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골손님이 범인 닮았어요"..강력사건 해결 열쇠는 '제보'

2016. 7.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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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이용한 제보로 진화..미아찾고 지역 민원·사건 해결까지

SNS 이용한 제보로 진화…미아찾고 지역 민원·사건 해결까지

(전국종합=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 수배자 같아요."

경찰이 공개 수배한 살인 용의자를 본 것 같다는 신고 전화가 지난 11일 전북 남원경찰서에 걸려왔다.

신고자는 이달 1일 새로 보급된 경찰청 주요 지명피의자 종합수배 전단 두 번째 칸에 올라온 남성을 지목하며 "머리 길이는 짧아졌지만, 얼굴 윤곽은 사진에 나온 모습 그대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경찰은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예상 동선에 형사 1개 팀을 잠복 배치해 1년 9개월간 추적해온 살인 용의자 유모(60)씨를 붙잡았다.

유씨는 2014년 10월 16일 부부싸움 도중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시신 부검을 결정한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사건 다음 날 장례식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가족, 지인과 연락을 끊은 유씨는 은행거래나 병원진료 등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2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했다.

이처럼 시민 제보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거나 신속한 범인 검거가 필요한 강력범죄 수사에서 결정적 열쇠 역할을 한다.

경찰청 통계에서는 제보가 현행범 신고와 같은 항목으로 분류돼 정확한 수치를 뽑아내기 어렵지만, 경찰은 시민 제보에 의존해 여러 중요한 사건을 해결해왔다.

'트렁크 시신' 강도살인 피의자 김일곤(49)은 현상금 1천만원을 내건 경찰의 공개수배로 범행 8일만인 지난해 9월 17일 서울 성동구에서 체포됐다. 수배 전단을 본 지역 주민이 "김씨처럼 생긴 사람을 봤다"고 경찰에 알렸다.

1999년 11월 29일 전북 김제시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길을 건너던 여중생의 목숨을 앗아간 손모(50)씨는 사건을 아는 제보자의 신고로 16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손씨는 지난해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려고 버지니아주 이민국을 방문해 무심코 지문을 찍었다가 수배 사실이 들통났다.

가스레인지 수리공의 제보는 전국을 무대로 2년6개월 동안 이어진 탈주범 신창원(49)의 신출귀몰한 도주극을 끝냈다.

시민 제보는 때로 경찰 수사를 대신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명탐정 노릇을 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충북 증평군에서 집 안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유족의 제보가 단순 자연사로 처리된 노인의 죽음이 성범죄에서 이어진 살인이었음을 밝혀냈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동물에 관심 많은 고교생이 동네에서 규모가 큰 동물 분양업체의 수상한 구석을 포착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했다. 경찰의 비단원숭이 밀반입자 검거 작전이 시작된 배경이다.

사건해결이나 범인 검거에 결정적 단서가 되는 시민 제보 확보를 위한 경찰의 노력 또한 시대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숙박업소 주인들과 연락망을 구축해 수사 정보 수집에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자살기도 의심자나 실종자, 도피중인 강력범죄 사건 용의자의 사진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업주들은 실시간으로 답변을 달아 수사에 도움을 준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등 회원 6만여명에 이르는 협력단체와 SNS를 이용해 간단한 민원부터 절도·상해 피의자 검거까지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5일 이천 부발파출소 SNS에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 사진이 올라왔다. 경찰이 출동해 아이를 보호하는 동안 사진 속 아이를 알아본 주민이 부모에게 연락했다.

같은 해 3월에는 평택에서 장을 보고 귀가하는 주부를 뒤따라가 칼로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은 강도 용의자 사진을 경찰이 SNS에 공유했다. 이를 본 시민이 전날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고 도망간 사람과 동일인이라며 파출소에 연락해 범인은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한 건의 제보가 수개월, 수년간 이어진 수사에서도 찾아내지 못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며 "SNS를 통해 공유하는 정보는 지역 치안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숙희 김동철 김형우 설승은 윤보람 정회성 차근호)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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