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이 책 읽고 화를 냈으면 좋겠어요"

CBS 시사자키 제작팀 입력 2016. 7. 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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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다룬 장편소설 '거짓말이다' 쓴 작가 김탁환 씨

- 故 김관홍 잠수사 이야기 통해 세월호 참사 그려
- 사상 최대 구조작전? 500만원 받았지? 모두 "거짓말이다"
- 온몸 바쳐 구조한 민간잠수사들, 몸 망가지고 직업 잃고 목숨까지…
-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28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탁환 작가

◇ 정관용> 세월호 사건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산문집, 시집, 기록집 그리고 연극작품도 있고요. 그런데 첫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네요. '불멸의 이순신', '밀림무정' 이런 소설로 유명하신 김탁환 씨가 산업잠수사로 자발적으로 세월호 시신 수습작업에 참여했던 잠수사 김관홍 씨. 여러분 기억하시죠? 지난 6월 17일 목숨을 잃은 분인데요. 바로 이 김관홍 씨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거짓말이다'를 펴냈습니다.

이 소설 어떻게 쓰게 된 것인지 제목은 왜 거짓말인지 참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소설가 김탁환 씨를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탁환>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궁금한 게 많습니다. 이걸 장편소설로 쓰자. 어떻게 생각하게 됐습니까?

◆ 김탁환> 그러니까 처음에는 장편소설로 꼭 써야겠다, 이렇게 생각했다기보다는 올해 1월부터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라는 걸 했거든요.

◇ 정관용> 팟캐스트?

◆ 김탁환> 네, CBS에서 했어요. 공간을 얻어서. 그래서 그걸 하면서 여러 유가족들과 직접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3시간씩 그분들 이야기를 계속 들었죠. 그러면서 그냥 밖에서 책이나 뉴스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세월호를 아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그 안에서 그 사람들 구체적인 고통이나 이런 것들을 알게 됐고요. 그래서 그중에 민간잠수사 김관홍 씨가 3월 2일날 녹음을 했어요.

◇ 정관용> 거기에 출연을 했군요.

◆ 김탁환> 네, 출연을 했고. 그런데 그 유가족들 팟캐스트 때 만났을 때랑 김관홍 씨를 만났을 때가 좀 다르더라고요.

◇ 정관용> 어떻게요?

작가 김탁환 씨(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김탁환> 유가족들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고 감정이 좀 많이 나와 있는 형태로 그렇게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좀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김관홍은 잠수사니까 굉장히 객관적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심해잠수를 해야 되니까 숫자라든지 단어 선택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명확한 거죠. 그래서 제가 그냥….

◇ 정관용> 당장 자기가 가족을 잃은 당사자는 또 아니고.

◆ 김탁환> 네. 자기 의지로 또 갔고. 그러니까 결이 약간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아, 이 두 가지를 같이 쓴다면 이게 세월호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전까지는 책들이 주로 전자에만 치중을 해서 책들이 나왔기 때문에.

◇ 정관용> 맞아요. 가족들의 목소리 이런 것들.

◆ 김탁환> 책을 사도 읽지를 못하는 거죠. 읽는 것 자체가 힘든.

◇ 정관용> 고통스럽고….

◆ 김탁환> 네. 장편이라는 건 결국은 세계 자체를 객관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되고 그것들을 가지고 있는 시선을 가진 어떤 사람이 필요한데 민간잠수사라면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그때 들었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장편을 본격적으로.

◇ 정관용> 쓸 수 있겠다.

◆ 김탁환> 네, 쓰기 시작한 겁니다.

◇ 정관용> 보통 소설을 영어로 픽션(fiction)이라고 하잖아요. 픽션이라는 말은 허구라는 말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의 반대를 논픽션(nonfiction)이라고도 하는데 이 소설은 픽션입니까? 논픽션입니까?

◆ 김탁환> 그러니까 소재들은 사실인 소재들이 쭉 흩어져 있는 거고요. 그 흩어져 있는 사실들을 소설적으로 구성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그냥 관계없이 흩어져 있는 것들을 어떤 주제나 어떤 정서에 맞춰서 소설가가 재구성한 거니까요. 그게 허구라고 하는 게 없는 걸 만드는 게 아니고 있는 것들을 재배치하는 것, 이런 것들을 허구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 소설에도 스토리가 쭉 있잖아요.

