자 2016. 7. 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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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 기상위성’으로 찍은 28일 오후 10시 15분의 한반도 위성사진. 기상청은 위성사진과 슈퍼컴퓨터 분석 자료, 예보관의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일기예보를 생산한다. 기상청 제공

체감도는 50%미만 ‘3차원 계산식’ 필요한 강수예보 가장 어려워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 이후 기상청이 계속해서 ‘오보(誤報)’를 내고 있어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일주일 내내 장맛비가 이어지겠다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비는 오지 않고 무더위만 이어지는 날씨가 여러 번 반복됐다. 비 예보를 했다가 당일 늦은 오후에야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뒤늦은 정정 예보를 내놓아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지난 2월부터 수백억 원을 들여 구매한 슈퍼컴퓨터를 가동해 날씨 예보를 생산하고 있지만, 예보정확도는 그다지 향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기상청은 “장마철에는 대기가 변화무쌍해 평소보다 예보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예보정확도 향상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기상청의 해명에도 국민은 여전히 “수백억 원의 슈퍼컴퓨터는 왜 샀나” “다른 나라 기상예보는 잘만 맞는데 우리나라 기상청만 틀리는 이유가 뭔가”라며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기예보는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정확도가 100%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절에 따라 예보정확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기예보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1 일기예보 어떻게 생산되나

일기예보가 나오기까지는 총 5단계를 거친다. 일단 지상·고층·해양 위성과 레이더 등으로 3차원 입체관측을 통해 기상실황을 파악한다. 국내외에서 수집한 관측자료를 대기현상 예측 프로그램인 수치모델에 입력한다. 수치모델은 엄청난 자료를 짧은 시간 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활용된다. 48억 명이 1년 동안 계산할 양의 데이터를 단 1초 만에 계산하는 슈퍼컴퓨터는 입력된 자료를 종합해 예상일기도를 생산한다. 전국의 기상청에 포진한 예보관들은 슈퍼컴퓨터가 생산한 자료를 분석한 뒤, 예보 협의를 거쳐 예보·특보를 최종적으로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예보관의 노하우가 예보 정확도를 좌우하기도 한다.

2 선진국 예보방식은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예보정확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겉으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예보 생산 방식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5단계를 거쳐 일기예보가 생산되기는 마찬가지다. 국가 규모와 기후·지리적인 특성이 다른 만큼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나 항목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전국을 가로·세로 5㎞ 격자 크기로 세분화해 3시간마다 3일 예보를 새로 제공하고 있다. 동네예보를 도입한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도 미국, 호주 등이 있다. 대부분 국가는 주요 도시 위주로 예보를 생산한다. 국가별로 예보 기간 단위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예보정확도는 2009∼2015년 평균 91.5% 정도로, 일본의 85.1%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영국 등 국가는 예보정확도를 공개하지 않아 비교가 어렵다.

3 달마다 예보정확도 다른가

기압계 이동방향과 이동속도 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1월과 5월, 10월은 예보정확도가 94∼95%(2009∼2015년 평균)로, 다른 달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인다. 여름철은 대기 불안정으로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마다 날씨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장마철에는 예보정확도가 더 떨어진다. 지난해 주영순 새누리당 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의 연도별 장마철 예보정확도가 2012년 52.3%, 2013년 40.1%, 2014년 27.9%, 2015년 49.0% 등이다. 유난히 장마철 예보가 빗나간 올해 역시 50% 미만으로 집계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 관계자는 “2009∼2015년 장마 기간 평균 예보정확도는 84.6%이고, 올해는 84.2% 수준으로 평소에 비해 장마철 예보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맞다”면서도 “의원실에서 내놓은 자료는 국제적으로 쓰이는 ‘ACC(정확도)’가 아니라 ‘CSI(임계성공지수)’ 계산법에 따른 수치로 실제 예보 정확도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CSI는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으나 비가 내리지 않은 경우 등을 토대로 계산한 예보정확도를 의미한다. 비가 안 온다고 예보했는데, 하루라도 비가 오면 정확도는 0%가 된다. ACC는 예보와 실제 날씨 간의 평균적인 일치 정도를 나타낸 수치다. 기상청이 ACC를 기준으로 계산한 장마철(7∼8월) 예보정확도는 83∼85% 수준이다.

4 예보관 노하우의 영향은

기상청이 2007년 연구용역을 실시한 ‘예보역량 진단을 통한 기술력 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세 가지에 좌우된다. 관측, 수치모델, 예보관의 노하우 등이다. 세 요소가 일기예보의 정확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작업 순서대로 볼 때 △국내외에서 수집한 관측자료의 품질 32% △수치예보 모델의 성능 40% △예보관의 노하우 28% 정도다. 일기예보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서는 장비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전문성 높은 예보관을 양성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다.

