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저치'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내려갈까

경계영 2016. 7.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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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잠시 멈췄던 원·달러 환율의 내림세(원화 강세)가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명확한 단서가 제시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는 29일 일본은행(BOJ)에 이어 다음달 초 호주중앙은행(RBA), 영란은행(BOE)까지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면 아직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구체화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 수준에 온 데다 이미 채권과 주식가격이 올라 외국인 자금 유입이 제한적일 수 있어, 환율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연중 최저치이자 9개월 만의 최저 경신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80원(0.86%) 하락한 1124.40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강세). 이는 연중 최저치다. 지난해 10월19일 1121.00원을 기록한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환율을 연중 최저치로 끌어내린 것은 FOMC였다. 이번 FOMC 성명서에는 “경제 전망에 대한 단기적 위험이 약해졌다(Near-term risks to the economic outlook have diminished)”는 문구가 새로 포함됐다.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별다른 단서는 없었고 물가와 세계 경제 여건, 금융시장, 고용 등 지표를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매파(통화긴축 선호)도 아니었다. 그러자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계산한 연방기금금리 선물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하루 전 19.5%에서 FOMC의 성명서 공개 이후 18%로 더 낮아졌다. 경계감이 누그러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내림세로 전환했고 달러화 가치도 약세를 보였다.

역외 시장에서는 롱(달러화 매수) 세력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자 이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간밤부터 롱스탑(손절매도) 물량이 나온 데다 시장에서 중요하게 봤던 달러당 1125원마저 무너져 하락 압력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려는 네고물량 또한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또다른 외환딜러는 “FOMC를 앞두고 대기하던 네고물량이 실망 매물로 쏟아졌다”며 “그간 지지되던 달러당 1130원대가 무너지면서 더욱 낙폭을 넓혔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의 바닥은 어디?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초점이 유동성 공급에 맞춰지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내릴 수 있겠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내일 일본은행이 28조엔(300조원가량)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뛰어넘을 만한 정책이 없다면 엔화가 다시 강세로 가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달러당 1120원을 뚫고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외환딜러는 “전반적으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원화만 약세로 가긴 쉽지 않다”며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강세 흐름으로 바뀌지 않는 한 무거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1120원대를 바닥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완화적 조치에 글로벌 자금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내일 일본은행이 파격적 조치를 내놓을 수 있어 불투명하긴 하다”면서도 “원화 가치가 많이 올라 해외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국내 채권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지고 있어 1120원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지수가 상단에 와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 수준이 연중 최저라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1100원 초반대에서 당국 개입 경계감이 있고 주요국 정책 등 불확실성이 있어 원·달러 환율이 확 내려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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