◆ 김탁환> 스토리가 있죠.

◇ 정관용> 그 스토리는 허구군요?

◆ 김탁환> 허구죠.

◇ 정관용> 하지만 바탕에 깔려 있는 것들은 전부 사실에 근거한.

◆ 김탁환> 네. 그러니까 인물이 쭉 가는 건 허구이지만 그 인물이 구체적으로 들어간 배라든지 있는 바지선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제가 일일이 다 팩트 체크를 해서 그건 아주 정확하게 사실인 것들입니다. 세계는 사실이고 그 세계 안에서 움직이는 인간들은 허구적인 요소들이 들어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 정관용> 객관적 팩트부터 정리합시다. 이 분은 사고가 터지고 자발적으로 오신 분이죠?

◆ 김탁환> 네. 그렇죠.

◇ 정관용>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활동을 했고 그 후까지 개요를 청취자 분들한테 소개를 해 주세요.

◆ 김탁환> 4월 23일날 동거차도 앞에 맹골수도, 세월호가 빠져 있는 맹골수도에 도착을 했고요.

◇ 정관용> 원래 그 전에 직업이 민간잠수사에요?

◆ 김탁환> 직업이 산업잠수사.

◇ 정관용> 산업잠수사.

◆ 김탁환> 그러니까 바다나 강 밑으로 들어가서 교각들 폭파한다든지 연결한다든지 이런 걸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그러니까 그 사고가 났을 때 배 안으로 들어가야 되니까 아주 고도의 잠수기술이 있고 심해잠수가 가능한 30m 이상으로 이렇게 들어갈 수 있는 잠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했고요. 김관홍 잠수사 말로는 4월 23일 자기가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7명에서 8명밖에 없었다고 해요.

◇ 정관용> 그런 정도의 경력이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 김탁환> 실제 거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그런데 이게 로테이션으로 3교대 정도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20명 이상이 확보돼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 7명, 8명은 너무 고생을 많이 한 거예요, 그 당시에. 그러니까 전화가 계속 왔다는 거예요.

◇ 정관용> 자기한테.

◆ 김탁환> 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인적으로 네트워크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올 수 있냐고 전화가 자기한테 걸려 왔고.

◇ 정관용> 지금 말한 7, 8명은 전부 민간인입니까?

◆ 김탁환> 민간잠수사들인 거죠.

◇ 정관용> 해경이나 해군은요?

◆ 김탁환> 그러니까 해경이나 해군 잠수사들도 있었는데 그 해경 잠수사들 같은 경우에는 선내, 배 안으로 들어가는 건 못 했고요. 그 사람들은 그냥 배 밖에서 텐더라고 그러는데 생명줄을 잡고 도와주는 역할들.

◇ 정관용> 그러니까 배 안으로 들어갈 정도의 자격이나 실력이 안 된다? 해군도?

◆ 김탁환> 해군은 들어갈 수는 있는데 해군은 장비들이 커서 큰 방만 들어갈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아.

◆ 김탁환> 그러니까 격실이 아주 다양한데 그중에서 4명, 5명 잤던 작은 방들은.

◇ 정관용> 못 들어가는 거고.

◆ 김탁환> 네, 못 들어가고 20명, 30명 이런 방만 해군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잠수 기술적으로 쉬운 부분들은 해군이 들어가서 할 수 있는데 어려운 격실들 이런 부분들은 민간잠수사들이 들어가서 할 수밖에 없었고.

◇ 정관용> 그런데 7, 8명밖에 없었다?

◆ 김탁환> 네. 초창기에는 7, 8명밖에 할 수 없었고 연락을 받아서 23일날 이 친구가 도착해서 7월 10일까지 있었던 거죠.

◇ 정관용> 오래 있었네요.

◆ 김탁환> 네. 그래서 계속 그 안에서 희생자들 수습해서 모시고 나오고.

◇ 정관용> 직접 수습도 많이 하고.

