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엑스몰 운영권 '신세계'로..강남벨트 조이는 정용진

위탁운영 본입찰 단독 참여..유력후보 현대百 고심끝 포기'신세계 강남점-코엑스몰-스타필드 하남' 상권 맹주로 부상

'강남상권 대첩'으로 불렸던 코엑스몰 위탁운영권 입찰에 신세계프라퍼티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심형 쇼핑몰 문화를 정착시킨 코엑스몰 운영권은 신세계가 움켜쥐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로 인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구상했던 '신세계 강남벨트' 구축이 한발 더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유통 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마감된 코엑스몰 운용권 본입찰에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만 참여했다. 그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던 현대백화점은 고민 끝에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후보였던 애경도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무역협회는 조만간 신세계프라퍼티를 코엑스몰 위탁운용사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코엑스몰(매장 247곳, 전용면적 4만8359㎡)과 칼트몰(매장 80곳, 전용면적 1만579㎡)을 향후 10년 동안 운영하게 된다. 단일층 기준 국내 최대 쇼핑몰인 코엑스몰은 MICE(기업회의·포상·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2021년께 완공될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인접해 있어 향후 방문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그동안 강남상권 공략에 큰 공을 들여왔다. 올해 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강남 신세계타운 구축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오는 9월에는 정 부회장의 최대 야심작으로 꼽히는 국내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이 오픈할 예정이다. 여기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바로 옆에 있는 코엑스몰 운영권까지 확보하면서 적진인 삼성동 현대타운에까지 신세계 깃발을 꽂게 된 것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코엑스몰 운용권을 확보함에 따라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코엑스몰-스타필드 하남'으로 이어지는 강남벨트를 구축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신세계가 강남상권의 맹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코엑스몰 운영권을 따내면서 향후 삼성동 코엑스~현대차 용지~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66만㎡ 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프로젝트의 유통단지 전쟁에서도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 측은 향후 코엑스몰을 기존과 다른 새로운 콘셉트의 도심형 쇼핑몰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코엑스몰은 국내 도심형 쇼핑몰의 원조 격으로 상징적 의미를 지녔지만 2014년 30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이후 방문객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만의 차별된 콘텐츠를 코엑스몰에 집중 배치해 강남권 대표 쇼핑몰로 재도약한다는 계획"이라며 "스타필드 하남 등과 공동 프로모션 등을 통해 강남 고객들에게 보다 차별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 전쟁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현대백화점이 최종 입찰을 포기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계열사인 한무쇼핑을 통해 2000~2012년 코엑스몰 운영을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코엑스몰 운영 경험이 있는 데다 코엑스몰과 연결돼 있는 무역센터점까지 운영하고 있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가장 강력한 후보로 손꼽혔다.

현대백화점 측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결국 현대백화점이 입찰을 포기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역협회 측은 이번 입찰에서 최저 수수료로 6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엑스몰이 거둬들인 임대수익은 500억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차인들은 매출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내야 하는 현재 계약 구조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매출이 부진해 최소보장임차료(MRG)를 내고 있는 매장 수가 전체의 70%에 달하고 이를 통해 무역협회가 약 200억원 이상의 추가 임대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만약 임차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소보장임차료 약정이 폐지되고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를 내는 구조로 계약이 바뀌면 위탁운용자는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가 입찰에 단독 참여한 배경에는 정 부회장의 강남벨트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대형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단기적으로는 적자라고 해도 삼성동 지역 개발 계획이 완료되면 향후 방문객이 크게 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신세계가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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