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LG트윈스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2016. 7. 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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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잠실구장에서 LG와 롯데 경기가 끝난 후, '라이징(Rising) 트윈스' & '함께하는 트윈스' 회원들이 중앙출입구에 모여있다. 사진=김성태 기자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전날 LG와 롯데의 경기가 열리던 잠실 구장에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LG가 5-2로 앞선 9회초, 잠실 우측 외야에 두 개의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LG 프런트와 양상문 감독에게 항의하는 내용의 문구였다. 얼마 되지 않아 현수막은 사라졌지만, 경기 종료 후에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중앙 출입구로 이동했다.

그리고 작은 현수막과 함께 성명서를 들고 구단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합법적인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목소리 높여 항의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작은 소동에 불과했고, 대다수의 팬들은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갔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났고 별다른 반응 없이 이들의 시위는 조용히 끝이 났다.

이전부터 잠실구장에는 간간히 양상문 감독의 사퇴를 원하는 문구가 담긴 게시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청문회 이후 현수막과 성명서를 앞세워 직접적으로 감독 사퇴를 요구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들이 목소리를 낸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성적이었다.

2015시즌, LG는 9위에 머물렀다. 일찌감치 리빌딩을 시작했기에 올해는 다르나 싶었다. 하지만 어려웠다. 선발이 문제였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늦게 데려온 외인 코프랜드는 13경기 출전에 2승 3패만 기록하고 조용히 한국을 떠났다.

소사가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 많았고, 류제국와 우규민은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선발이 꼬이니 불펜도 꼬이고 타선은 원체 타 팀에 비해 약하다보니 힘을 쓰지 못했다. 게다가 32억을 주고 데려온 포수 정상호는 개점 휴업 중이며 재능 있는 자원은 LG만 나가면 대박을 터뜨리니 씁쓸했다.

그나마 2013시즌에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고 양상문 감독 부임한 2014시즌에 9위에서 4위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였지만, 작년은 9위에 그쳤고 올해도 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팬들은 마치 2003년부터 2012년의 '암흑 9년'이자 '비밀번호 6668587667'이 다시 시작되나 싶은 심정일 듯 하다. 게다가 1994년 이후 20년이 넘게 우승이 없으니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문제는 따로 있다. 성적이 이렇다보니 일부 극성팬들은 선수기용에 있어서 양상문 감독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 4할을 쳐냈지만 지금은 부상을 당해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이병규를 왜 당장 기용하지 않느냐고 성토한다. 그렇다고 젊은 신인급 선수를 기용하면 이길 의지가 없다고 말하거나 이들이 실수해도 믿고 꾸준히 내보내면 감독의 양아들이라고 조롱한다.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KBO리그에서 무척이나 어려운 것을 알고 있지만, 일부 팬들은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야구를 보기 위해 양 감독의 리빌딩이 어설프다 말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성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꼬집어서 토막내고 비판하고 삼킨다.

우승도 하고 싶고 베테랑 선수도 보고 싶고 리빌딩을 통해 새롭고 젊은 선수들이 뛰는 것도 원한다. 한 가지만 부족해도 감독의 능력 부족, 구단 프런트의 무능으로 판단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냐고 꾸짖고 현수막을 내건다.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자유다. 이 같은 모임을 조직하고 나서는 것도 LG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일 뿐이다. 대다수의 LG 팬들은 과한 애정과 극성을 보이는 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날 시위가 동조 없이 조용히 끝난 이유다.

한 아이돌 1세대 멤버는 '우리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다. LG 트윈스 프로야구단은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무엇이든 극에 달하면 광이 된다. 빗겨나간 애정은 폭력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주먹이 아닌 현수막에서 나오는 폭력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전날 롯데전에서 LG는 5-2로 앞선 9회초 수비를 앞두고 있었다. 이기고 있는 상황, 그것도 경기 도중에 프런트와 감독을 비난하는 커다란 현수막이 외야에 무자비하게 걸렸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 선수들과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에게 현수막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야구는 엔터테인먼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스포츠의 본질적인 목적은 즐기기 위한 것이다. 대중의 재미를 위해 존재하고 그것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중세시대 광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의 프로야구 선수이자 구단이다.

그리고 잠실구장이라는 멋진 광장에서 함께 응원하고 소리지르며 대중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는 해방구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LG 트윈스다. 그렇기에 LG 트윈스는 즐거움을 위한 목적이 아닌 수단이어야 한다.

한 팬은 LG에 대한 정의를 '가족'이라는 단어로 내렸다. 존재 자체 만으로?행복함을 주는 것이 바로 LG라는 의미였다. 이기면 함께 웃고 지면 슬픔을 반으로 나누는 사이다. 끝없이 애정을 갈구하고 조르는 목적의 대상이 아니다. 정말 LG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LG를 즐겁게 응원하고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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