◆ 김탁환> 그런 역할들을 쭉 했고. 그런데 7월달에 들어서는 실종자들이 잘 수습이 안 돼서 그러니까 해경 쪽에서는 원래 하던 이 그룹 말고 다른 팀에게 이걸 맡겨야 되겠다, 이런 그 당시에 말들이 왔다 갔다 해서요. 결국 이 25명이 일방적으로 쫓겨났어요. 7월 10일날.

◇ 정관용> 지금 25명이라고 하는 건?

◆ 김탁환> 민간잠수사들. 처음에 들어가서….

◇ 정관용> 김관홍 씨 정도의 자격을, 능력을 갖고 있는 25명이 4월 23일 이후 자꾸 모이면서 늘어났군요?

◆ 김탁환> 네. 그중에서 25명이 팀이 딱 짜여진 거죠. 그게 바지선이 크기가 또 있기 때문에 무한정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제 7월 10일까지 계속 일을 하고 있었는데 7월 10일날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너희들은 됐다고.

◇ 정관용> 그때 소위 언딘?

◆ 김탁환> 네, 언딘 바지선 위에서 일했던 민간잠수사들인 거죠.

◇ 정관용> 그런데 다른 팀들한테 맡기겠다고 한 건 그다음에 어디로 맡긴 거예요, 그러면?

◆ 김탁환> 다른 회사에 또.

◇ 정관용> 언딘이 아닌 다른 회사에?

◆ 김탁환> 다른 회사에 맡겼던 거죠. 그래서 제가 동영상 나올 때, 7월 9일, 10일 동영상들을 가지고 있는데 김관홍은 계속 항의하더라고요. 토사구팽이다. 이렇게 공들여서 우리가 두 달 넘게 자발적으로 와서 일을 했는데 이게 무슨 책임자가 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과정을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카톡으로 문자 하나 보냈거든요. '내일부터 너희들은 나가라'.

◇ 정관용> 그만해라.

◆ 김탁환> 네. 그래서 굉장히 분노하는 그런 동영상이 남아 있고요.

◇ 정관용>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활동은 그날까지 했고. 그 후에 각종 무슨 토론회라든지 또 세월호 특위까지 직접 가서 많은 증언을 하고 했던 분이죠?

◆ 김탁환> 네. 그런데 문제가 됐던 게 5월 6일날 이종욱 잠수사라고 하는 분이 돌아가시거든요. 잠수활동을 하다가. 그러면 그 잠수사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분에 대해서 그럼 책임을 져야 되잖아요.

◇ 정관용> 누군가.

◆ 김탁환> 네. 그런데 그 수색과 수습을 하는 전체 책임은 해경에 있는 거죠. 해경에 있는 건데 해경에서는 그 책임을 민간잠수사 쪽에서 제일 연장자인 공우영 씨가 있는데요. 이 사람이 업무상 과실치사를 범했다 해서 이 사람을 재판에 건 거예요. 해경에서 고발을 해서.

그런데 그 과정이 7월 10일 이후에 나오고 나서 보니까 자기들이 25명이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 중에서 최연장자를 죄인으로, 범죄자로 이렇게 해경에서 걸었으니까 굉장히 분노했던 거죠. 굉장히 분노했고 그런데 그 분노하는 와중에도 문제는 이 25명이 굉장히 다친 거죠. 그러니까 두 가지가 다쳤는데요. 일단 몸이 다쳤어요. 그게 잠수가 원래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못 들어가고 한 5번 하고 나면 이틀은 쉬고 이렇게 해야 하는 건데 그 당시에는 급박하니까 하루에 세 번도 들어가고.

◇ 정관용> 김관홍 씨도.

◆ 김탁환> 네.

◇ 정관용> 그래서 잠수병이 왔습니까?

◆ 김탁환> 잠수병이 오는 거죠. 김관홍 같은 경우도 하반신 마비 왔고요. 배뇨 장애가 오고 어깨 근육 같은 게 다 찢어져 있고요.

◇ 정관용> 아이고.

