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내는데 설비 줄이라니?"..황당한 철강업 구조조정

박기락 기자 입력 2016. 7. 28. 16:50 수정 2016. 7. 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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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중간보고서서 후판·철근 등 설비감축 권고 "설비 줄이면 중국업체만 날개 달아주는 꼴"
2015 대한민국 철강산업지도(철강협회)© News1

(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 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향이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의 하반기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참조될 외부 컨설팅 보고서에 업체가 제일 민감해 하는 사항인 설비감축 내용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주요 철강업체가 경영정상화를 이뤘으며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자체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흑자내는데 웬 설비감축 권고?...중국업체에 날개달아 주는 꼴"

철강협회와 주요 철강업체 5개사로 구성된 민간협의회는 지난 5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컨설팅 결과는 산업부가 올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원샷법이 의결된 직후부터 철강산업을 적용 대상 1순위로 꼽은 만큼, 구조조정 작업에 데이터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달 중순 컨설팅 업체의 민간협의회 중간보고에서 일부 품목에 설비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업계가 멘붕에 빠졌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각자가 생산하는 후판과 관련, 약 500만톤의 생산능력 감축을 위해 각각 1개씩의 생산라인 폐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중간보고에 포함되면서 패닉에 빠졌다.

또 중간보고서에는 공급과잉이 심화된 강관 역시 대형 업체가 중소형 업체를 인수해 지금의 공급과잉 현상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체들은 공급과잉 업종으로 분류된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지만 설비 감축과 강제적인 업체간 통폐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국내 철강업체들이 많은 자금을 들여 투자한 설비를 줄여야 하냐는 반응이다.

"이미 한 구조조정에 정부가 뒤늦게..."

아울러 2∼3년 전부터 자구노력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던 일부 철강업체 사이에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 현대제철은 올 2분기에도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판매 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매출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고부가 제품 전환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

철강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계획에 데이터로 활용될 경우 자율적 구조조정 노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개선 등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 의뢰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며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철강협회는 "현실성 있고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한 것"이라며 "컨설팅 결과 역시 업체의 자율적인 참여를 전제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당초 이달말 발표될 예정이었던 최종 컨설팅 결과는 철강업계를 대변하는 민간협의회가 일부 내용의 보강및 수정을 요구하면서 8월로 미뤄진 상태다.

kiro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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