5 슈퍼컴퓨터의 역할은

미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선 현재 날씨를 정확하게 관측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관측 자료를 분석해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할 때, 세계 관측소에서 수집된 1만여 개의 기상 관측값과 수십 대의 위성에서 관측한 수억 개의 관측값 등이 활용된다. 슈퍼컴퓨터는 관측자료가 입력되면 예보모델을 활용한 계산을 수행한다. 슈퍼컴퓨터가 하는 일은 매일 매시간 입력되는 관측자료를 불규칙한 대기현상을 예측하기 위한 방정식에 적용해 풀어내는 고차원적 작업이다. 이 같은 작업은 슈퍼컴퓨터가 아니면 필요한 시간 내 수행이 어렵다.

6 장마철예보 왜 자꾸 틀리나

우리나라는 편서풍대에 위치해 바람이 서에서 동으로 분다. 저기압을 동반한 비구름도 주로 서에서 동으로 움직인다. 장마전선은 남쪽에 위치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에 위치한 차가운 공기의 경계에서 형성된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북으로 크게 움직이면서 팽창과 수축을 하고, 이에 따라 장마전선의 위치도 남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장마전선의 정확한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국지적인 특성을 보인다. 어느 지역에 언제 비가 내릴지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7 올해 왜 유난히 빗나가나

올 장마철에는 장마전선의 남북 이동이 다른 해보다 매우 컸다. 온난 고기압이 일본 동쪽 해상에서 북극 부근 베링해까지 발달해 우리나라 주변의 대기를 정체시키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북쪽의 차가운 저기압이 오래 머물렀다.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 위치한 장마전선이 큰 남북 진동을 보였고, 이 사이에서 좁은 구역에 비를 뿌리는 장마전선의 위치를 예보하기가 어려웠다는 게 기상청의 해명이다. 또 대기가 정체되면 미래 예측에 필요한 변수의 수가 늘어나고, 예측 시간이 길어져 불확실성도 커진다. 올해는 대기 정체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동아시아 강수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8 가장 어려운 기상요소는

기온·맑음 정도·강수 등 여러 기상 요소 중에서 가장 예보가 어려운 것은 강수 예보다. 기온과 바람은 단일한 기상 요소지만, 강수는 여러 기상 요소가 미세한 영향을 주면서 생성되는 만큼 ‘3차원 계산식’으로 예측해야 한다. 강수 예보 과정에서는 기온, 바람, 수증기, 미세한 구름 내 상하운동 등이 모두 고려된다. 여러 작용을 통해 응결된 수증기가 비가 돼 내리는 복잡한 열역학적 과정을 예보로 만들어 내는 작업인 만큼 다른 기상 요소 예측보다 난도가 높다.

9 100% 정확하지 않은 이유

기상예보는 불확실한 미래의 자연현상을 예측하는 것이다. 관측·수치모델·예보관의 노하우 등은 모두 일정 정도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기상 관측 측면에서 기상청은 여러 관측 장비로 24시간 국내외 날씨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관측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바다나 사막, 산악 등 공백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관측된 자료 또한 약간의 오차를 보인다. 이런 관측 공백으로 수치모델에 입력되는 자료는 언제나 균질하지 못하다. 또 빗방울 형성과 같은 물리현상 등에 대한 이론은 국제적으로도 완벽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미세한 대기현상을 모두 분석해내기 위해서는 m 단위의 분해능력을 갖춘 수치모델이 필요한데, 현재 수치모델 수준은 세계적으로 ㎞ 단위에 머무르고 있다. 예보관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도 예보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기상청 직원들 사이에서 날씨 예보는 잦은 밤샘 근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오래 담당하기 힘든 업무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순환보직이 자주 이뤄지고, 전문성을 갖춘 예보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

10 정확도 올리려면…

기상청은 관측 공백 지역을 줄이고, 위성·레이더 등 원격 탐지 기술을 높이며 예보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기상청은 예보관을 교육할 때 현장실습 비중을 높이고, 기상 선진국의 예보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국외 훈련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예보 생산 과정에서 40%의 중요도를 차지하는 수치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예보 정확도 향상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예보 기술이 뛰어난 EU나 영국, 미국 등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수치모델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1997∼2010년에는 일본 기상청에서 도입한 수치모델을, 현재는 영국 기상청으로부터 도입한 수치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수치예보 모델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기상 특성을 충실히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지난 2011년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사업단을 설립하고 오는 2019년까지 현업용 수치모델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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