◆ 김탁환> 그러니까 잠수사들이 전부 다 그런 식으로 잠수병에 걸려 있었어요. 그래서 몸이 굉장히 만신창이였고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트라우마가 굉장히 생긴 거죠. 소설에도 나오지만 문제는 심해로 들어가서 만일에 희생자들을 찾으면 그러면 그 희생자들을 모시고 나와야 하잖아요. 모시고 나올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는 거예요. 잠수사들이 안고 나오는 수밖에 없는 거죠.

포옹해서 희생자들을 안고 나오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면 물속에서 앞에 한 10㎝, 20㎝밖에 안 보이는 상황에서 손으로 더듬어서 시신을 찾고 그 시신을 끌어안고 이렇게 해서 나왔으니까 그 충격이 엄청날 것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김탁환> 그 잠수사들이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는 거죠, 그 이전에는. 그럼 제대로 돼 있었으면 바지선에 의사가 있어서 잠수병 전문 의사와 트라우마 전문 의사가 있어서 그 사람들을 계속 치료해 줬어야 하는데 이종욱 잠수사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의사가 바지선에 한 명도 없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데미지를 잠수사들이 그대로 다 심신이 받았던 거고 그게 긴장한 상태니까 7월 10일까지는 버텼는데 거기에서 철수하니까 그 순간부터 이 사람이 아프기 시작하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김탁환> 그래서 자기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돼 있는 그런 고통이 하나의 축이 있는 거고요. 그 상황에서 자기들이 이런 고통을 겪지만 자부심이 있는 거죠. 자기들은 돈 때문에 간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가지고 희생자들을 수습하러 간 거니까 굉장히 프라이드가 높아요, 지금도.

◇ 정관용> 그때 이상한 루머 비슷하게 시신 한 구 수습해 오면 몇 백만원, 이런 말들이 있었잖아요.

◆ 김탁환> 그런 소문들이 막 돌았죠.

◇ 정관용> 사실은 뭐였습니까?

◆ 김탁환> 사실은 돈 안 받은 거죠.

◇ 정관용> 한 푼도?

◆ 김탁환> 시신에 대해서, 시신 한 구당 얼마 이런 건 존재할 수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럼 일당도 못 받은 거예요?

◆ 김탁환> 일당은 받았던 거죠. 일당은 책정되어 있었던 거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당이 얼마인지를 잠수사들이 일할 때는 자기들도 몰랐어요.

◇ 정관용> 그냥 한 거고.

◆ 김탁환> 일당은 아주 뒤에 결정된 것이고 실제는 급하니까 그 사람들이 내려가서 일을 막 했던 것이고.

◇ 정관용> 정말 자발적으로. 조건도 없이, 계약도 없이.

◆ 김탁환> 그렇죠. 계약서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분들이 그 앞에 천안함 때도 내려가서 일을 하신 분들이고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서해 페리호 때도 가서 일을 한 분들이에요. 그러니까 아주 전문적인 기술이 있기 때문에 사고가 터지면 이 사람들 안다는 거예요. 아, 저렇게 선박이 내려가면 그러면 우리가 가서 일해야지. 이렇게 자기들끼리 의리로 똘똘 뭉쳐요. 그런데 재판이 걸렸으니까 그러니까 이중으로 이 사람들이 다친 거예요. 몸과 마음을 다쳤을 뿐만 아니고 자기 명예까지도.

◇ 정관용> 명예까지도.

◆ 김탁환> 만신창이가 되니까 그런 상황이었는데 이게 처음에 일을 하러 들어갈 때 이분들이 비밀보장서약서를 썼어요.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밖에 누설하지 않겠다. 이걸 다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 썼기 때문에. 그러니까 공우영 잠수사 같은 일이 닥치니까 그러면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서 언론에 나가서 얘기를 해야 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이 서약서 위반인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김탁환> 이게 족쇄로 딱 있었던 거고요. 그런 상황에서 김관홍 잠수사가 나가서 이야기를, 자기가 그냥 이걸 다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무릅쓰고 나가서 이야기를 해 버린 것이 2015년 봄부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거죠.

◇ 정관용> 그러다가 불과 얼마 전인 6월 17일 돌아가셨어요.

◆ 김탁환> 네. 기본적으로는 트라우마를 계속 앓고 있는 거예요. 제가 만나서 같이 지내고.

