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선동열, 박찬호, 추신수..42년 고교야구 스타의 요람

성환희 2016. 7. 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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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봉황대기 개막 D-5
지난해 열린 제4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북고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는 1971년 창설해 2010년까지 40년간 국내 유일의 지역 예선 없는 통합 토너먼트 대회로 야구인들의 인기와 사랑을 독차지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선수의 ‘선수 출신’ 신분을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 등록한 사실 여부로 결정할 만큼 권위를 인정 받는 대회다. 매년 전국대회 중 마지막으로 열리는 봉황대기는 모든 고교팀이 제한 없이 출전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각종 이변이 속출하는 명승부가 연출되며 ‘전국구 스타’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다른 대회에서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무명 선수들에겐 선망의 무대였다. 방학을 이용해 재일동포 선수들까지 출전해 한민족의 자긍심을 심어 주기도 했다. 명실공히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는 프로야구 출범 이전까지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러다 2011년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육성한다’는 정부 시책에 따라 주말리그제가 도입되면서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는 희생양이 됐다. 전국 대회를 축소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무등기와 대붕기, 화랑대기, 미추홀기 등 지방 대회가 폐지됐다. 방학 중에 열려 학습권 보장이라는 정부 방침과도 맞아 떨어졌던 봉황대기마저 오히려 없애 일선 고교와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봉황대기 폐지로 학생 선수들의 진학ㆍ취업 문이 좁아졌고, 동문들의 후원 관계,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지원도 열악해지는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염원으로 3년 만인 2013년 부활의 결실을 맺었다.

봉황대기 로고.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는 스타의 요람이었다. 1971년 제1회 대회에서는 무명의 김재박(전 LG 감독)이 활약한 대광고가 당대 고교 최고 스타 윤몽룡(작고)이 이끄는 강호 중앙고를 누르고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해 초록 봉황의 주인공은 경북고였다. 당시 경북고 에이스 남우식은 54이닝을 완투하면서 2실점만 하는 괴력을 뽐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전 KIA 감독)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것도 사실상 봉황대기였다. 1980년 10회 대회에서 광주일고의 선동열은 노히트노런을 작성했고, 대구상고 이종두(삼성 코치)는 고교야구 사상 첫 사이클링히트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휘문고 박정혁은 1989년 19회 대회에서 공주고 1학년이던 박찬호를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때린 뒤 다음날 진흥고와의 첫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려 박병호(넥센) 이전에 고교야구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봉황대기 최다 우승팀은 충남의 천안북일고로 총 5차례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제43회 대회에서는 박상길 감독이 이끄는 경북고가 최충연(삼성)과 박세진(kt)의 ‘원투펀치’를 앞세워 1981년 이후 34년 만에 봉황을 품에 안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빅리거들도 봉황대기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성남고의 초고교급 타자였던 박병호(미네소타)는 2004년 제34회 대회에서 포수 겸 4번타자로 활약했다. 특히 화순고, 휘문고와 차례로 맞붙은 2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의 괴력을 뽐내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역시 고교 시절까지 포수로 활약했던 강정호(피츠버그)는 2005년 제35회 대회에서 마스크를 쓰며 광주일고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감투상을 받았다. 2000년 제30회 대회 땐 동갑내기 추신수(텍사스)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등장했다. 부산고 추신수는 당시 투수로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며 당대 최고의 고교 에이스로 활약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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