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재탕'에 집착하는 제작사, 추억에 흠집만 낼라

우동균 2016. 7. 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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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엽기적인 그녀> 에 이어 <모래시계> 까지 리메이크.. 쉽게 만들면 안 된다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곽우신]

한동안 흥행작들의 속편 제작이 가시화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장금2>에서부터 <별에서 온 그대2>까지, 흥행작의 이름값을 활용한 속편제작을 타진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이런 속편 제작은 전작만 못한 졸작으로 남을 확률도 높다. 일단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의 섭외가 어렵고, 전작에서 보여준 신선함이나 분위기를 재현해내는 것도 녹록지 않다.

속편 영화 실패, 드라마는 과연?

한국 콘텐츠는 시즌제나 속편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서사가 완결되면서 시청자나 관객의 감정도 함께 마무리된다. 그 감정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흥행했던 전작을 재활용하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더 나은 콘텐츠로 승부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엽기적인 그녀2>는 안일하게 만들어진 속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다. 중국 출신의 가수 빅토리아와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 역을 맡았던 차태현까지 가세했지만,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전지현이 비구니가 되었다는 설정은 황당했고, 빅토리아의 매력은 전지현의 분위기를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었다.

 SBS 새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로 발탁된 배우 김주현의 사진. 사극으로 리메이크되는 <엽기적인 그녀>는 과연 재미있을까.
ⓒ SBS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의 재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엽기적인 그녀>는 이제 '사극'으로 리바이벌된다. 이미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배우 김주현을 '그녀'로 뽑았고, 남자 주인공으로는 주원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엽기적인 그녀>는 분명 매력적인 콘텐츠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녀'의 역할을 맡아 <엽기적인 그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던 전지현만큼의 매력을 다른 배우가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엽기적인 그녀>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로 흘러가는 이야기다. 16부작 드라마로 서사를 늘릴 경우, 스토리의 힘이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녀'의 매력은 아직 검증되지도 않았다.

또한, 사극으로 바뀐 설정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반응할지도 물음표이다. 아예 설정이 이 정도로 달라졌다면 굳이 <엽기적인 그녀>라는 타이틀을 가져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이미 반복했다가 실패한 <엽기적인 그녀>의 콘텐츠를 물리지 않게, 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아하다. 별다른 고민 없이 흥행작의 이름값에 기대려는 욕심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래시계>의 부활, 인기도 부활할까

 리메이크 되는 <모래시계>, 과연 추억은 지켜질 수 있을까.
ⓒ SBS
<모래시계>의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가동되었다. <모래시계>는 방영 당시 시청률 50%를 넘기며 SBS의 개국공신 같은 드라마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모래시계> 방영 시간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나 지금 떨고 있니?"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드라마 제작사 현무엔터프라이즈는 <모래시계>의 원작자 송지나 작가와 손을 잡고, 전작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를 구상 중이다. 그러나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드문 편이다. <모래시계> 집필 당시만 해도 송지나 작가에게는 패기 넘치는 젊음이 있었다. 이후 <여명의 눈동자>까지 송지나 작가의 필력은 불타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송지나 작가는 전성기 때의 그녀와 다르다. 그녀는 이후 <대망> <로즈마리> <태왕사신기> <신의> <힐러> 등을 집필했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실패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후 작품에서 <모래시계>와 <여명의 눈동자> 같은 기지가 발휘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송지나 작가가 다시 집필한다고 하여도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작과 비슷한 스토리로 간다고 해도 문제다. 이미 20년 이상이 시간이 흐른 콘텐츠다. 그 콘텐츠가 현대인들이 함께 공감할 만한 재미를 담보하고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과거의 영광은, 때때로 과거로 남겨둘 때가 가장 아름답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다 보면 과거에 발목 잡힐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전작보다 더 대단하고 훌륭한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그 어려운 걸 해낸' 몇 가지 사례를 알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 매우 드물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예 새로운 스토리를 사용하든, 그 작품을 리메이크하든 상관없이 이미 한 번 경험한 설정이나 스토리에,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감을 끌어 올리는 건 쉽지 않다. 잘못된 리메이크는 오히려 추억에 흠집을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섬세한 터치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이전작의 영광에 단순히 의지하는 게 아니라 속편만의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대중 역시 박수를 쳐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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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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