◇ 정관용> 잠수 일은 못 하시고, 잠수병 때문에?

◆ 김탁환> 그렇죠. 그러니까 25명 중에서 절반 정도는 잠수를 아예 못 하는 거죠.

◇ 정관용> 아. 직업을 잃었네요, 그냥.

◆ 김탁환> 그렇죠. 제가 만나본 황병주 잠수사라고 계신데 그분은 신장을 다치셔서 투석을 해야 하는 거죠. 그 정도.

◇ 정관용> 김관홍 씨도 아무튼 직업을 잃었고.

◆ 김탁환> 네.

◇ 정관용> 어떻게 살아요?

◆ 김탁환> 그러니까 황병주 씨도 그렇고 김관홍 씨도 그렇고 대리운전을 하더라고요.

◇ 정관용> 대리운전을?

◆ 김탁환> 네. 그런데 그게 밤이 더 견디기 어렵다고 그래요. 날이 어두워지고 특히 비 내리고 안개 끼고 이러면 그게 계속 생각이 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밤에 그냥 나가서 대리운전하시는 게 낫다.

◆ 김탁환> 네. 나가서 돌아다니시고.

◇ 정관용> 그리고 그 당시 최연장자였던 잠수사가 지금 재판을 받은 것.

◆ 김탁환> 재판을 해서 1심에서 무죄가 났어요.

◇ 정관용> 무죄가 났죠.

◆ 김탁환> 그러니까 문제는 그래서 이 잠수사가 무죄가 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잠수사가 무죄가 나는 것보다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전반적인 객관적 사실을 우선 전해드려야 이게 어느 스토리를 다룬 거겠구나라고 감을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군요. 제목이 왜 '거짓말이다'입니까?

◆ 김탁환> 그건 제가 팟캐스트를 하면서 유가족이나 잠수사들한테 제일 많이 들은 말이에요. '500만원 받았죠?' 하면 '거짓말이다'. 그다음에 '대학 특례입학 이런 것 했죠?' '거짓말이다'. 그러니까 이게 루머로 떠돌고 있는 것들을 질문을 하면 '거짓말이다'라고 계속 대답을 하는 겁니다.

◇ 정관용> 소설 초입에 '사상 최대 구조작전이라는 보도가 거짓말이다' 이렇게 또 등장하더라고요.

◆ 김탁환> 그렇죠.

◇ 정관용> 이게 아까 언급하신 정작 갔더니 7, 8명밖에 없더라, 그거군요?

◆ 김탁환> 그렇죠. 그리고 그 잠수사들도 19일이 되어서야 들어갔거든요. 4월 19일. 사고는 16일날 났는데.

◇ 정관용> 최초로 들어간 게 19일이다?

◆ 김탁환> 배 안으로 들어간 건. 그러니까 17, 18일날에는 아무도 배 안으로 안 들어간 거죠. 그런 것들을 다 숨겨놨기 때문에.

◇ 정관용> 그런데 수백 대의 배가 떠 있고.

◆ 김탁환> 잠수사가 550명이고 이런 얘기를 했던 거죠.

◇ 정관용> 다 거짓말이다?

◆ 김탁환> 네.

◇ 정관용> 김관홍법 이런 것도 지금 추진되고 있죠?

◆ 김탁환> 네.

◇ 정관용> 그건 뭡니까?

◆ 김탁환> 그러니까 이게 세월호 사건이 나고 나서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었는데 그런데 그 특별법에는 피해자 조항이 있는 거죠. 제가 확인해 보니까 처음에 만들 때는 피해자에 잠수사가 안 들어가 있었던 거예요. 특별법에 근거해서 사람들이 치료도 받고 보상도 받고 이렇게 돼 있었는데 그 법을 만든 사람들이 잠수사가 거기 있었다는 걸 까먹었던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 김탁환> 그래서 지금 그걸 개정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 정관용> 자발적으로 가서 그냥 평상시에 자기가 하던 산업잠수사 일당 정도만 받고 그것도 계약서 쓰고 미리 예약된 게 아니라 나중에 그냥. 그런데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500만원 받았다더라, 어쨌다더라 하는 식의. 그리고 정작 절반은 직업을 잃고 몸은 망가졌는데 지금 아무 보상이 없군요.

