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노인 "더위와 바퀴벌레, 그보다 힘든 건.."
- 창문 없는 방, 바람도 더워
- 선풍기도 전기세 신경쓰여
- 냉장고 열기마저 야속해져
- 올 폭염에 벌써 두분 쓰러져
- 더위보다 힘든건 손가락질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길(영등포 쪽방촌 주민)
◆ 김정길> 예.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 김정길> 72입니다.
◇ 김현정> 72. 쪽방에는 혼자 사시는 거고요.
◆ 김정길> 그렇죠, 혼자 살죠.
◇ 김현정> 올해 많이 더우시죠?
◆ 김정길> 네, 많이 덥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지내세요?
◆ 김정길> 선풍기도 그러고 냉장고 조그마한 거 하나씩 있잖아요, 방에요. 그 열기에다가 선풍기는 있는 데도 있고 없는 데도 있어요.
◇ 김현정> 선풍기 없는 방도 있어요?
◆ 김정길> 그럼요, 있죠.
◇ 김현정> 그분들은 선풍기 사실 돈이 없어서 없는 건가요?
◆ 김정길> 전기를 쓰면 전기세 하고 물세를 또 따로 받아요. 그 나라에서 수급을 타봐야 전부 다 62만 원 남짓, 그리고 좀 장애가 있다 그러면 68만원 이 정도 받는데.
◇ 김현정> 62, 68. 그런데 방세, 쪽방세 얼마 내세요?
◆ 김정길> 방세는 23만 원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세 주고 전기세 주고 하면 뭐 없지 않습니까. 남들은 복날이라고 닭이라도 사먹지만 없는 사람은 그래도 시늉은 해야 될까 해서 돼지고기 사다가 좀 싼 걸로 해가지고 끓여먹어야 되고.
◇ 김현정> 그러면 우리 김 선생님은 선풍기는 그래도 방에 갖춰놓으셨어요?
◆ 김정길> 네.
◇ 김현정> 그러면 그걸 틀어놓으면 시원은 합니까?
◆ 김정길> 아이고, 시원하기는 뭐가 시원하겠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창문도 없는 데다가.
◇ 김현정> 창문은 아예 하나도 없어요?
◆ 김정길> 그렇죠. 있는 데 있지만 없는 데는 없죠. 우리 방에는 더구나 창문이 없습니다.
◇ 김현정> 이게 그러니까 벌집 여러분 생각하시면 돼요.
◆ 김정길> 그렇죠. 벌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김정길> 그렇죠, 없죠. 또 바퀴벌레가 많습니다. 누가 더불어 산다고도 해요. 약이나 좀 쳐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영 약도 안 쳐주고 그냥 그래요. 그리고 사람들이 개도 짐승도 그렇잖아요. 밖에 해 비치고 그러면 헥헥거리잖아요. 우리가 그 모양이에요, 지금 노인네들이 전부 다 70 먹고 80 잡순 분들이. 나보다 더 많이 연세를 드신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러니깐 물로만, 물만 먹고 있죠, 방에서. 아주 우리 주민들 울려고 그래요, 노인 양반들. 날씨가 더 더우니까 몸은 쳐지지 몸은 아프지, 따라주지는 않지 몸이.
◇ 김현정> 실제로 여름에 많이 편찮으신 분들 쓰러져서 병원 가시고 이런 분도 계세요?
◆ 김정길> 있죠. 있습니다, 두 사람이나 있어요.
◇ 김현정> 두 사람이나, 그 동네에는.
◆ 김정길> 예. 그래서 안타깝고 그리고 그전에는 여기 은행들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 앉아서 하루 종일 앉아서 물이나 먹고 이렇게 앉아 있으면 나가라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나가라고 하니까.
◆ 김정길> 나가라고 하죠, 당연히 나가라고 합니다. 옷이라도 깨끗이 메이커라도 있는 거 입고 있으면 괜찮지만 옷도 꾀죄죄하고 운동화도 새까맣고 슬리퍼 끌고 와서 지팡이 들고 거기 앉아 있는데 누가 그 모습을 좋다고 하겠습니까.
설움도 많이 당하고 우리 주민들이. 어떤 때는 공원에서 괴롭고 마을도 우울하니 괴롭고 앉아서 박스를 깔고 있는데. 어떤 분이, 나이도 드셨고 자식들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세상을 살면서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하고 가더라고요. 저희가 그랬습니다. '여보세요. 우리가 살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거 아니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겁니다'.
◇ 김현정> 잘하셨어요.
◆ 김정길> 어떻게 그렇게 손가락질을 하고 가느냐고. (눈물) 내가 울면서 달려들었어요, 그 아주머니한테.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공손히 사과드리고 가라고. 당신 말이라도 '몸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은 따뜻하게 못할 망정 왜 마음에 상처를 주느냐고 그렇게.
◇ 김현정> 그러네요. 참 지금 말씀하시면서도 울먹울먹 하실 정도로. 그런데 이래저래 참 힘든 여름을 나고 계시는데요. 그런데 겨울에는 왜 그 저소득층한테 에너지 바우처라는 게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난방 에너지 이걸로 구입해서 쓰시라고 나오는데. 여름에는 아예 안 나와요?
◆ 김정길> 나오는 사람 있고, 안 나오는 사람 있어요. 그런데 그걸 쓸 줄을 몰라요, 우리가, 우리 주민들이. 노인네들 글도 모르는 사람 있습니다, 사실은.
◇ 김현정> 그렇죠.
◆ 김정길> 그런 사람도 있는데.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써먹느냐고요. 그거 흐지부지하고 없어진 사람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쓰는지를) 모르니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아마 지금 들으시는 우리 청취자들이 절절하게 그 상황들을 이해하셨을 것 같아요. 오늘 고맙습니다. 힘 내시고요.
◆ 김정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이세요. 김정길 씨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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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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