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노인 "더위와 바퀴벌레, 그보다 힘든 건.."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6. 7. 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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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없는 방, 바람도 더워
- 선풍기도 전기세 신경쓰여
- 냉장고 열기마저 야속해져
- 올 폭염에 벌써 두분 쓰러져
- 더위보다 힘든건 손가락질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길(영등포 쪽방촌 주민)

요즘 참 덥죠. 냉방기구 없으면 정말 숨쉬기 어려울 만큼 힘든 날들인데요. 이 시간에는 우리가 꼭 좀 챙겨봐야 할 우리의 이웃들 두 곳을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 1.5평 남짓한 쪽방 안에서 무더위와 씨름하는 쪽방촌 주민들, 그리고 폭염으로 죽어가는 닭들을 바라보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양계 농민들. 현장의 상황 생생히 짚어보죠. 먼저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이세요. 김정길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정길> 예.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실례지만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 김정길> 72입니다.

◇ 김현정> 72. 쪽방에는 혼자 사시는 거고요.

◆ 김정길> 그렇죠, 혼자 살죠.

◇ 김현정> 올해 많이 더우시죠?

◆ 김정길> 네, 많이 덥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지내세요?

◆ 김정길> 선풍기도 그러고 냉장고 조그마한 거 하나씩 있잖아요, 방에요. 그 열기에다가 선풍기는 있는 데도 있고 없는 데도 있어요.

◇ 김현정> 선풍기 없는 방도 있어요?

◆ 김정길> 그럼요, 있죠.

◇ 김현정> 그분들은 선풍기 사실 돈이 없어서 없는 건가요?

◆ 김정길> 전기를 쓰면 전기세 하고 물세를 또 따로 받아요. 그 나라에서 수급을 타봐야 전부 다 62만 원 남짓, 그리고 좀 장애가 있다 그러면 68만원 이 정도 받는데.

◇ 김현정> 62, 68. 그런데 방세, 쪽방세 얼마 내세요?

◆ 김정길> 방세는 23만 원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세 주고 전기세 주고 하면 뭐 없지 않습니까. 남들은 복날이라고 닭이라도 사먹지만 없는 사람은 그래도 시늉은 해야 될까 해서 돼지고기 사다가 좀 싼 걸로 해가지고 끓여먹어야 되고.

◇ 김현정> 그러면 우리 김 선생님은 선풍기는 그래도 방에 갖춰놓으셨어요?

◆ 김정길> 네.

◇ 김현정> 그러면 그걸 틀어놓으면 시원은 합니까?

◆ 김정길> 아이고, 시원하기는 뭐가 시원하겠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창문도 없는 데다가.

◇ 김현정> 창문은 아예 하나도 없어요?

◆ 김정길> 그렇죠. 있는 데 있지만 없는 데는 없죠. 우리 방에는 더구나 창문이 없습니다.

◇ 김현정> 이게 그러니까 벌집 여러분 생각하시면 돼요.

◆ 김정길> 그렇죠. 벌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벌집처럼. 그 한 칸 한 칸의 방에다 한 분씩 사시는 거니까 몇 개 방 빼놓고는 전부 다 창문이 하나도 없는 거죠?

◆ 김정길> 그렇죠, 없죠. 또 바퀴벌레가 많습니다. 누가 더불어 산다고도 해요. 약이나 좀 쳐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영 약도 안 쳐주고 그냥 그래요. 그리고 사람들이 개도 짐승도 그렇잖아요. 밖에 해 비치고 그러면 헥헥거리잖아요. 우리가 그 모양이에요, 지금 노인네들이 전부 다 70 먹고 80 잡순 분들이. 나보다 더 많이 연세를 드신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러니깐 물로만, 물만 먹고 있죠, 방에서. 아주 우리 주민들 울려고 그래요, 노인 양반들. 날씨가 더 더우니까 몸은 쳐지지 몸은 아프지, 따라주지는 않지 몸이.

◇ 김현정> 실제로 여름에 많이 편찮으신 분들 쓰러져서 병원 가시고 이런 분도 계세요?

◆ 김정길> 있죠. 있습니다, 두 사람이나 있어요.

◇ 김현정> 두 사람이나, 그 동네에는.

◆ 김정길> 예. 그래서 안타깝고 그리고 그전에는 여기 은행들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 앉아서 하루 종일 앉아서 물이나 먹고 이렇게 앉아 있으면 나가라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나가라고 하니까.

◆ 김정길> 나가라고 하죠, 당연히 나가라고 합니다. 옷이라도 깨끗이 메이커라도 있는 거 입고 있으면 괜찮지만 옷도 꾀죄죄하고 운동화도 새까맣고 슬리퍼 끌고 와서 지팡이 들고 거기 앉아 있는데 누가 그 모습을 좋다고 하겠습니까.

설움도 많이 당하고 우리 주민들이. 어떤 때는 공원에서 괴롭고 마을도 우울하니 괴롭고 앉아서 박스를 깔고 있는데. 어떤 분이, 나이도 드셨고 자식들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세상을 살면서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하고 가더라고요. 저희가 그랬습니다. '여보세요. 우리가 살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거 아니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겁니다'.

◇ 김현정> 잘하셨어요.

◆ 김정길> 어떻게 그렇게 손가락질을 하고 가느냐고. (눈물) 내가 울면서 달려들었어요, 그 아주머니한테.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공손히 사과드리고 가라고. 당신 말이라도 '몸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은 따뜻하게 못할 망정 왜 마음에 상처를 주느냐고 그렇게.

◇ 김현정> 그러네요. 참 지금 말씀하시면서도 울먹울먹 하실 정도로. 그런데 이래저래 참 힘든 여름을 나고 계시는데요. 그런데 겨울에는 왜 그 저소득층한테 에너지 바우처라는 게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난방 에너지 이걸로 구입해서 쓰시라고 나오는데. 여름에는 아예 안 나와요?

◆ 김정길> 나오는 사람 있고, 안 나오는 사람 있어요. 그런데 그걸 쓸 줄을 몰라요, 우리가, 우리 주민들이. 노인네들 글도 모르는 사람 있습니다, 사실은.

◇ 김현정> 그렇죠.

◆ 김정길> 그런 사람도 있는데.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써먹느냐고요. 그거 흐지부지하고 없어진 사람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쓰는지를) 모르니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아마 지금 들으시는 우리 청취자들이 절절하게 그 상황들을 이해하셨을 것 같아요. 오늘 고맙습니다. 힘 내시고요.

◆ 김정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이세요. 김정길 씨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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