◆ 김탁환> 그렇죠.

◇ 정관용> 이 책을 주문해서 사면 꽃다발이 달려온다면서요?

◆ 김탁환> 네.

◇ 정관용> 책과 꽃다발을 같이 주는 건 처음인데요?

◆ 김탁환> 김관홍 잠수사가 그래서 잠수 일은 못하니까 제가 가서 기거하는 곳에 가보니까 야생화 가게를 하고 있는 거예요, 부인이. 그런데 야생화 자체는 남자의 손길이 필요해서 김관홍 잠수사가 돌아가시고 나서 부인을 만나서 그러면 앞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까 어떤 걸 하고 싶으냐고 물어봤던 거죠. 그러니까 꽃배달 서비스 같은 건 할 수 있겠다. 자기가 화훼 쪽에 계속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꽃바다라고 하는 회사를 하나 만들었어요. 만들었고 그래서 제가 책을 두 가지 종류로 팔아야겠다. 책만 팔기도 하고 책과 그 꽃바다의 꽃과 같이.

◇ 정관용> 그 집의 꽃.

◆ 김탁환> 네. 그래서 그렇게 하면 좀 보탬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던 거죠.

◇ 정관용> 이 책 인세도 다 기부하시기로 했다고.

◆ 김탁환> 네. 그러니까 이건 김관홍 씨의 일도 있지만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유가족들과 계속 만나면서 그 속에서 상상을 하고 구체적인 것들을 확인해 나간 것이기 때문에 이건 다 기부하는 게 맞다, 이렇게 처음부터 생각했습니다.

◇ 정관용> 방금 제가 김탁환 씨를 만나서야 알았습니다만 이 소설의 겉표지를 싹 넘기니까 그 안에 아주 크고 굵은 글씨로 '국가재난에 국민 부르지 마'라고 하는 글씨가 써 있네요. 이건 또 뭡니까?

◆ 김탁환> 그건 김관홍 씨가 국회에 나가서 증언할 때 했던 말이에요. '이렇게 우리를 사람대접 안 하고 푸대접하면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전부 다 국가에서 알아서 해야 된다. 이렇게 국민을 불러서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이런 행위들은 앞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그런 걸 계속 하려면 우리 부르지 마라' 이렇게 말을 했던 거죠.

◇ 정관용> 그렇죠. 국가재난에 국민을 왜 부릅니까. 해경에 해군에 그런 전문가가 더 많아야 되는 거고, 사실은. 그렇죠? 이런 분들이 자발적으로 거기 가서 몸 다치고 말이 안 되는 거죠, 처음부터.

◆ 김탁환> 네. 말이 안 됩니다.

◇ 정관용> 책 뒤에 저자의 말 맨 끝 문장이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어떤 말입니까?

◆ 김탁환> 저는 세월호 관련된 책들, 기존에 나온 책들을 쭉 보면 그게 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쓰면서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화를 냈으면 좋겠어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나, 이렇게 좀 분노를 하고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뭐든지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책을 썼고요. 그래서 마지막 멘트를 그렇게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이렇게 썼습니다.

◇ 정관용> 소설가 김탁환에게 세월호 사건은 뭡니까?

◆ 김탁환> 제 생애의 사건인 것 같아요. 한 사람에게 인생에서 계속 곱씹어야 될 사건들은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저한테는 87년도 민주화 운동이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고요. 그다음에 세월호 사건이 두번째인 것 같아요. 이건 제가 실제 유가족들을 만나보니까 부모들이 다 제 또래더라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탁환> 그래서 친구들 같은 거죠. 쭉 태어나서 비슷한 삶을 살아오다가 이런 일이 닥친 거고요. 그런데 놀라운 건 이게 중요한 포인트인데 그 이전에도 참사들은 있었는데 피해자들이 이렇게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들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어떤 일들을 해나가는 게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어떤 움직임들이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걸 계속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애 많이 쓰셨고요. 또 좋은 소설 기대하면서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탁환>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거짓말이다> 소설을 들고 온 소설가 김탁환 씨를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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