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멘트' 김성근, 승리 후 긴급미팅 소집 왜?
한화, 28일 SK전 진땀승 이후 '긴급 미팅'
김성근, 노코멘트+승리 하이파이브 생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승리했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기쁨을 나누기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화는 28일 대전 SK전에서 12-8로 승리, 주중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그런데 경기가 승리로 확정된 뒤 김성근 감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곧장 덕아웃 뒤로 사라졌다. 선수단 승리 하이파이브는 김광수 수석코치가 앞장서서 했다.
김 감독은 평소 팬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경기에 승리한 날에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또는 악수를 나눈 뒤 꼭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답례한다. 지난해 7월2일 광주 KIA전 승리 후 급하게 화장실을 가느라 먼저 자리를 뜬 적 있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김 감독은 한화 부임 후 처음으로 경기에 승리한 날 소감마저 '노코멘트'했다. 경기 직후 모든 선수들을 전력분석실로 모아 단체로 긴급 미팅을 가졌다. 서울 원정을 위해 늦은 시각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선수들 모두 빠짐없이 유니폼 차림으로 소집된 것이다.
승리는 했지만 경기 내용이 안 좋았다. 이날 한화는 2회 정근우의 만루포, 김태균의 투런포에 이어 윌린 로사리오의 3점포까지 터지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김 감독도 홈런을 터뜨린 타자들과 직접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3회까지 12-0으로 크게 리드하며 무난히 이기는 듯했다. 선발 이태양도 시즌 최다 6⅓이닝을 던지며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런데 이태양이 내려간 뒤 경기 흐름이 이상하게 흘렀다. 정대훈이 아웃카운트 없이 안타와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고, 정우람이 최정민에게 적시타를 맞더니 정의윤에게는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스코어가 12-6이 되자 송창식이 나와 연투를 소화했다. 3회까지 12점을 뽑아낸 한화 타선도 4회 이후 SK 추격조 투수들에게 막혔다. 쉽게 가야 할 경기가 어렵게 됐다.
7~8회 상대 실책으로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고, 결국 권혁이 마지막 2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9회에는 권혁까지 2실점했다. 12-0에서 12-8로 경기가 마무리된 것이다. 승패에 관계없이 등판 간격이 뜸했던 정우람과 권혁을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점수차가 벌어진 후 느슨해진 플레이와 추격을 허용하는 과정에서의 필승조 과소모라는 손해까지 있었다.
어느 감독이라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경기내용이었다. 김 감독은 평소에도 승패에 관계없이 필요할 때마다 선수단과 미팅을 갖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분위기가 더 무거웠다. 2연승을 했지만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29일부터 올 시즌 상대전적 7전 전패를 당한 1위 두산과 3연전을 갖기 때문에 정신무장을 새로 할 필요가 있었다.
한화는 지난 5월26일 이후 47경기에서 28승17패2무 승률 6할2푼2리로 이 기간 리그 전체 2위의 성적을 내고 있다. 후반기 9경기도 5승4패로 순항 중이다. 시즌 초반 성적을 너무 까먹어 여전히 승패 마진은 -9이지만 5위 롯데와 격차는 3경기로 추격권에 있다. 2연승 이후 김 감독의 긴급 미팅이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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