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라니냐, 또 다른 재앙의 시작..여름엔 폭염에 폭우, 겨울엔 한파

안영인 기자 입력 2016. 7. 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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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구를 비롯한 남부지방의 기온은 최고 36도 안팎까지 올라가고 있다.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기온이다.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오락가락 비를 뿌리던 장마도 오늘(29일) 비를 끝으로 드디어 끝이 난다. 앞으로 적어도 2주 정도는 한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 중동 등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슈퍼태풍 같은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기상기구(WMO)가 올가을에는 '라니냐'가 발달할 가능성(50~65%)이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라니냐는 열대 태평양 바닷물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엘니뇨와는 정 반대로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이 예년보다 차가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겨울철에 가장 강력하게 발달하면서 지구촌 곳곳에 기상 이변을 초래했던 2015/16 엘니뇨는 지난 5월에 끝이 났고 지금은 바닷물이 오히려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달 평균(6. 26. ~ 7. 23.) 엘니뇨 감시구역인 열대 태평양(Nino3.4 지역 ; 5°S~5°N, 170°W~120°W)의 해수면 온도는 예년보다 0.4℃ 낮은 상태다.

아직까지는 정상상태로 볼 수 있지만 올 가을에는 라니냐로 발달해 적어도 올 하반기 동안 지속될 것으로 세계기상기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엘니뇨 감시구역에서 5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4℃ 이하로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라니냐의 시작으로 본다.

세계기상기구는 다만 올가을에 라니냐가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엘니뇨에 이어 발생하는 라니냐지만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강한 엘니뇨 뒤에 발생하는 라니냐는 1년 정도로 끝나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슈퍼 엘니뇨로 불리는 1972/73, 1982/83, 1997/98 엘니뇨 뒤에 발생한 라니냐는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2~3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문제는 엘니뇨와 마찬가지로 라니냐도 정상 상태가 아닌 만큼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라니냐가 2~3년 동안이나 이어지면서 지구촌 곳곳에 2~3년 동안이나 홍수나 가뭄, 폭염 등 각종 기상이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선 지구촌 전체를 보면 라니냐가 발생하면 여름철에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페루를 비롯한 남미 서해안지역  등은 저온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호주 북동지역은 고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도는 폭우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겨울철은 여름철보다 라니냐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 동남아시아와 브라질 북부 지역은 평년보다 강수량이 늘어나고 미국 남부지역은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다. 또 미국 서부와 캐나다 서해안 지역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한파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중국 남부지역은 강수량이 줄어들고 일본은 평년보다 추운 겨울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기상이변은 단순히 기상이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작물 작황이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심지어 국민과 정부와의 갈등, 민족이나 국가 간의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라니냐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반도 지역의 경우 우선 라니냐가 발달하는 시기에는 여름 후반에서 가을 전반, 그러니까 8월과 9월에는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올해 8월과 9월에 폭염이 예년보다 심할 수 있고, 더위 중간 중간에 폭우가 내릴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다.

또 라니냐가 발생한 겨울철에는 한반도 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추운 겨울이 예상되고 한파가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북극 해빙(sea ice)이 기록적으로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북극 해빙이 많이 녹아내리면 녹아내릴수록 겨울철 한반도 지역에는 북극 한파가 강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북극한파는 초겨울과 늦겨울에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라니냐의 영향과 북극 해빙이 빠르게 녹아내릴수록 강해지는 북극한파의 영향이 겹칠 경우 올겨울 한반도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빨리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슈퍼엘니뇨가 부른 폭염이 재앙이듯이 라니냐와 북극한파가 부르는 강력한 한파 또한 재앙이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강력한 한파는 견디기 힘든 재앙일 수 있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늦여름 폭염과 폭우, 겨울철 기록적인 한파 등 다가올 라니냐 재앙에 대한 대비도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기상청, 세계기상기구 엘니뇨 현황 및 전망(발표)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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