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라질에서 자란 시코, 이젠 K리거 김현솔

김정용 기자 2016. 7.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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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현솔은 "한국 대표로서 월드컵 우승이 꿈이에요"라고 했다. 그는 브라질에서 자란 한국계 축구 선수다. "월드컵 우승도 못 해 본 나라에서 온 주제에 무슨 말을 하냐"고 무시 받을 때마다 월드컵 우승의 꿈은 점점 커졌다.

김현솔은 이중국적자로서 국내 선수로 등록한 최초의 K리거다. 원래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았던 국적법은 2010년 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을 인정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파라과이와 한국 여권을 모두 갖고 있던 김현솔이 국내 선수로 등록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동안 교포 선수들은 주로 재일교포였다. 교포 K리거 1세대 박강조부터 이번 여름 등록한 우상호(대구FC)까지 14명이 한국을 찾았다. 2011년 대전시티즌에 입단했던 백자건은 재중동포였다. 남미에서 나고 자란 교포 선수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김현솔도 5년 넘게 브라질 리그에서 활약하는 동안 다른 교포 선수는 본 적 없다고 했다. 그는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국경 도시인 시우다드 델 에스테에서 태어났다. 친척을 따라 파라과이로 이주한 부모님은 옷가게를 하며 삼남매를 키웠다. 김현솔이 아는 한국인 선수는 형과 자신뿐이었고, 형이 축구를 그만둔 뒤엔 그 혼자 남았다.

김현솔은 교포 2세 중에서 한국어가 능숙한 편이다. 약간 어눌하지만 정확한 문법을 구사한다. "부모님이 한국말 쓰도록 교육을 하셨어요." 그러나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인식은 없다. 파라과이에서 태어나 한국 음식을 먹으며 자랐고 브라질에서 축구를 배웠다.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언젠가부터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국말을 계속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응원하는 대표팀, 뛰고 싶은 대표팀은 한국이 됐어요. 파라과이 경기를 보면 느낌이 없고, 한국 경기를 보면 느낌이 와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컵이 열리면 브라질에도 한국 경기가 나와요. 많이 보진 못했지만 중계 될 때마다 봤어요. 저도 저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유럽, 중동보다 한국이 그냥 끌렸다

브라질은 한국계 주민이 많이 자리 잡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축구장에서는 은연중에 차별이 일어난다. 세계 최강 브라질이 축구하는데 한국인이 왜 껴 있냐는 취급을 받으며 김현솔은 공을 찼다.

"제일 힘들었던 건 감독들에게 믿음을 받는 거. 감독들도 한국 사람보다 브라질 선수를 더 믿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연습밖에 없었어요. 운동장 안에서 조금씩 저를 보여줬어요."

16세 때 브라질로 옮겨간 김현솔은 아틀레치쿠소로카바, 브라질리엔세, 투피, XV데피라시카바를 거쳤다. 2015년 브라질 2부 리그에 해당하는 브라간치누에 입단했다. 유연성과 상상력이 부족할 거라는 편견을 뚫고 가장 브라질다운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자리를 잡았다. 7번, 10번, 11번 등 화려한 선수들의 전유물 같은 번호를 달고 뛰었다. 그의 스페인어 이름 프란시스코에서 딴 `시코`라는 별명은 인근 지역에서 조금씩 유명해졌다. 시코는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꼭 브라질 사람처럼 축구를 했다.

올해 여름 김현솔은 세 나라로 갈 기회를 잡았다. 포르투갈 1부 구단, 카타르 구단, 그리고 한국이었다. 포르투갈은 유럽 진출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었다. 카타르는 훨씬 많은 연봉을 받을 기회를 뜻했다. 오히려 한국에선 김현솔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팀이 없었다. 김현솔은 테스트를 자청했고, 서울이랜드의 훈련에 몇 차례 참가한 뒤 입단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가장 힘든 길을 택한 이유는 한국에서 뛰고 싶어서였다.

"지금 목표는 한국에서 뛰는 거. 잘 뛰고 인정받는 거. 챌린지에 왔다는 게 좀 그래 보일 수 있지만, 이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해서 왔어요."

브라질의 스타일, 한국 대표라는 꿈

김현솔은 무표정한 얼굴과 조용한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내용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K리그 챌린지에 발을 들인 선수가 국가대표를 거론한다는 것부터 그렇다. 심지어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다. 브라질 감독들에게 `우승도 못 해 본 나라 사람` 취급을 받을 때마다 월드컵 정상에 서는 꿈을 꿨다.

K리그에서 성공하는 브라질 선수 중 2, 3부 리그 출신이 많다. 김현솔에게도 비슷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까. 브라질 선수만큼 활약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태연하게 "네, 그렇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스스로 기술이 좋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특기는 오른발 킥이다. 브라간치누에서도 전담 키커를 맡았다. 서울이랜드 연습 경기에서도 외국인 선수처럼 적극적인 드리블과 타이밍 빠른 슛으로 장점을 드러냈다.

갈 길은 멀다. 당장 서울이랜드에서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박건하 감독은 "내가 주도해서 영입한 선수는 아니고, 구단이 원래 접촉하고 있던 선수였다. 테스트를 통해 가능성을 봤고, 구단의 뜻을 존중해 영입했다. 기본적으로 드리블, 스피드, 슈팅력은 보였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를 끌어줄 사람은 없다. 김현솔은 브라질에서 그랬듯 낯선 땅에서 실력만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아는 K리그 사람들이라곤 FC안양 공격수 브루닝요, 셀소 실바 부천 코치 등 브라질인이거나 브라질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들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을 거론하는 게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묻자, 김현솔은 "간절히 원하니까 하느님이 도우시겠죠"라며 웃었다.

김현솔이 한국에 온 건 두 번째다. 5년 전 첫 방문 당시엔 연습 경기만 하고 3일 만에 떠났다. 이번엔 한국에 오래 머물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는 "아직도 한국에 온 게 실감이 안 나요. 주위에 다 한국 사람밖에 없다는 게 제일 신기해요"라며 한국 사람들이 득실대는 경기장을 바라봤다.

사진= 김현솔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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